새누리당, 온라인에서도 졌다
  • 박준용·유지만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04.25 15:55
  • 호수 1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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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더민주 48%, 새누리 28%, 국민의당 17%, 정의당 7% 언급
© PDP 연합

‘댓글부대의 기억’은 20대 총선에서도 되살아났다. 권혁세(경기 성남 분당 갑) 새누리당 후보의 선거법 위반 혐의가 논란의 진원지였다. 권 후보의 선거 캠프가 1320만원을 주고 계약한 온라인홍보대행업체가 ‘조직적 댓글’을 달았다는 경기도 선관위의 조사 결과가 4월11일 발표됐기 때문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권 후보 선거 캠프는 ‘선거 후보자 홈페이지 구축,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세팅 및 모니터링’ 명목으로 해당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이 업체는 2016년 1월부터 4월까지 직원 명의로 개설된 61개의 계정(트위터 계정 52개, 네이버계정 9개)을 이용해 권 후보를 지지하는 글 1231건(트위터 1200회, 네이버 블로그 31회)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업체는 권 후보 관련 게시물을 네이버 검색 순위 상위(1~5위)에 올리기 위해 IP 추적이 어렵도록 VPN업체를 이용해 조작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업체와 권 후보 선거 캠프 관계자를 공직선거법 제89조(유사 기관의 설치 금지) 제1항, 제85조(공무원의 선거 관여 등 금지) 제3항, 제230조(매수 및 이해유도죄) 제1항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권 후보 사건은 선거법 위반 여부를 떠나 새누리당이 온라인 선거전에 어떻게 임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댓글부대’가 통하지 않은 것일까. 20대 총선에서는 SNS 분야에서 야당이 여당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트위터, 대형 포털의 카페,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2016년 1월부터 약 3개월간 조사한 바에 따르면, SNS에서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이 48%로 가장 많은 비율로 언급됐다. 새누리당은 그 절반가량인 28%에 그쳤고, 국민의당은 17%, 정의당은 7%의 관심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 “새누리당이 방심했다” 지적

SNS상에서 언급된 인물 순위 상위권도 야당 정치인 일색이었다. 1위는 115만6000여 건이 언급된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약 70만 건으로 2위를 차지했다. 더민주 박영선(서울 구로 을) 당선자, 더민주 진영(서울 용산) 당선자, 무소속 이해찬(세종시) 당선자 등이 각각 3위에서 5위까지 포진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6위에 머물렀다.

SNS에서의 정치 관심도도 지난 19대 총선보다 20대 총선이 높았다. 다음소프트 조사에 따르면, SNS 게시물 10만 건당 총선에 대한 언급도가 19대 총선 대비 약 2.68배 올랐다. 이는 SNS의 주된 사용층인 20대와 30대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상승했기 때문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20대 총선의 젊은 층 투표율은 지난 선거에 비해 대폭 상승했다.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은 19대 총선과 비교해 각각 7.9%포인트, 4%포인트 올랐다. 반면 40대 이상에선 큰 차이가 없었다.

“박근혜 온라인팀 강했는데 최근 지리멸렬”

여당이 늘 온라인 선거전에서 밀렸던 것은 아니다. 보통 ‘온라인 마인드’는 야당, 즉 진보 진영이 앞설 것으로 생각하지만, 지난 18대 대선에서는 오히려 여당이 야당을 압도했다. 여러 전문가들은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캠프는 온라인 선거전에 굉장히 강했다”고 평가했다.

국정원의 ‘댓글 개입’ 논란이 불거졌던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보인 ‘온라인 전투력’은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마케팅 분석회사 아티언스에 따르면,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트위터 분야에서 팔로워 숫자가 문재인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대선 후보보다 적었지만, 언급량에서는 앞섰다. 박 후보는 구글과 네이버 등 포털 검색 횟수에서도 문 후보를 앞질렀다. 특히 이런 경향은 선거가 가까워진 2012년 12월에 두드러졌다. 통상 온라인상에서 여권 지지세가 약한 것을 감안하면 당시 여당은 온라인 분야에서도 상당한 이목을 끌었던 셈이다.

온라인 평판관리 전문 업체인 맥신코리아 한승범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이길 것이라고 미리 짐작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박근혜 캠프의 온라인 대응 능력이 좋았다는 의미다. 한 대표는 “고(故) 이춘상 보좌관을 필두로 한 박근혜 캠프의 ‘사이버 전력’은 굉장했다”고 평가했다. 이 보좌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팬클럽을 주로 관리하다가 2012년 4·11 총선에 앞서 그가 정치권의 전면에 나선 이후 SNS분야를 총괄했다. 박 후보의 페이스북 계정인 ‘친근혜’ 페이지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친근혜’ 페이지에는 2013년 2월24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소식을 끝으로 더 이상 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공학 박사인 이춘상 보좌관을 최측근에 뒀다. 디지털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이 보좌관은 사고로 사망하기 전까지 온라인 분야를 총괄했다. 박 대통령이 그 분야에 밝지 않았다면 중용되지 않았을 것이다.”
 

한승범 대표는 권혁세 후보 캠프의 선거법 위반 문제에 대해 “하수 중의 하수였다”고 혹평했다. 한 대표는 2006년 김문수 경기도지사 선거 캠프에서 사이버팀장직을 수행했다. 당시 김문수 후보 측은 상대인 진대제 후보를 온라인상에서 압도했다. “회사(맥신코리아)를 차리기 전이었는데 김문수 후보 캠프에 사이버팀장으로 들어갔다. 보수 정당은 진보 정당에 비해 온라인 마인드가 굉장히 열악하다. 인터넷이나 SNS, 보안 문제에 대해 무지하다시피한 경우가 많다. 권혁세 후보도 마찬가지다. 잘 알았다면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인위적인 느낌이 너무 강하다 보니 선거법에 걸리게 된 것이다. 하수 중의 하수다.”

결국 이번 총선 정국을 돌아봤을 때, 새누리당의 온라인 패배가 실제 선거에서도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게 된다. 한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당의 헤게모니에만 집중했지, 온라인에 대해서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디지털 마인드’가 가장 좋았던 대통령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꼽았다. 한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은 1994년도에 인명 관리 프로그램을, 1996년에 ‘노하우’라는 통합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었다. 2000년도에 ‘디지털 혁명’이라고들 떠들었는데, 그는 수년 전부터 그런 것을 해왔다. 중요성을 미리 알았던 것이다”라면서 “선거에서 스킨십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온라인 여론’이다. 이미지 메이킹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총선에서 온라인 평판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나.
이번 3당 체제 정립은 SNS 영향 때문이 크다고 본다. 총선을 앞두고 젊은 사람이 확실히 정치 관련 글을 많이 쓰고 읽은 것 같다. 또 이번에 승리한 당에서 준비를 많이 했다. SNS 쪽으로 2015년 12월부터 교육도 많이 받고 보좌진도 다들 교육을 받았다. 독한 마음을 먹고 스크럼을 짜서 참신한 홍보 전략에 나섰다.

새누리당도 SNS에 신경을 쓰는 걸로 아는데.
그걸 상쇄할 만큼 더민주가 온라인 홍보에 대한 준비를 많이 했다. 여당은 방심했다. 새누리당은 2014년 지방선거 때도 각 지역 선거사무소에 SNS교육도 하고 그랬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는 신경을 덜 썼다. 또 여당에서는 선거법과 관련한 여러 가지 사건이 있지 않았나. 이게 합법적인 방법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활동이 주춤했다.

여당에 대한 온라인 관심이 얼마나 줄어들었나.
정확하진 않지만 이번 선거 때 지난 2014년 지방선거나 2012년 대통령 선거의 3분의 1 정도 줄었다고 본다. 그리고 온라인에 게시된 것도 공천파동이라든가, 안 좋은 이야기가 많았다.

경기 분당 갑에서 새누리당의 ‘댓글 알바’ 논란이 제기됐다.
이제 댓글 알바가 통하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 캠프 관계자가 교육을 받아서 정식 홍보 자료로 만들어야지 지지자인 척하고 댓글이나 SNS 글을 달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댓글 아르바이트 쓰는 것은 선거법에 걸리기에 추천하지 않는다.

그럼 온라인 홍보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나.
후보자 자신이 하거나 보좌진이 홍보 게시물을 올리는 게 제일 낫다. 후보자 자신이 올리면 더 많은 댓글이 달린다. 총선의 경우 대선과 다르다. 네이버 밴드 앱을 많이 쓴다. 이는 온라인 SNS지만 지역구민을 모아놓고 홍보를 벌이는 것이다. 선거법에 저촉될 우려도 적어 총선 때는 폐쇄형으로 하는 게 대세다.

앞으로 온라인 여론 싸움은 어떻게 전개되리라 보나.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분들은 지금부터 SNS 공부를 하면서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 뒤늦게 ‘출마할 때 해야지’ 하면 늦다. 미국 대선처럼 동영상을 만들고 이를 온라인에 공유하는 방법이 앞으로 각광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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