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연합 대화 공개] “집회 지시 안 들으면 예산 지원 다 잘라라 했다”
  • 안성모․조해수․조유빈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4.27 15:35
  • 호수 1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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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연합 측이 청와대의 보수집회 개입 논란과 관련해 “허현준 행정관이 지시했다”고 명확히 밝혔다. 또한 어버이연합 외의 다른 보수•탈북 단체들도 허 행정관의 손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으며, 허 행정관의 지시에 따르지 않았을 경우 지원하는 예산을 자르거나 보류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시사저널은 지난 4월20일 ‘[단독]어버이연합 “청와대가 보수집회 지시했다”’ 제하(題下)의 기사를 보도했다. 보수집회를 지시한 윗선으로 청와대 행정관이 지목되면서, 청와대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2030정치공동체 청년하다’ 등 청년단체는 4월26일 허 행정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후폭풍이 거세지자 어버이연합 측은 당초의 증언과 달리 청와대와 ‘협의’ 내지는 ‘사전 조율’ 했다는 식으로 입장을 바꿨다.

허 행정관 역시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며 기사가 실린 시사저널 1384호에 대한 출판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냈고, 4월26일 열린 공판에서 “통상적인 업무 수행으로 협의를 한 적은 있으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시사저널은 취재 과정에서 어버이연합 측 핵심 인사들과 나눈 대화를 최대한 원 대화 내용 그대로 공개한다.

기자는 4월18일 서울의 한 사무실에서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과 김미화 탈북어버이연합 대표 등을 통해 청와대의 보수집회 개최 지시에 대한 증언을 접한 후 수차례 확인 작업을 거쳤다. 특히 청와대 보수집회 지시와 관련된 보도를 하기 전에 어버이연합 측에 기사 내용을 정확히 밝혔고 어버이연합 측도 기사 내용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추선희 사무총장은 기사가 표출되기 전인 4월20일 오후 5시경 ‘허 행정관이 지시를 한 건 맞잖아요. 팩트(fact)잖아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말 그대로 지금 이 시민단체들 다 걔(허 행정관) 손에 의해서 움직이는 건 맞지”라고 밝혔다. 이어 기자가  ‘다른 단체에서도 다 아는 내용이라는 거죠?’라고 다시 한 번 묻자 추 사무총장은 “다 알지 걔네들. 지네들끼리도 경쟁 붙었으니까”라고 말했다.

김미화 대표도 같은 날 오후 4시와 6시경 두 차례 기자와 나눈 대화에서 “청와대에 앉아 있으면 대한민국을 위해서 일을 해야지, 어떤 개인감정을 가지고 자기(허 행정관)가 집회 지시를 이렇게 이런 방향으로 지시하는데, 총장님(추 사무총장)은 ‘그게 아닙니다. 그렇게 하면 이게 오히려 역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를 했더니 이 x이 ‘자기 말 안 듣는다. 반말 찍찍한다’ 그래가지고 ‘예산 지원하는 거 다 잘라라. 책정된 거도 보류시켜라. 못 준다’ 이런 식으로 허현준이가 다 잘랐어요”라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는 기자가 ‘그게 일본 위안부 그 때 말씀하시는 거죠?’라고 묻자 “그렇죠. 그거죠. 예. 그런 걸로 해서 이렇게 됐는데. 결국은 여기까지 책임은 그 ⨉한테 물어야 되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추 사무총장은 허 행정관이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1월4일 집회를 열라고 했으나, 이 말을 따르지 않고 1월6일 집회를 가졌다고 밝힌 바 있다<4월22일 ‘[단독] “청와대 행정관이 집회 열라고 문자 보냈다”’ 기사 참조>.

김 대표는 허 행정관이 탈북․보수단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배경과 관련해 “황장엽 선생 때 같이 있어서 탈북자 단체장들이랑 연루가 많이 돼 있어요”라면서 “그래서 탈북자 단체장들하고 연루가 돼 있고 아주 탈북자 단체들을 움직여갖고. 지금 보세요. 탈북자들 알바 동원하는 거 뻔히 알면서도 이번에 이거 방치하고”라고 말했다.

어버이연합 측은 허 행정관에 대한 ‘피해의식’도 드러냈다. 허 행정관의 말을 듣지 않아서 “복수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허 행정관이) 어버이연합 보수단체 같은 거를 겨냥을 해서 죽이려고 하는 거는 그건 국가를 위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에요”라며 “이 사람은 대한민국 정부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 아니에요”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 대표는 “(기사를) 터트려버리면 지금 현 정부는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거 아닙니까”라면서도 “어차피 지금 보수단체가 다 터졌으니까 얘(허 행정관)가 안 나오겠냐 이런 생각이 들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제가 만약에 이 사람을 깐다(밝힌다)고 그러면 깔(밝힐) 거예요. 저도 협조를 할 건데”라고 밝혔다.

(※자세한 내용은 4월30일 시판되는 시사저널 1385호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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