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거장 합세 우울한 느낌 건물에 생기 심는다
  • 노경은 기자 (rke@sisapress.com)
  • 승인 2016.04.2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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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건설, 알렉산드로 멘디니와 맞손…건물에 색채 더하는 작업
알렉산드로 멘디니

창문 밖 상당수 건물은 단단한 갑옷을 입은 듯 회색빛 시멘트나 유리로 덮여있다. 회색은 폐쇄적이고 정체된 느낌을 준다. 형태는 천편일률적인 성냥갑 모양을 하고 있다. 취향이나 정체성을 반영한 건물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게 국내의 현실이다.

포스코건설이 이렇게 정형화된 국내 건축 트렌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세계적 디자인 거장 알렉산드로 멘디니와 손잡고 건물에 색깔을 입혀 생동감을 주는 작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디자인 콘셉도 색(色)다른 상상으로 잡았다. 이번 작업은 포스코건설 아파트 브랜드 더샵 외관을 비롯해 단지 내 어린이집, 상점 등에 적용된다.

포스코건설과의 협업을 위해 한국을 찾은 알렉산드로 멘디니는 28일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의 건축가들은 과거에 비해 사고방식이 혁신적으로 바뀌었지만 15년 전 내가 처음 한국을 찾았던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어 “건물에 색채를 입혀 정체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시도하는 것도 이렇게나 힘든데 모양을 바꾸는 건 더 어렵지 않겠나”라며 국내 건축행정의 융통성과 자율성 결핍을 에둘러 지적했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형태를 다양화하기란 쉽지 않은데다 비용부담 등의 문제가 따르기도 한다.

멘디니는 생동감 있는 색채가 사람을 덜 진지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거꾸로 말하면 더 명랑해진다는 뜻이다. 그는 막강한 독창적 입지를 가진 사람인만큼 창의적인 사물과 생동감을 중시한다.

“한국의 상당수 건물은 회색으로 돼있는데 이는 우울감을 준다”그 지적한 멘디니는 “오는 6월까지 작업의 매뉴얼을 짜고 나면 3년 뒤에는 포스코건설의 정체성이 반영된 생동감있는 건물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멘디니의 그간 작업물들을 보면 즐겁고 생동감이 넘친다. 에르메스, 스와로브스키 등 세계적 회사들과 한 협업물 가운데 가장 그를 잘 표현한 것은 스와치 시계 콜렉션이다. 이는 단순히 시계를 넘어서 멘디니와 대중의 가교 역할을 한 아트피스(예술작품)로 평가받는다. 시계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디자인과 색상으로 역동적인 느낌이 강하다.

멘디니는 건물에 색감을 입히는 작업은 가벼운 작업인 듯 하지만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건물의 이미지, 색채는 해당 회사의 정체성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공기업이었던 포스코는 지금까지도 정적인 느낌이 강한데 알록달록한 색채감이 새롭고 과감한 시도인만큼 신경써야 할 부분도 많다.

그는 “이러한 부분을 잘 인지하고 있는 만큼 파트너사와 조율해 이미지에 문제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건축물 가운데는 서울 여의도에 있는 63빌딩을 최고로 평가했다. 멘디니는 “63빌딩은 형태적 측면에서 상승하는 느낌을 주는데다가 색깔은 마법과도 같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금빛을 띄어 오묘한데다 일출 때, 일몰 때 등 매순간 다른 생동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을 제외한 국내 건설사와의 인연은 없지만 국내 대기업과의 인연은 지속하면서 색채로 한국에 생기를 불어넣는다는 계획이다. 멘디니는 “보름 전 LG전자와의 협업을 위해 회의를 마쳤고, 앞으로 삼성전자와 공동 협의할 작업들이 몇 개 더 남아있다”며 “앞으로도 색깔로 사물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작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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