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알바’에서 ‘청와대 지시’ 의혹까지
  • 조유빈·조해수·안성모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6.04.28 17:32
  • 호수 1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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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최초 보도 후 ‘어버이연합 게이트’ 파문 일파만파

시사저널은 2014년 4월부터 11월까지 어버이연합의 보수 집회에 동원된 탈북자 현황을 최초 보도했다.<4월12일자 ‘[단독]어버이연합, 세월호 반대 집회에 알바 1200명 동원 확인’ 기사 참조> 세월호 반대 집회를 비롯한 각종 보수 집회에 ‘알바’로 동원된 탈북자가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뒤이어 어버이연합의 보수 집회를 움직이는 ‘자금줄’이 대한민국재향경우회(재향경우회)와 정체불명의 사단법인이라는 사실도 시사저널 보도로 드러났다.

이후 이 사단법인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돈을 댔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여기에다 청와대 행정관이 보수단체에 ‘집회 지시’를 했다는 의혹까지 시사저널에서 제기하면서 ‘어버이연합 게이트’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1월6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소녀상을 향해 사과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날 어버이연합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협상 결과 수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 연합뉴스


어버이연합, 세월호 반대 집회 ‘일당 알바’ 동원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어버이연합의 2014년 집회 회계장부를 통해 어버이연합이 세월호 반대 집회에 ‘일당 알바’를 대규모로 동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장부는 세월호 반대 집회가 본격화된 시기의 집회 내역을 담고 있다. 어버이연합이 집회에 동원한 탈북자들의 전체 수, 이름, 계좌번호, 일당이 날짜별로 상세히 기록돼 있다. 세월호 반대 집회가 본격화된 이 시기에 어버이연합이 돈을 주고 집회에 동원한 인원은 1259명에 이른다. 집회에 동원된 탈북자들의 수는 평균 50~80명, 많게는 193명에 이른다.

어버이연합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보수 집회 알바는 추선희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추 총장 밑에 ‘총책’이 탈북자들을 모집해 일당을 지급하고, 총책 밑에 ‘지부장’이 각 지역별 탈북자들의 인원을 관리한다는 것이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장부에는 각 지역별로 동원된 인원이 집계돼 있다. 장부에 기록된 집회 비용은 한 달에 많게는 1700만원에 이르기도 했다. 당시 어버이연합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인사가 “모든 돈은 어버이연합 지도부가 총책에게 전달했는데, 대부분 현금이다 보니 이 돈이 어떻게 마련됐는지, 출처가 어딘지는 지도부만이 알 수 있다”고 밝혀 보수 집회에 동원된 알바비 출처에 의혹이 일었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는 4월11일 “어버이연합은 일당 알바를 동원해 모진 말을 쏟아냈다”며 “세월호 문제를 외면하고 정치적 요구로 몰아간 것에 대해 분명히 사죄하고 반성해야 한다. 자금 출처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보수 집회 알바비 출처는 ‘재향경우회’

보수단체가 알바비를 주고 탈북자들을 동원한 사실이 밝혀진 후 보수단체에 돈을 댄 자금줄의 실체도 드러났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탈북난민인권연합의 계좌 내역을 통해 재향경우회가 보수 집회 알바비를 입금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4월19일자 ‘[단독] 보수집회 알바비, 경우회·유령회사가 댔다’ 기사 참조>. 탈북난민인권연합은 어버이연합과 함께 보수 집회 활동을 활발하게 해온 단체다.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회장은 2014년 12월30일 ‘대한민국재향경우회’ 이름으로 입금된 내역에 대해 “이 돈은 12월에 열린 집회 참가자에게 지급된 알바비”라고 밝혔다. 지난해 3월에도 재향경우회는 이 단체의 계좌에 돈을 입금했다. 3월은 재향경우회가 주최하고 탈북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 1500명이 참가한 ‘반국가 종북 세력 대척결 국민대회’가 열린 달이다. 김 회장은 “이 돈은 탈북어버이연합에 지급될 돈이 잘못 들어온 것”이라며 “재향경우회가 내용증명을 보냈고 돈을 다시 돌려보냈다”고 설명했다.

재향경우회가 입금한 돈은 1200만원에 이른다. 재향경우회법 5조에 따라 정치활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된 재향경우회가 정치색 짙은 보수 집회에 참여하고, 함께 참여한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위법 논란도 일게 된 것이다. 재향경우회가 탈북단체에 직접 돈을 지원해 탈북자들을 고용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탈북자들을 동원하는 다른 관변단체도 돈을 대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14년 6월13일 어버이연합이 KBS 본관 앞에서 “KBS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왜곡된 보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선교복지재단이 ‘알바비 지원’에 개입

집회 참가비를 어버이연합에 지원한 주체에는 실체가 없는 사단법인도 있었다. 시사저널은 ‘사단법인 벧엘복음’이 2014년 5월말 1400만원, 2014년 9월초 1200만원을 탈북자들이 참가한 어버이연합 집회 알바비로 입금한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벧엘복음 이름으로 등록된 법인은 없었다. 다만 ㄱ씨가 대표로 사업자 등록이 된 ‘사단법인 벧엘복음선교복지재단’을 찾을 수 있었다.

4월14일 취재진은 사업자 등록이 된 경기도의 주소지를 찾았다. 그곳에는 현재 운영이 되지 않는 대한예수장로회 소속 ㄴ교회 건물과 단식원, 가정집으로 보이는 건물이 폐허로 남아 있었다. 인근의 한 주민은 “2년 전쯤 교회 앞 부지에 만들기로 한 실버타운 공사가 멈춘 후부터 교회는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의 한 지부 소속으로 알려졌지만 해당 지부에 확인해본 결과, 등록돼 있지는 않았다. 현재 운영되지 않고 법인 등록도 안 된 사단법인이 어버이연합의 탈북자 알바비 지원에 개입된 것이다.

뒤이어 이 선교복지재단에 전경련이 자금줄을 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JTBC는 “어버이연합의 차명계좌로 보이는 이 사단법인의 계좌에 전경련이 2014년 9~12월에 걸쳐 1억2000만원을 입금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전경련의 어버이연합 자금 지원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4월22일 브리핑을 통해 ‘전경련 어버이연합 지원 진상조사 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4월21일 기자에게 “전경련에 지원을 받은 것은 어버이연합이 아니고 벧엘(복음선교복지재단)이다. 그러니까 (전경련은) 지원한 게 없다고 하는 것이다”며 “사단법인만 (예산) 지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돈은 없고 지원은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벧엘 쪽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해 같이 노인 복지에 신경 쓰기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벧엘복음선교복지재단은 사단법인으로 등록돼 있지 않았다.

어버이연합의 2014년 집회 회계장부에 따르면, 어버이연합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해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산케이(産經)신문 등에 대한 규탄 집회와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지지 집회 및 KBS 왜곡 보도 규탄 집회에 탈북자들을 동원했다. 박근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인물에 대해서는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규탄 집회를 연 셈이다.

어버이연합은 2014년 6월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문창극 당시 총리 후보자 사퇴 반대 집회를 열었고, ‘김무성 전 대표가 자진 사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하며 인형을 이용한 ‘화형식’을 준비하기도 했다. 이는 7·14 전당대회를 앞두고 ‘비박’인 김 전 대표와 ‘친박’인 서청원 의원 간 당권 경쟁이 본격화된 시점에 ‘문 후보자 사퇴 반대 집회’라는 명분을 내세워 김 전 대표에 대한 당 대표 ‘낙선 운동’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7월에도 김무성 전  대표 자격 규탄 집회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회장은 “친박 대 비박 간의 싸움에 탈북자들이 이용당한 셈”이라며 “돈은 어버이연합을 통해 받았기 때문에 윗선이 어딘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 집회가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추 사무총장은 “우리 어버이연합은 오로지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일한다”고 말했다. 어버이연합은 지난 1월6일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와 관련해 일본 아베 신조 총리를 규탄하는 집회를 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국익을 위한 대통령의 용단’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치켜세운 바 있다.

(위)2014년 12월 탈북난민인권연합 계좌 거래 내역(아래)어버이연합의 2014년 집회 회계장부 ⓒ 시사저널 임준선


“청와대 행정관이 문자메시지 보내”

추선희 사무총장은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 허현준 선임행정관의 ‘집회 지시’ 의혹과 관련해 “위안부 합의안 체결 이후 허 행정관이 집회를 열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추 사무총장은 4월21일 저녁 시사저널사 인근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허 행정관이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은 맞지만 지시를 내린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1월4일 월요일에 집회를 열어달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위안부 수요집회가 있는 1월6일 수요일에 집회를 갖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어버이연합은 1월6일 광화문 위안부 소녀상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단독]“청와대 행정관이 집회 열라고 문자 보냈다”’ 기사 참조>

‘청와대 집회 지시’ 의혹에 대해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4월21일 “기사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고, 22일에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허 행정관이 민·형사상 고소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검찰과 법원에 냈다’고 전했다. 허 행정관은 언론을 통해 “어버이연합은 지난 1월6일 한·일 위안부 합의 체결 환영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것만 봐도 시사저널의 보도는 오보라는 게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어버이연합이 한·일 위안부 합의안 체결과 관련해 집회를 열었기 때문에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인데, 이는 추 총장이 증언한 내용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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