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 李 회장 부인 이어 측근도 검찰 레이더에 포착
  • 송응철·이석·감명국 기자 (sec@sisapress.com)
  • 승인 2016.04.28 17:35
  • 호수 138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총선 이후 재계에 전방위 사정 태풍…부영·대우조선해양·롯데 3대 타깃으로 거론

예상과 달리 4·13 총선에서 집권 여당에 참패의 충격을 안겨준 야권이 여세를 몰아 첫 번째 카드로 ‘기업 구조조정’을 꺼내들었다. 특히 이번 총선을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패에 대한 심판’으로 규정하고 제1당에 오른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은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당내에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겠다며 정국 주도권 행사에 나섰다. 이는 ‘재벌 개혁론자’인 김종인 더민주 대표의 의지이기도 하지만, 요즘 대기업들을 바라보는 민심이 그만큼 싸늘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부·여당도 야권의 기업 구조조정 제안에 찬성하고 나섰다. 자칫 정국 주도권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매번 선거 이후마다 기획사정 수사가 반복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탓이다. 여론 수습과 레임덕 방지에 가장 적절히 동원되는 게 검찰 등 사정기관의 ‘검(劍)’이다. ‘친기업’을 표방했던 전임 이명박(MB) 정부보다 오히려 더 기업 봐주기가 심했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현 정부 입장에선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실제 검찰 주변에선 “4·13 총선 이후 검찰의 기업 사정 수사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왔던 게 사실이다.

ⓒ 시사저널 고성준


두 차례 유야무야된 기업 사정, 이번엔?

재계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전 방위적 사정 정국이 조성될 조짐이 보이고 있어서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사정 정국이 조성될 때마다 각종 돌발변수가 불거지면서 기업 수사의 진척이 부진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를 피해 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다.

실제 박근혜 정부는 집권 초반인 2013년 상반기부터 기업 사정 드라이브를 걸었다. 전임(MB) 정부와의 차별화 전략도 있었지만,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의 특수수사 성향도 작용했다. 시작은 CJ그룹이었다. 이후 효성·동양·KT·STX·웅진그룹 등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러나 청와대와 채 총장 간 갈등으로 사정 수사는 뒷전으로 밀렸다. ‘혼외자 논란’에 휘말린 채 총장은 끝내 그해 9월 사퇴했다. 2014년은 4월에 발생한 세월호 사건의 여파로 이후 사정기관의 수사력은 민관 유착 비리에 집중됐다. 이로 인해 2014년 기업 수사는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러던 2015년 3월, 검찰은 다시 칼을 빼들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가 부정부패 근절을 강조하면서다.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 캐비닛에 쌓아둔 기업 수사 자료를 꺼내들었다. 포스코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신호탄으로 신세계·롯데·동부·금호아시아나그룹 등 대기업들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재계는 긴장했다. 그러나 또 돌발변수가 터졌다. 경남기업의 오너였던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이 그해 4월 수사를 받던 도중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의 주머니에서 나온 메모 한 장이 정국을 뒤흔들었다. 성 전 회장의 로비 리스트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해당 메모에는 친박계 주요 인사들의 이름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이른바 ‘성완종 게이트’다.

현 정부의 집권 4년 차인 2016년 들어 사정기관 안팎에선 4·13 총선 직후 기업 사정 정국이 재조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면서 ‘살생부’에 사명을 올린 기업들의 리스트가 거론되기도 했다. 특히 롯데·부영그룹과 대우조선해양 등이 우선 타깃이 될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일각에선 최근 ‘갑질’ 논란을 일으킨 대림산업도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역시 유야무야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이번엔 총선 결과가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여소야대 정국에서 섣불리 수사를 진행했다가 야권의 반발을 살 경우 야권의 특검 요구 등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 문제는 청와대의 의중이다”라고 말했다. 일단은 검찰 분위기가 총선 전 예고대로 가는 듯하다. 실제 총선이 끝난 직후 부영그룹에 대한 검찰의 행보가 갑자기 분주해졌다.

국세청의 ‘저승사자’로 통하는 조사4국은 앞서 지난해 12월 부영그룹에 대해 고강도 특별세무조사를 벌인 바 있다. 당초 조사는 3개월로 계획돼 있었다. 그러나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조사 일정을 연기하고 세무조사를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했다. 조세범칙조사란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사기 및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한 행위가 발견되거나 명백한 세금 탈루 혐의가 드러났을 경우 실시하는 사법 성격의 조사다. 조사 결과, 부영주택이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포착됐다. 국세청은 조세포탈 및 횡령 등의 혐의로 총선 5일 후인 지난 4월18일 부영그룹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사건은 현재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에 배당된 상태다. 검찰은 국세청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분석한 후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2월29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특수부장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검찰은 이미 부영그룹에 대해 다양한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한 법인세 포탈이 아닌 비자금 조성이나 횡령 등에 대한 수사로 확장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우선적으로는 역외 탈세 의혹이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시사저널은 앞서 3월29일자 ‘부영이 캄보디아에 보낸 수천억 원 행방 묘연’ 제하의 단독 기사를 통해 이와 관련된 문제를 최초로 지적한 바 있다. 당시 본지는 ‘부영그룹 주요 계열사인 부영주택이 캄보디아 신도시 주택사업을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현지 법인에 2750억원을 송금했으나, 2013년 해당 법인이 자본잠식에 들어가면서 부영주택은 대여금과 이자를 합해 모두 3685억원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는 점을 집중 보도했다. 아울러 해당 법인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분 90%를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였고, 문제는 이렇게 캄보디아로 흘러들어간 자금의 흐름이 불분명하다는 점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지금 검찰의 수사 역시 이 자금의 용처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영그룹과 관련한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사저널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회장의 배우자인 나길순 여사 명의의 회사를 통해 수십억 원대 세금을 탈루한 혐의에 대한 수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나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건축가설재 업체 유성산업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매출 대부분을 부영그룹에 의존하다시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유성산업은 앞서 2013년 부당 지원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부영주택이 가설재·기계장치·차량운반구 등 자산 양수를 명목으로 173억원의 구매 대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금이 오고 가는 과정에서 비자금이 조성됐거나 탈세가 이뤄졌는지 여부가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법인세법 개정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과세를 피했다는 의혹도 특수1부에 배당된 것으로 확인됐다. 부영그룹은 2009년 12월30월 부영을 부영주택으로, 동광주택산업을 동광주택으로 각각 물적 분할했다. 이 과정에서 자산에 대한 감정평가가 이뤄지면서 이들 회사의 자산은 6조1281억원에서 9조8581억원으로 3조7299억원 증가했다. 이는 같은 해 12월31일 물적 분할 시 주식 양도차액에 대해 과세한다는 취지로 법인세법이 개정되기 하루 전이었다. 조금만 늦게 물적 분할을 단행했더라면 엄청난 규모의 법인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부영그룹은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자산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었다. 검찰은 부영의 고문 직책을 맡고 있던 기획재정부 세제실 출신의 이 아무개씨가 중간에서 역할을 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상태다. 이씨가 세제실 내부 정보를 빼돌려 부영 측에 전달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 밖에 검찰 안팎에선 그동안 부영그룹을 둘러싸고 접수된 다양한 의혹들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검찰에는 이 회장이 과거부터 그룹 계열사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유상증자 대금을 가장 납입했다는 제보가 접수된 바 있다. 금융권 대출을 받아내기 위해 자산 규모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국 70여 개 고교에 기숙사를 지어 기부해 법정기부금 공제를 받은 뒤, 그 액수를 실제 건립비용 이상으로 과대 계상해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검찰은 4월19일 ‘원주-강릉 고속철도 공사’ 입찰 담합 혐의를 받고 있는 현대건설의 사옥을 압수수색했다. ⓒ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전직 사장 비리 의혹 수사

수조 원대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특수3부(부장검사 김석우)가 들여다보고 있다. 내부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검찰에 제출된 진정서가 단초였다. 대우조선해양 감사위원회는 2015년 7월부터 배임 의혹에 대해 내부 감사를 벌인 바 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요청했고, 사건은 특수3부에 배당됐다. 수사의 초점은 전직 최고경영자(CEO) 비리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수조 원대 손실을 은폐하거나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줘 회사에 손실을 안겼다는 것이 골자다.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회사의 해외 플랜트 사업 부문장과 사업총괄장,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대규모 해양플랜트 사업 수주에 관여해왔다. 고 전 사장의 무리한 수주 추진 과정에서 실행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가격으로 수주를 진행한 점이 대우조선해양의 막대한 영업손실의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10년 9월 추진했다 2013년 중단된 오만 선상호텔 사업도 수사 대상이다. 사업 계약을 이사회 승인 없이 체결하고, 공사비를 허위 계상해 지급하는 등 방만한 경영으로 400억여 원의 손실을 입혔다는 지적에 대해서다. 또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측근 회사에 오만 선상호텔 사업을 비롯한 여러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검증대에 오를 전망이다.

다만 특수3부가 여건상 당장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기 어려우리란 전망도 나온다. 특수3부가 현재 법조 브로커 비리 수사에 주력하고 있어서다. 당초 법조 브로커 관련 수사는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에서 담당해왔다. 그러나 최근 특수4부가 효성그룹 비리 의혹에 대해 집중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특수3부로 이관됐다. 앞서 2014년 10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자신의 형인 조현준 효성 사장을 비롯한 전·현직 경영진을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검찰은 고발 직후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에 배당했다 지난해 5월 특수4부로 재배당했다. 그동안 수사에는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그러나 1년여가 지나고 최근 들어 특수4부는 담당 검사 3명을 지정하고 효성그룹 관계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연이어 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4월18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롯데, 정권 초부터 사정 대상 1호로 거론

롯데그룹도 검찰 수사 우선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사실 롯데는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부터 사정 대상 1순위로 거론돼왔다. MB 정부 최대 수혜 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롯데그룹은 MB 정부 시절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그 결과, 2008년 43조6790억원이던 자산총액은 2012년 83조3050억원까지 폭증했다. 또 2007년 46곳이던 계열사도 2011년 79곳까지 대폭 늘어났다. 이는 MB 정부의 특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 정부의 이런 배려가 정·관계 로비를 통한 결과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롯데그룹에는 그동안 검찰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했다. 특혜나 로비 의혹들과 관련해 마땅한 혐의점을 잡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검찰은 현재 롯데그룹의 비자금 의혹을 쥐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는 2011년에서 2012년 사이 롯데쇼핑에서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시네마로 수십억 원대의 용처 불명 자금이 흘러간 사실을 확인했다. 문제의 자금이 모두 현금으로 인출된 사실도 파악했다. 해당 사건은 서울서부지검에서 내사를 진행해오다 2014년 롯데홈쇼핑 납품 비리 수사 당시 지금의 수사팀에 재배당됐다. 검찰은 같은 해 6월 신헌 전 롯데홈쇼핑 대표를 납품업체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한 후 수상한 자금 흐름에 대한 내사를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자금이 롯데그룹 오너가로 흘러들어갔는지 여부에 시선이 집중됐다. 그러나 수사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이 시기 성완종 게이트가 불거지면서다.

그러나 향후 사정 정국이 조성될 경우 롯데쇼핑의 수상한 자금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특히 이 부분은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이미 사실로 확인된 바 있다. 국세청 조사4국은 2013년 7월 롯데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조사4국은 롯데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정책본부까지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국세청은 롯데 측에 60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대림산업도 심심찮게 거론된다. 운전기사 폭행 의혹으로 이해욱 부회장의 갑질 논란이 불거진 이후 많은 첩보가 사정기관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부회장 소유의 한 업체를 통한 경영권 승계 과정상의 문제와 포스코 수사 당시 베트남 건설공사 과정에서 발견된 대림건설의 비자금 조성 등과 관련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대기업 사정 수사 강도에 대한 사정기관 안팎의 의견은 엇갈린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박근혜 정부가 레임덕을 방지하고 정국의 주도권을 야권에 뺏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강수를 둘 것이란 전망이 있는가 하면, 여소야대로 불투명해진 정국 상황 탓에 검찰이 몸을 사릴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은 전자의 목소리가 커 보인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현 정부는 임기 말인 데다, 4·13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장악력이 눈에 띄게 약해진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만회하고 국정 동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사정을 진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