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현대중공업] 미리보는 노사간 ‘쩐의 전쟁’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press.com)
  • 승인 2016.04.2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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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급·성과금 놓고 입장차 확연...갈등 장기화시 경영난 악화 불가피
기본급 인상 등을 놓고 2016년 현대중공업 노사 임금협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조선소. / 사진=박성의 기자

현대중공업 노사 관계가 극악으로 치닫고 있다. 사측이 재정 적자를 이유로 조직개편과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노조가 “일방적인 구조조정 시 파업도 고려할 수 있다”는 강경책을 들고 나왔다.

사측은 수주 가뭄 여파에 긴축경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기본급 동결과 임금피크제를 앞당기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반면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기본급 인상과 직계 자녀 채용을 안건으로 올리며 노사 간 갈등골이 깊어지고 있다.

◇ 노조 “돈 올려라” vs 사측 “줄 돈 없다”

표=시사비즈

노조는 2016년 임단협에서 ▲기본급 9만6712원(호봉승급분 별도) ▲임금인상시기 변경 ▲호봉승급분 적용시기 변경 ▲직무환경등급수당 상향 조정 ▲상여금 지급시기 변경 ▲성과급 250%+산출기준 초과달성 분 지급 ▲사내근로복지금 출연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노사 간 의견차가 가장 심한 부문은 기본급이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 대비 5.09%, 통상임금 대비 2.81%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호황기 시절에도 임금 인상에 소극적이었다”며 “(임금인상 거부는) 경영난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측은 회사가 존폐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기본급을 올릴 수 없다며 반발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같은 위기에 처한 대우조선 노조는 임금동결 각서까지 쓴 상황”이라며 “구조조정도 반대하면서 임금까지 올려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토로했다.

노조원 자녀 우선채용 문제를 놓고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노조는 퇴직자만큼 신규채용이 이루어져야 하며, (채용) 우선권은 노조원 자녀에게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조합원이 업무 중 사망했을 경우 직계가족 생계를 위해서 유자녀를 우선 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밖에 노조는 성과급 250%에 산출기준 초과달성 분을 더해 지급받기를 원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성과급 지급분(127%) 2배다. 상여금은 6월 말 일괄 지급받는 안을 내놨다. 반면 사측은 상여금 300%를 기본급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정병천 현대중공업 노조부위원장은 “기본급 인상안은 물가상승률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무리한 인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측이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돌리자고 제안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노동자 실질 소득을 떨어뜨리겠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 도크는 비는데...퇴직 시점 및 복지문제 놓고 난항

표=시사비즈

임금피크제 시행시기와 퇴직금 등을 놓고도 입장차가 확연하다. 사측은 퇴직금이 만 55세 임금을 기준으로 만 60세말 퇴직시점에 청산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58세부터 적용하던 임금피크제를 56세로 앞당기자는 것이다.

반면 노조는 임금피크제는 이미 시행되고 있기에 더 이상의 양보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퇴직금은 만 58세말 임금이 기준이어야 하며, 본인 희망 시에는 59세, 60세말 임금 기준으로 청산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반발한다.

노조는 또 회사에 해외연수 기회도 달라고 요청했다. 1년에 1회 이상 조합에서 요청한 우수 조합원 30~100명에 해외연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 연장 및 휴일노동 급여를 놓고도 입장차가 확연하다. 노조는 연장시간별 급여로 ▲17시~22시(통상임금 300%) ▲22시~6시(통상임금 350%) ▲6시~8시(통상임금 300%)를 제시했다. 사측은 ▲17시~22시(통상임금 200%) ▲22시~6시(통상임금 250%) ▲6시~8시(통상임금 200%)가 적당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또 회사가 경영부실을 근거로 종전 임금액을 삭감할 수 없다는 단서조항을 추가하자고 했다. 이에 사측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장애등급 보상을 받은 경우 노동력 상실률을 감안한 임금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밖에 안전보건교육 시간, 연금제도, 주택구입 융자제도 등을 놓고 노사 입장 간극이 벌어져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다음달 4일 울산조선소에서 임단협 투쟁 출정식을 예고했다. ‘3000명 감원설’까지 돌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 간 갈등이 격화할 경우 현대중공업 경영난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내에 구조조정설이 돌자 노조가 불쾌감을 이런 식(기본급 인상)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며 “협상 과정에서 기본급이 동결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혈세가 투입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 노사가 갈등 상황을 재현하는 모양새가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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