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타이어코드 세계1위 효성 울산공장, 비결은 기술 경쟁력
  • 원태영·황의범 기자 (won@sisapress.com)
  • 승인 2016.05.0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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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영업이익 1조원 달성 목표
효성 울산공장 전경 / 사진=효성

“품질은 나의 인격이요, 자존심이다”  

효성 울산공장 관계자들은 기술과 품질을 효성이 가진 최고 경쟁력으로 여겼다.  

화창했던 지난 29일 효성 울산공장을 찾았다. 울산역에서 택시를 타고 40분가량 이동해 동해안과 가까이 있는 남구에 도착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긴 파이프들이 공장을 휘감고 있었다. 1968년부터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공장의 외관은 수수했다. 중공업과 조선업계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 소식이 연일 끊이지 않는 울산이지만 효성 공장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찾을 수 없었다.  

공장으로 들어가자 마자 단지 중앙에 설립자인 조홍제 회장 좌상이 보였다. 조 회장은 지난 1968년 동양나이론(효성의 전신) 울산공장을 완공하며 타이어코드 사업에 뛰어들었다. 울산공장은 효성 그룹의 모태다. 울산공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효성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타이어코드 기술의 산실, 울산공장

울산공장은 효성그룹의 마더플랜트(Mother Plants)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곳에서 개발한 타이어코드 기술은 전 세계 생산 거점으로 퍼진다.

자동차 타이어하면 새까만 고무만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타이어 내부에는 섬유소재인 타이어코드를 비롯 철 소재의 스틸코드와 비드와이어 등 여러 보강재들이 들어 있다. 이들 보강재는 타이어의 안전성, 내구성, 주행성 등을 높인다.

울산공장의 주력 상품은 타이어코드다. 타이어코드는 자동차 타이어 속에 들어가는 섬유 보강재다. 타이어 고무 안쪽에 들어가 형태를 잡는 뼈대 역할을 한다. 이로써 타이어 내구성과 주행 안정성을 높인다.

효성은 사업 초기 나이론을 원료로 사용하다 1978년 폴리에스터(Polyester)로 타이어코드를 생산했다. 국내에서 폴리에스터 원료를 쓴 것은 효성이 최초다. 효성은 현재 나일론, 폴리에스터, 아라미드, 라이오셀 등 다양한 소재의 섬유 타이어코드와 스틸 코드, 비드와이어 등을 생산하고 있다.

효성은 지난해 매출 12조4585억원, 영업이익 9502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8.27%나 늘었다. 게다가 1분기 영업이익은 2223억원으로 역대 1분기 최대 실적 기록했다. 효성 관계자는 “타이어코드 제품 판매 확대가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타이어코드는 효성의 효자 품목이다. 효성은 2000년부터 타이어코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무려 45%다. 전 세계 자동차 중 절반이 효성 타이어코드를 사용하는 셈이다.

◇'연구개발·인수합병' 세계 1위 비결

효성이 타이어코드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차지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자동차보강재PU 공장장인 김형경 상무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연구개발(R&D)에 투자를 많이 한다. 효성 안양 R&D는 국내 최초 민간연구소다. 효성 연구개발의 역사는 오래됐다. 그만큼 원천 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로열티가 들지 않는다. 게다가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답했다.

김 상무는 이어 2000년대 초반 효성이 단행한 공격적 인수합병(M&A)를 꼽았다. 효성은 2002년 미국 미쉐린으로부터 타이어코드 공장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04년 중국 가흥에 생산기지를 설립했다. 이어 2006년에는 미국 굿이어타이어로부터 공장 4곳을 사들였고, 2008년에는 베트남 호치민에 타이어코드 공장을 완공해 상업생산에 나섰다.

김 상무는 “효성은 제품 경쟁력을 높인 후 미국, 유럽 현지 타이어코드 회사들이 가지고 있던 영업권을 사들였다”며 “전 세계 주요 거점에 생산 공장을 보유함으로서 세계 1위 타이어코드 업체로서 확고한 시장 지위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효성은 이를 기반으로 미쉐린, 브리지스톤, 굿이어 등 세계 10대 타이어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열처리 과정을 직원이 살펴보고 있다. / 사진=효성

◇4단계 공정을 거쳐 완성되는 타이어코드

타이어코드 생산공장 안은 귀를 먹먹하게 할 정도의 소리와 뜨거운 기계 열기로 가득했다. 섬유 생산공정 특성상 24시간 초고속으로 가동되는 기계음은 옆사람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다. 생산 공장 안으로 들어가자 ‘품질은 나의 인격이요, 자존심이다’, ‘오염 ZERO, 불량 ZERO’ 등 슬로건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울산공장은 원재료를 녹여 원사부터 최종 타이어코드 제품까지 만드는 전 공정이 각 층별로 갖춰져 있다. 타이어코드 생산은 4단계로 구성된다. 방사, 연사, 제직, 열처리 순서다. 방사 공정에서는 타이어코드 원료인 폴리에틸렌 프탈레이트(PET) 칩에 열을 가해 말랑말랑한 필름 상태를 만든다. 원유에서 만든 PET칩은 쌀알만한 하얀 고체 원료다. 다음으로 필름에 강한 압력을 줘 가느다란 노즐로 나오게 한다. 이 과정에서 필름은 가느다란 실인 원사가 된다.

다음 공정은 연사다. 연사는 ‘실을 꼰다’는 의미다. 추를 사용해 원사 2~3가닥을 하나로 꼬는 작업이다. 이는 가느다란 원사의 집속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다. 김형경 상무는 “0.6㎜ 밖에 되지 않는 연사 한 가닥이 23㎏까지 지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사 공정 설비 앞에서는 품질을 관리하고 있었다. A급이라고 표시된 수많은 연사들이 롤러에 감겨있었다. 김호용 기술혁신팀 대리는 “연사 과정을 마친 원사는 A급과 B급으로 나뉜다”며 “A급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B급은 타이어 제조사가 아닌 다른 곳에 판매한다”고 말했다. A급 비율이 얼마나 되냐고 묻자 그는 “99%가 넘는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다음으로 제직 공정이 이어졌다. 제직 과정에서는 연사 과정을 거친 원사를 자동화 기계가 샾(#) 모양으로 짠다. 일종의 천을 만드는 작업이다. 제직 공정은 원사를 가로와 세로로 엮어 직물 형태로 만드는 베틀과 원리가 비슷했다. 세로 방향인 경사는 타이어 강도를 결정하고 가로 방향인 위사는 타이어코드 모양에 영향을 미친다.

공정이 끝난 직물은 마지막으로 열처리 과정을 거친다. 열처리 공정의 목적은 크게 2가지다. 먼저는 타이어코드에 접착제를 부착하는 것이다. 타이어코드 자체는 접착력이 없어 고무와 붙지 않는다. 열처리 공정에서 타이어코드에 포르말린 등 화학제품과 라텍스로 만든 RFL을 부착한다. 백색이던 타이어코드는 이 과정을 거치면서 붉게 변한다. 또 효성은 열처리 공정에서 장력, 수축성 등을 조절해 고객맞춤형 타이어코드를 만든다.

점심 식사 시간이 가까웠지만 공장안은 분주했다. 모터와 롤러 등 설비가 내는 소음 탓에 시끄러웠지만 직원들은 개의치 않고 업무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만난 직원들마다 자신들이 만드는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불황에도 자신감 내비치는 울산공장

최근 전 세계가 불황을 겪고 있다. 한국도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구조조정 등을 단행하며 앞날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효성은 이런 불황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타이어코드 분야에서만은 따라올 적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중국이 타이어코드 분야를 추격하는 것에 대해 김형경 상무는 “효성 베트남 공장은 저가로 대량생산하지만 저가 경쟁으론 중국을 이길 수 없다. 효성은 기술력으로 승부한다. 타이어코드 후발 주자였던 효성의 전략은 고품질 제품으로 프리미엄 시장(미국, 유럽 등)을 공략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변함없다. 안양 R&D 센터와 울산 공장에서 끊임없이 품질을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정부가 5대 취약업종으로 석유·화학 분야를 선정한 것과 관련해 “타이어코드 산업은 국내에 경쟁자가 없다. 게다가 전 세계에 안정적인 공급망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안정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효성은 지난해 영업이익 9502억원을 기록해 아쉽게 1조 클럽에 들어가지 못했다. 기자는 공장을 나가면서 효성 관계자에게 올해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이 가능하냐고 질문했다. 그는 “당연히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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