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도덕적 해이가 불러온 옥시 참사…정부는 뭐했나?
  • 하장청 기자 (jcha@sisapress.com)
  • 승인 2016.05.0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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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으로 국민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안이한 대처와 5년 만에 떠밀리듯이 사과를 한 가해 기업 옥시에 대해서도 질타의 목소리가 높다.

유해물질 관리에 실패한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며 피해자들에게 이중의 고통을 안겨줬다.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는 정부 승인을 받고 버젓이 유통됐다. 대형병원 의사들이 원인을 파악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정부는 그 동안 묵인해왔다.

2011년 8월 31일 정체불명인 폐질환으로 100명이 넘는 영유아와 산모가 집단 사망한 사건의 원인은 가습기 살균제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심각한 폐질환을 겪고 있는 피해자는 1528명, 사망자는 239명이다. 기존 질환 악화나 경미한 호흡기 질환 등 자각하지 못한 잠재적 피해는 추산불능이다.

지난 2일 최대 피해를 야기한 옥시레킷벤키저사는 사건 발생 이후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사건 원인이 규명된지 무려 1707일 만이다. 아타 사프달 옥시 코리아 대표는 정부 피해조사 1등급과 2등급을 받은 피해자 가운데 옥시 제품 사용자를 대상으로 포괄적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피해자들의 절규를 외면해왔던 옥시는 검찰 수사가 본격화됨에 따라 5년 만에 고개를 숙였다. 이는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수순에 불과해 보인다. 유해성 인지 여부, 제품 관련 연구결과 조작 의혹, 책임 축소 등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옥시의 문제 해결 약속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그 동안 정부와 새누리당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2008년 대학병원 의사들이 원인 미상 폐 질환과 가습기 살균제와의 연관성을 조사해야 한다고 했을 때도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보건복지부와 환경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지 않았다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대규모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해성분을 제대로 규제하지 않아 정부가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자 지난달 29일 새누리당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보상 특별법’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런 새누리당 의도는 탐탁지 않게 여겨진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법’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가해 기업의 문제일 뿐 정부 책임은 없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관련 법안은 2011년 보건복지부의 폐 손상과 관련된 역학 조사 이후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된 바 있다. 2013년 4월 장하나 의원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 법안을 발의했는데, 기획재정부와 새누리당 반대로 처리가 무산됐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의 피해 구제 문제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찾아볼 수 없다.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의 초기 미숙 대응과 후속 대처 실패가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도 의심스럽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을 정말 몰랐던 걸까. 정부가 허용한 물질로 제품을 만들어 사고가 발생한 만큼 궁극적인 책임은 국가에 있다. 새누리당은 야당과 협조해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을 제정하고 사회감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이제라도 정부는 진심이 담긴 사과와 함께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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