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위축에도 분양권 거래 늘어난 까닭은?
  • 노경은 기자 (rke@sisapress.com)
  • 승인 2016.05.0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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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규제 적용되지 않는데다 기존 아파트보다 시설 나아
서울 송파구 잠실본동 아파트 전경 / 사진=뉴스1

여신강화 선진화 가이드라인 적용 100일을 맞으면서 수도권 주택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신규 분양권 거래량은 꾸준히 늘어나는 반면, 준공된 아파트 인기는 싸늘하게 식어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달부터 대출심사가 깐깐해진 비수도권 주택시장도 수도권과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4일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가 실시된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 간 준공이 완료된 아파트에서는 총 2만618건의 손바뀜이 일어났다. 1년 전 3만5234건 거래가 발생한 것에 비해 41.5% 급감한 수준이다.

반면 같은기간 신규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은 늘었다. 지난해 같은기간에는 분양권 거래가 948건이 진행됐으나 올해는 1821건으로 92%나 급증했다.

이처럼 신규 분양권이 준공된 아파트보다 각광받는 이유는 기존 아파트와 새 아파트 간 집값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전셋값 급등은 기존 아파트 매맷값을 밀어올리면서 가파르게 상승했다. 같은기간 분양시장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집값 하락 우려에 수요자들이 집을 구매하지 않고 전세만 선호하면서 미분양이 넘쳐났고, 건설사들은 가격을 낮춰 분양해 기존주택과 신규주택 간 가격 격차가 줄어든 것이다.

가격 차이는 미미한데다가 새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진 트렌드도 신규 분양권 인기에 힘을 보탰다.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는 기존 주택에 비해 커뮤니티 시설이 잘 마련돼 있다. 또한 단지 지상 주차장을 없애면서 공원과 같은 조경을 해놓기도 한다. 설계도면도 진화하면서 채광율은 높아졌고 전용면적은 커졌다. 이는 입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신규분양시장 분양권 선호도가 높아진 점은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중도금 대출이 용이했던 게 주효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금융당국이 앞으로도 기존 주택이 아닌 분양시장 집단대출에 대해서는 규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유지하기로 발표하기도 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대출규제 강화에 따른 분양권 선호현상은 전국으로 확산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윤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수도권에서는 기존에도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소득에 따른 대출액 상환능력 평가가 이루어졌지만 지방권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집단대출을 통해 내집마련을 하려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주택 가치는 떨어지고 거래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방의 주택시장은 이미 냉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아파트 매매가는 지방 5개 광역과 기타 지방에서 각각 마이너스(-) 0.01%를 기록했다. 대구광역시는 17주 연속, 광주광역시는 5주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고 대전광역시는 하락세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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