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장벽 허무는 힘은 진정성밖에 없다”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6.05.05 17:48
  • 호수 1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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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 끝에 ‘여당 험지’ 개척한 정운천 새누리당 당선자

민심은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통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 충격적인 패배를 안겨줬다. 하지만 참패의 그늘에서도 그나마 빛을 발한 곳이 있었다. 바로 새누리당의 험지(險地)로 분류됐던 호남권 출마 후보들의 선전(善戰)이었다. MB(이명박) 정부 시절 초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정운천 당선자는 2010년 전북지사 선거와 2012년 19대 총선에서 연이어 낙선한 후, 세 번째 도전장을 낸 끝에 전북 전주시 을 선거구에서 당선됐다. 37.5% 득표율로 2위 후보와는 단 111표 차이의 짜릿한 신승(辛勝)이었다. 정 당선자는 4월28일 전북 전주 효자동에 있는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했다. 치열했던 선거전을 보여주듯 정 당선자의 얼굴은 봄 햇살에 무척이나 그을린 채였다. 그는 “선거 때만 해도 얼굴이 더 검었는데 지금은 그나마 조금 나아진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 시사저널 이종현


험지에서 거둔 힘겨운 승리였다. 승리 요인은 무엇이라고 평가하나.

(나는 시험으로 치면) 삼수생이다(웃음). 그래도 지난 6~7년간 지역을 떠나지 않고 지역민을 만나며 진정성을 보여드린 것에 대해 지역민이 화답해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4·13 총선에서 영호남으로 나뉘는 지역구도에 균열이 생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장에서도 호남 정서의 뚜렷한 변화를 느끼나.

대구의 김부겸이나 전남의 이정현 등 이번 총선에서 여야의 험지에 출마해 당선된 인물들의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당을 떠나 인물론을 내세우며, 지역에 천착하면서 수년간 밭갈이를 해왔던 이들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개척자들의 노력으로 지역구도에 일정 정도 균열이 있었지만, 내용적으론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결국 지역 장벽이라는 철옹성을 깨기 위해선 진정성밖에 없다는 점이 드러났을 뿐이다.

선거를 치르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굳이 어려웠던 점이라면 이곳이 여당 불모지다 보니 조직이 부족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래도 하루하루 유권자를 만나고 대화를 하며 (나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굉장히 즐거웠다. 선거에 꼭 당선된다는 목표에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한 분, 한 분을 만나는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마치 농사를 짓듯이….

“개발 중심의 산림법으로 바꿔야 한다”

농업 분야 전문가로서 의정활동에 기대를 거는 이들도 많다.

국내 농업 분야 중에서도 향후 개발해야 할 영역이 산림 분야다. 지금까지 산림 정책은 산림녹화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그렇다 보니 산림 자원에 대한 가치를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제대로 된 치산(治山) 정책이 잘 안 돼 있기 때문이다. 녹화 중심, 규제 중심의 산림법에서 개발 중심의 산림법으로 바꿔야 한다. 그동안 산림을 자원화하자는 주장이 많았지만, 드라이브를 거는 이가 부족했다. 국회가 개원하면 이러한 부분을 주력해서 해볼 생각이다.

정 당선자를 떠올리면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생각날 수밖에 없다. 혹시 그때 국회로 가려고 결심하지 않았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장관으로 발탁하면서) 5년간 (국정운영을) 같이 하자고 했다. 심지어 차관 인사까지도 맡길 정도로 신뢰했고, 전폭적인 힘을 실어줬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기존 농림부에 식품을 결합해 패러다임을 바꾸는 정책을 꾸준히 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숨겨지고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잘못했다는 나쁜 이미지만 남았다. ‘광우병 재앙’이 올 것이라는 극단적인 주장이 있었지만,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어떤가.

그래도 (그때를 돌아보면) 반성할 부분도 있다. 국민이 생각하는 이른바 국민 정서라는 것과 우리(정부)가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당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면서) 조금 시간을 두고 (국민과 정부의 의견 차이 등) 갭을 줄이는 것이 중요했고 그것이 민주주의다. 정부가 너무 급했다. 747정책을 통해 경제성장을 해야 한다는 급한 마음에 속전속결로 갔던 것이 지금 생각하면 아쉽다.

이 전 대통령을 언급했지만, 대표적인 친이(親이명박)계 인사로 분류된다.

나는 친이든 친박(친박근혜)이든, 그런 (계파 구분에) 영향을 받았던 적은 없다. 솔직히 그런 구분이 지역구 선거에 단 1%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친이다, 친박이다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그런 끈도 없다. 정치권과의 오랜 관계를 통해 정치인이 된 사람도 아니다. 그저 지역 장벽을 넘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한 독립군이라고 봐주면 좋겠다.

당이 총선에서 참패했다. 선거 후폭풍이 거세다.

누구도 예상지 못한 결과였다. 역시 국민이 추상같이 심판을 했다. 호남은 더민주를, 수도권은 새누리당을 가차 없이 심판했다. 국민들은 (정치권이) 싸우지 말고 갈등하지 말라는 것이다. 계파다, 영호남이다, 이런 것들은 이제 다 치우고 타협과 협치를 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정치권이) 그런 명령을 빨리 알아차리고 맞게 가야지 그러지 않으면 더 후퇴한다. (총선 결과는) 지금까지 여의도에서 해왔던 정치 패러다임, 프레임을 그만하라는 준엄한 경고다.

여당과 청와대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행정부와 국회, 특히 여당은 밀접하고 유기적인 소통을 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가 안정된다. 국회 따로 행정부 따로 돼서는 안 된다. MB 정부 당시 촛불 정국 때는 일주일이 멀다 하고 당정협의 하고 문제를 풀어갔다. 지금 다시 그런 회의를 많이 해야 한다. 청와대와 국회는 어깨를 마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투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협의하고 소통하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다들 당정이 막혀 있다고 답답해하지 않나. 그럼 열어달라는 것이다. 그게 국민의 명령이다.

차기 원내대표를 뽑아야 한다. 마음은 정했나.

나는 (앞서) 독립군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나. (계파를 떠나) 소통하고 혁신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야당과 잘 협상하고 협력하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는 진정성 있는 분이 맡아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언론이 계파 구분에 관심을 갖다 보니 가급적이면 계파를 벗어난 사람이 되면 더 좋을 것 같다.

당 대표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보나.

지금은 외부영입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새누리당이 선거 패배로 침체돼 있으니 외부에서 국민이 신뢰할 사람이라면 누구나 영입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통해 당내 계파 대립 구도도 벗어날 수 있다. 또 새누리당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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