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에서 ‘지시’까지, 의혹 부인하려다 스스로 인정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6.05.11 16:35
  • 호수 1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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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본 ‘어버이연합 게이트’ 파문
4월21일 어버이연합이 서울 용산구 시사저널 사옥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어버이연합의 보수집회 일당 알바 고용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작된 ‘어버이연합 게이트’ 파문은 20대 국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더민주)과 국민의당을 손잡게 했다. 양당은 일제히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공식적인 연합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5월3일 더민주 보수단체 불법자금 지원 의혹규명 진상조사 TF는 “어버이연합의 활동 내역을 보면 보수운동 단체라기보다는 박근혜 대통령을 철저히 보위하는 단체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시사저널이 지목한 청와대 행정관의 ‘집회 지시’를 문제로 지적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더민주의 공동대응 제안에 대해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어버이연합과 관련된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렇게 ‘어버이연합 게이트’가 논란이 된 지금까지 어버이연합과 청와대는 자신들과 관련된 의혹들을 부인해왔다. ‘청와대 지시설’을 직접 증언한 어버이연합 측은 말을 바꿔가며 기사 내용을 반박했고, 시사저널 규탄 집회를 열어 “왜곡 보도”라는 주장을 폈다.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 허현준 선임행정관은 시사저널 1384호에 대한 출판 금지 등 가처분 신청과 민사소송을 개인 명의로 제기했다. 하지만 반박 과정에서 어버이연합은 일당 알바 등 자신들을 둘러싼 의혹과 청와대 행정관의 개입 사실을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이 내용들을 키워드를 통해 살펴본다.

▒ 일당
‘일당 알바’ 동원 사실 확인되자 “교통비 지급”


어버이연합이 세월호 반대 집회를 비롯한 각종 보수집회에 ‘알바’를 동원한다는 사실이 시사저널 보도로 드러난 후, 어버이연합 측은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의 해명자료를 어버이연합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집회에 참여한 탈북자들에게 지급한 돈은 알바들의 ‘일당’이 아닌 ‘교통비’라는 내용이었다. 탈북자들을 고용했던 ‘탈북어버이연합’ 간부 이모씨가 ‘탈북자들에게 교통비라도 지급해야 한다’고 제안해 집회에 참석한 탈북자들에게 교통비 명목으로 돈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돈이 월말에 계좌를 통해 한꺼번에 지급됐다는 점에서 ‘교통비’라는 어버이연합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어버이연합은 4월21일 시사저널 사옥 앞에서 가진 시사저널 규탄집회에서 탈북자들에게 돈을 지급한 사실을 스스로 시인했다. 김미화 탈북어버이연합 대표는 “탈북자들이 반국가 종북단체와 맞서기 위해 일당 2만원을 받고 참석했다”고 밝혔다.

▒ 지시
청와대 지시 의혹 “지시가 아니라 협의”


시사저널은 4월20일 청와대 지시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 어버이연합 측 핵심 인사의 발언을 직접 인용한 것으로 “청와대 행정관이 한·일 위안부 합의안 지지 집회를 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를 거부하자 못마땅하게 여겨 공격을 하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단독] 어버이연합 “청와대가 보수집회지시했다”’ 기사 참조> 이어 4월22일 “위안부 합의안 체결 이후 허 행정관이 집회를 열어달라고 했다”는 구체적인 기사를 보도했다. 4월21일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인터뷰에서 직접 밝힌 내용이다. <‘[단독] “청와대 행정관이 집회 열라고 문자 보냈다”’ 기사 참조> 당시 추 사무총장은 “시사저널의 보도<4월20일 ‘[단독] 어버이연합 “청와대가 보수 집회 지시했다”’>가 나가기 직전 허행정관이 전화를 걸어 ‘시사저널이 기사를 내려고 한다. 총장님이 나서주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밝혀 청와대가 보수단체의 물리력을 동원해 언론 탄압에 나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데 보도가 나간 이후 청와대 지시의혹이 논란이 되자 추 사무총장은 말을 바꿨다. 4월22일 저녁 추 사무총장은 JT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시’가 아니라 ‘협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에 아는 사람이 없다. 행정관 아는 사람은 있는데 그 사람은 시민단체에 있었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다”라고 밝혔다. 허행정관과 원래부터 알고 지냈다는 사실을 스스로 언급한 것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4월21일 청와대 지시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인했다. 그러나 추가 기사가 보도된 이후인 4월25일에는 “어버이연합 관련 논란의 핵심은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느냐에 대한 것인데 지시는 없었다”라고 밝히면서 ‘지시’라는 단어에 중점을 뒀다.

▒ 문자
“월요일날 하라고 했는데 수요일에 했다”


추 사무총장은 이후 허 행정관의 지시를 받은 것이 아니라 허 행정관과 ‘협의’를 했다고 계속해서 주장하면서 집회와 관련해 허 행정관과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것을 인정했다. 허 행정관은 4월2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어버이연합이 (청와대의) 집회 지시를 거부했다고 했는데 어버이연합은 한·일 위안부 합의 체결을 환영했고 지난 1월6일에 주한 일본대사관 소녀상 근처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체결을 환영하는 기자회견도 했다”며 “시사저널의 보도는 기본 팩트조차 확인하지 않은 명백한 오보이기 때문에 법적 대응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날인 4월21일 허행정관은 시사저널 1384호에 대한 출판금지 등 가처분신청을 했다.

그러나 추 사무총장은 허 행정관의 요구는 있었으나 자신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요구한 날짜에 집회를 연 것이 아니기 때문에 허 행정관의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추 사무총장은 4월21일 인터뷰에서 “허 행정관이 한·일 위안부 합의안 체결과 관련한 집회를 월요일(1월4일)에 열어달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며 “우리(어버이연합)는 월요일보다 위안부 수요집회가 있는 수요일(1월6일)에 집회를 갖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서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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