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건설, 태백 ‘365세이프타운’ 횡령 의혹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press.com)
  • 승인 2016.05.12 17:04
  • 호수 1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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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委 “사업비 28억원 편취·예산 6억원 낭비”…춘천지검 수사 착수

한 대형건설사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강원도 태백시의 ‘365세이프타운’(세이프타운)의 시공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시사저널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10월부터 세이프타운에 대한 조사에 착수, 올해 3월14일 춘천지검과 감사원에 이첩한 것을 확인했다. 또 사업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내부 보고서, A건설과 태백시 간 공사비 중재 재판 결과 보고서 등을 단독 입수했다. 권익위는 A건설 측이 약 28억원의 사업비를 편취하고 6억원가량의 예산을 낭비한 의혹이 있다고 판단했다. 권익위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자료를 토대로 조사 중이다.

 

1800억원 투입된 ‘국민안전체험 테마파크’

 

‘365세이프타운’은 폐광지역인 태백시에 적합한 공익적 대체산업으로 2003년 선정된 안전체험사업이다. 도시 밀집화에 따른 안전사고의 다양화, 자연재난 대형화 추세를 고려해 국민들의 재난대처능력 제고를 위해 국민안전문화 진흥 차원에서 추진된 사업이다.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에서는 ‘테마파크를 즐기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몸으로 각종 재난을 체험하면서 안전의 중요성과 대처 요령을 익히는 신개념의 세계 최초 에듀테인먼트 시설’로 소개하고 있다.

 

A건설이 시공한 강원도 태백시의 ‘365세이프타운’이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 시사저널 유지만

세이프타운은 강원도 태백시 장성동에서 철암동 일원에 걸쳐 장성지구, 중앙지구, 철암지구 등 3개 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3개 지구의 부지는 총 95만376㎡이며, 건축 연면적은 2만5964㎡에 달한다. 상암월드컵경기장의 133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사업비는 총 1790억원이 투입됐다. 국비 1133억원, 강원도비 250억원, 태백시비 407억원 등이다.

 

A건설은 벽산건설과 ㈜대양, ㈜거양, ㈜거양산업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에 참여했다. A건설이 50%를 담당하고 나머지가 50%를 나눠 맡는 방식이다. A건설은 체험관이 모여 있는 장성지구의 건축, 전기, 정보통신, 소방 등을 모두 담당했고, 나머지 업체들은 중앙지구와 철암지구의 토목공사를 맡았다. 계약 방식은 설계·시공 일괄입찰(턴키 방식)이었다.

 

A건설은 계약을 체결한 후 4차례 설계변경을 했다. 2006년 당시 1239억원에 체결했던 도급계약액은 설계변경을 거치면서 1438억원으로 늘었다. 또 태백시와 한국건설관리공사 간에 맺은 관리용역 계약은 9차례 변경계약을 거치면서 33억6700만원에서 74억197만원으로 증가했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공사가 끝나가던 시점인 2012년경이다. 준공 시점이 가까워졌지만 태백시가 인수하는 데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던 것이다. 준공검사가 완료된 2012년 8월12일 직후 태백시 내부에서 작성된 하자검사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약 30가지 항목에서 미비하거나 부실한 부분이 지적됐다. 세부적으로 따지면 체험관 시설에서만 29가지의 문제점이 발견됐다. 체험관에 쓰이는 영상물의 경우에는 감사원 지적사항도 있었다. 보고서에는 ‘체험관 설계변경으로 영상물 단가 과다 계상이 감사원에 지적됐고, 건설사업관리단에서 영상물의 품질, 수량에 대한 검수를 진행하지 않았으므로 영상원본 소스납품과 검수작업 진행을 요구함’이라고 적혀 있다. 또 ‘장성지구 주차장 CCTV, 체험관 CCTV, 곤돌라 운영 시설 CCTV, 중앙지구 챌린저 시설 등 안전 문제 발생이 예상돼 보완 요청했으나 설계변경 사안으로 시공사가 보완 거부함’이라 지적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은 준공 승인 이전부터 제기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태백시 관계자의 얘기다. “준공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시 내부에서도 ‘이대로는 인수할 수 없다’는 의견이 계속 올라왔었다. 인수하기에는 문제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번 사업은 턴키 방식이라 설계와 시공을 전적으로 A건설에서 담당하는데,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부실한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A건설 측과 많은 갈등을 빚었다. 그 와중에 감리단에서 준공 승인이 나버렸다.”

 

‘365세이프타운’ 장성지구 지진체험관에 있는 중고 마티즈 자동차. ⓒ 연합뉴스


권익위 조사 나서…사업비 편취·낭비 의혹

 

결국 문제가 커지면서 권익위가 조사에 나서는 상황에 이르렀다. 권익위는 접수된 신고를 바탕으로 세이프타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권익위 조사 결과, A건설 컨소시엄 현장대리인과 감리를 맡은 한국건설관리공사(KCM) 관계자, 태백시 관계자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고 판단, 검찰에 관련 내용을 이첩했다. 권익위는 이 중 A건설 측 관계자에게는 사업비 편취 및 예산낭비 의혹이, 한국건설관리공단과 태백시 관계자에게는 업무상 배임 의혹이 있다고 봤다.

 

권익위 조사 결과, A건설 측은 총 47건의 공정에서 편취한 것으로 추정됐다. 금액으로는 27억6557만원가량이다. 이어 예산 낭비 추정 금액인 5억8294만원을 합하면 총 33억원가량이다. 예를 들면 A건설 측은 설치하지 않은 5가지의 전시영상장비를 설치한 것처럼 꾸미는 수법을 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편취했다는 지적을 받는 금액은 총 2100여 만원이다. 또 지진체험관의 라디오 설치 예산에 디자인, 연출, 앰프 구입비, 스피커 구입비 등이 책정돼 있었지만 실제로 기능이 없는 라디오 한 대만 설치됐다. 라디오 옆에 전시된 중고 마티즈 자동차에는 ‘폭발하는 자동차’ 연출이 가능하도록 돼 있었으나 기능 없는 자동차만 놓여 있었다.

 

감리를 맡은 KCM의 일처리도 도마에 올랐다. 태백시는 하자검사 과정에서 KCM이 A건설 측의 부실한 시공에 대한 문제 지적 없이 준공을 승인했다고 지적했다. 하자검사 보고서에는 ‘예비준공 지적사항 미조치 60건 중 22건을 시공사가 발주처와 협의 진행 과정 없이 임의로 설계변경으로 판단한 후 발주처 요청을 무시하였고, 건설사업관리단은 법률 검토를 하지 않고 시공사의 부당한 행위를 묵인하였음’이라 적혀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KCM “문제 될 것 없어”…A건설 “사실 무근”

 

권익위에서도 KCM의 업무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KCM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KCM 측은 부실시공, 물품 미납품, 단가 부풀리기 등에 의한 사업비 편취 및 예산낭비 등 사업 시행 전반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음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공처리를 승인해주면서 A건설 측에는 이익을, 태백시에는 손해를 안긴 의혹이 있다”고 전했다.

 

발주처인 태백시의 업무 담당자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권익위는 태백시 공무원에게도 업무상 배임 의혹이 있다고 봤다. 해당 공무원은 공사 당시 사업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다가 준공 승인이 난 후 고위직으로 승진했다. 이후 권익위가 태백시에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통보한 지난해 11월쯤 명예퇴직했다. 권익위는 해당 공무원이 공사계약 일반조건상에 명시된 현장인수와 관련된 규정을 어겨 태백시에 손해를 끼치고 A건설 측에 이익을 안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권익위는 내부 심사를 거친 뒤 대검찰청과 감사원에 자료를 넘겼다. 사업 관련 수사를 진행함과 동시에 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 및 부당하게 집행된 사업비를 환수하기 위함이다. 사건을 접수한 대검찰청은 춘천지검에 사건을 넘겼다. 현재 검찰은 관련 자료를 토대로 의혹에 대한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상 배임 의혹을 받고 있는 KCM 측은 “문제 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KCM은 지난해 11월 권익위가 조사에 나서자 그동안 지적된 문제점에 대한 소명서를 만들어 제출했다. 시사저널은 KCM 측에 취재 사실을 알리며 관련 문서를 보여줄 것을 요청했지만, KCM 측은 “현재 문서를 공개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거절했다. 다만 KCM 측은 권익위에서 문제를 삼은 부실한 감리 부분에 대해선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KCM 관계자는 감리에 대해 “당시 준공 날짜는 점점 다가왔고, 감리 결과 그 정도는 크게 문제 될 것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A건설 측이 허위 납품, 단가 부풀리기 등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설계보다 더 좋은 장비를 쓴 경우도 있는데 잘 안 된 부분만 지적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권익위가 모든 이해 당사자를 다 불러서 조사하지 않고 너무 급하게 조사한 것 같다”고 지적하며 “현재 검찰에 관련 자료가 넘어가 있다고 하니 향후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이번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A건설 측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A건설 관계자는 “자체 검토한 결과, 공사 과정에서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일방적인 주장만 가지고 조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A건설 측은 또 “이 공사를 맡아서 이득을 본 것이 하나도 없다. 지자체 발주 사업이라 사실 남는 게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A건설은 2012년 6월과 2015년 5월 두 차례에 걸쳐 태백시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신청을 했다. 중재원은 2013년 8월 첫 번째 중재에서 태백시가 A컨소시엄에 74억2494만원을 지급하라는 판정을 내렸으며 2015년 2차 중재에서는 추가적으로 8억2000여 만원을 주라고 판단했다.

 

A건설은 중재원의 판단을 토대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신들의 억울함이 풀릴 것이란 기대를 보였다. 중재원이 자신들의 손을 들어준 만큼, 정당하게 공사를 했다는 것이다. A건설 관계자는 “검찰에서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하니, 오히려 억울함이 풀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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