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법안 강화하겠다”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press.com)
  • 승인 2016.05.12 17:10
  • 호수 1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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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친화주의자’ 자처하는 채이배 국민의당 당선자

국민의당 비례대표 6번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 채이배 당선자는 대표적인 ‘재벌 전문가’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와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을 역임하며 쌓은 노하우는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중 발군으로 평가받는다. 시사저널은 5월2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커피숍에서 채 당선자를 만났다.

 

채 당선자는 국회 입성에 대해 “단지 직장을 옮긴 것뿐”이라고 자평했다. 그동안 해온 일을 국회에서 할 뿐, 큰 차이는 없다는 의미다. 채 당선자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경제 활성화 방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저성장 위기론이 등장한 지 10년이 넘어감에도 불구하고 일시적인 효과를 내는 정책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는 “시장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한 재벌 대기업 개혁과 더불어 장기적인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시사저널 이종현

 


당선을 예상했나.

 

예상 못했다. 비례대표 6번도 기대 이상의 순번이었고, 총선 결과가 생각보다 너무 잘 나왔다. 감사할 뿐이다.

 

시민사회에서 15년 넘게 활동하다 정치권에 입문했다.

 

직장만 옮겼을 뿐이다. 그동안 해온 일을 더 잘하기 위해 국회를 선택했다. 2012년 장하성 교수(고려대)가 안철수 캠프 정책본부장을 맡았을 때, 장 교수님을 보좌했었다. 그 인연으로 국민의당에 오게 됐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이 제시하는 경제민주화와 차이가 있나.

 

내가 하려는 재벌개혁이나 경제민주화 부분은 더민주와 크게 노선이 다르지는 않다. 그런데 최근 김종인 더민주 대표가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혼동하지 말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의 큰 부분 중 하나는 재벌개혁이다. 이 부분에서 결이 조금 다르다고 본다. 하지만 더민주의 당론은 여전히 재벌개혁 노선일 것이다. 계속 협력해나갈 것이다.

 

국민의당의 경제정책을 주도하게 될 것 같은데.

 

안철수 대표가 민주당에 있을 때부터 계속 ‘공정성장’을 주장해왔다. 그 부분에 공감한다. ‘공정성장’이란 큰 그림에 대한 법을 제대로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경제민주화에 성과가 있다고 자평했다.

 

박 대통령 기준으로는 굉장히 많이 성취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대선 때 공약 기준으로 보면 많이 부족하다. 점수로 평가한다면 굉장히 낮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경제개혁연구소에서 6개월마다 공약에 대해 평가하는데, 가장 최근 평가가 30점대였다.

 

1호 법안으로 공정거래법, 상법, 상증세법 패키지를 내세웠다.

 

일감 몰아주기를 막기 위한 법안들이다. 대기업이 자회사를 통해 일감 몰아주기를 하면 원래의 협력업체는 바로 도태되거나 하청기업으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이것은 중소기업을 경쟁에서 배제시키는 나쁜 행태다. 또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다. 수혜는 대기업의 오너에게만 돌아간다. 이들은 세금 없는 부의 이전, 경영권 대물림을 할 수 있게 된다. 정당한 상속 과정을 회피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공정거래법과 상법, 상증세법을 묶어서 개정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일감 몰아주기를 방지할 수 있다. 재벌의 단점을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행태가 일감 몰아주기다. 막아야 한다.

 

현행법으론 이를 막을 수 없다고 보는 건가.

 

현행법으론 효과적인 통제가 되지 않는다. 일감 몰아주기로 재벌이 100의 이득을 얻었다고 가정하자. 이것이 문제가 될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내고 주주들에게 손해배상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130, 200의 손해를 봐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일감 몰아주기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문제가 되더라도 ‘남는 장사’다. 규제나 처벌, 민사적인 책임의 강도를 높일 수 있도록 법을 설계해야 한다.

 

정부는 경제가 어렵다며 구조조정과 양적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보통 구조조정은 자산매각과 사업 축소, 인력구조조정이 동시에 이뤄진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인력구조조정에 대한 대책을 잘 마련해줘야 노사 간에 구조조정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실업대책은 하나도 세우지 않은 채, 양적완화만 먼저 내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자구책이 제대로 마련될 리 없다.

 

경제 상황이 급속히 나빠진 것은 맞지 않나.

 

악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대한 우려는 10년 전부터 나왔다. 그동안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것이다. 기업의 위기는 1차적으로 경영진에게 책임이 있다. 또 제대로 사업을 살피지 않은 금융시장, 증권회사와 신용평가사, 감독 당국에도 책임이 있다. 이들은 냉정한 평가를 하지 않고 ‘대마불사’를 외치며 기업에 돈을 계속 밀어줬다. 먼저 경영 악화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가린 뒤, 구조조정과 자금투입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양적완화는 효과 없는 정책이란 얘긴가.

 

금융 당국과 산업은행은 제대로 옥석을 가리지 않고 오히려 부실을 키웠다. 그런 이들이 막무가내로 돈만 투입하겠다고 외친다. 결국엔 부실만 더 키울 수 있다.

 

대기업을 살리고, 이를 통한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지 않나.

 

대기업을 키워주면 중소기업을 거쳐 노동자까지 혜택을 볼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 대기업의 이익을 아래로 뿌려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국민의당에서 주장하는 ‘초과이익공유제’ 같은 것 말이다.

 

일하고 싶은 국회 상임위는 정무위인가.

 

공정한 시장 질서를 위한 재벌 대기업 개혁 문제 및 금융감독 당국의 문제점에 대해 다루고 싶다. 하고 싶은 것은 많다. 그동안 해왔던 일의 연장선상에서 끊임없이 고민할 것이다.

 

벌써부터 20대 국회의 ‘재벌 저격수’로 불리고 있다.

 

언론에서 그런 별명을 붙였다. 어떤 언론에선 ‘반시장주의자’라고도 하더라(웃음). 하지만 난 굉장히 시장친화적인 사람이다. 재벌개혁 문제를 다루는 것도 불법과 편법을 저지르는 경영진이 정도경영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기업의 이익과 경쟁력을 지키는 것이 한국 경제의 근간이라고 생각한다. ‘재벌 저격수’란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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