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국계 NGO 직접 관리하겠다”
  • 모종혁│중국 통신원 (.)
  • 승인 2016.05.12 17:51
  • 호수 1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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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대에서 4월28일 ‘해외 NGO 국내활동관리법’ 초안 통과

“과거에는 공안 당국이 은밀한 감시와 간접적인 경고에 그쳤다면 앞으로 노골적인 간섭과 직접적인 통제에 나설 듯싶습니다.” 지난 4월28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代)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해외 비정부기구(NGO) 국내활동관리법’ 초안이 통과됐다. 이른바 ‘해외NGO관리법’엔 중국의 국가이익을 저해하는 외국계 NGO 활동을 금지시킬 수 있는 조항이 담겨 있다. 또한 공안 당국이 자의적인 해석에 따라 외국계 NGO를 간섭할 수 있다. 이처럼 ‘중국만의 특수성’을 내세워 기존에 활동했던 NGO를 축출하고 신규 NGO의 중국 진출을 원천 봉쇄할 법률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NGO는 공개적인 발언을 삼가고 있다. 한 국제 NGO의 관계자도 필자와의 통화에서 익명을 전제로 입을 열었다. 그는 “이전에도 당국이 사전에 약속을 잡아 면담과 조사를 진행하는 웨탄(約談)은 있어왔다”면서 “이제부턴 공안국이 외국계 NGO를 직접 관리하도록 규정해서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NGO관리법’은 국가 전복 및 분열 등 ‘위법행위’의 범위를 광의적으로 정했다. 따라서 이에 간여한 것으로 여겨지는 외국계 NGO는 바로 추방된다.

 

ⓒ 일러스트 정찬동

 


위법행위로 해석해 외국계 NGO 추방 가능

 

지난 20여 년간 중국이 대외개방과 경제성장에 급페달을 밟아오면서 NGO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금세기 초에 이미 NGO 수가 2000개를 넘어섰고, 참여자는 수십만 명에 달했다. 그중 ‘자연의 벗(自然之友)’이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뒀다. 자연의 벗은 1994년 중국 최초로 정부의 허가를 받은 환경보호 NGO다. 1993년 전국정치협상회의 대표이자 중국문화서원 교수였던 량충제(梁從誡)를 위시해 저명한 지식인들이 주동이 돼 결성했다.

 

량충제 회장은 청대 말기 계몽사상가로 변법자강 운동을 주도했던 량치차오(梁啓超)의 손자다. 2010년 죽을 때까지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애용했다. 외출할 때는 젓가락과 수저를 가지고 다녔으며, 재생용지로 만든 명함만 사용했다. 이런 량 회장의 명성이 더해져 자연의 벗은 중국 최대의 환경보호 NGO로 급성장했다. 현재 수만 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고, 여러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의 후원을 받고 있다.

 

중국에 처음 상륙했던 국제 NGO도 환경보호단체인 세계야생동물기금협회(WWF)였다. WWF는 1980년대부터 멸종위기의 희귀동물인 판다의 보호를 위해 중국 정부와 협력했다. 이런 공조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1996년 베이징에 첫 사무소를 개설했다. 현재 WWF는 중국 전역 9개 대도시에 사무실을 두고 중앙 및 지방정부, 대학, 연구소 등과 100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손쉽게 연착륙한 WWF와 달리 그린피스(Greenpeace)의 중국 진출은 험난했다.

 

그린피스는 1990년대 초 홍콩에 지부를 설립한 뒤 대륙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그린피스의 진입을 불허했다. 2002년에야 겨우 허가를 받아 베이징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했고, 2005년 정식 지부를 설립했다. 현재 그린피스 중국지부는 각종 환경오염에 대한 조사와 감시, 공익 캠페인 등에 치중하고 있다.

 

외국계 NGO 통제 강화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AP 연합

중국 내 외국계 NGO 5000개 넘어

 

이외에도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NGO는 1000여 개에 달한다. 여기에 단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NGO를 합치면 모두 5000~6000개로 추산된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이들 외국계 NGO를 ‘제5열’처럼 취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공안 당국은 2013년부터 외국계 NGO를 대상으로 등록경로, 자금, 인력, 활동범위 등을 전면적으로 조사해왔다. 이들이 서구 세계의 사상과 가치관을 중국에 침투시키고 각종 정보를 빼내는 스파이로 활동한다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2015년 7월 경찰간부 양성 요람인 인민공안대학 왕춘쿠이(王存奎) 교수는 ‘둬웨이(多維)’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시각을 드러냈다. 왕 교수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NGO 중 중국 정치를 흔들 목적을 가진 단체가 수백 개나 된다”면서 “과거 동유럽 공산권 붕괴에 일익을 담당했던 국제 NGO도 진출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은 중국 사회 각 분야에 침투해 서구의 이데올로기를 퍼뜨린다”면서 “정치, 경제, 과학기술, 군사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중국 내부의 반체제 세력도 지원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활동자금의 흐름이다. 대다수 외국계 NGO는 외국 정부, 다국적 기업, 슈퍼리치 등의 후원을 받고 있다. 과거 필자가 만났던 WWF와 그린피스 관계자도 “중국 내에서 단 한 푼의 후원금도 모금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외국계 NGO가 유입하는 연간 수억 달러의 자금 중 일부가 국내 NGO로 흘러 들어가는 점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내 NGO는 법률상 기금 마련에 엄격한 제한을 받는 데다 회비를 내는 회원 수가 그리 많지 않다. 만약 외국계 NGO의 지원이 끊기면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서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했다. 지난 1월4일 ‘중국 긴급행동 활동그룹’ 소속 스웨덴인 활동가 피터 다린을 국가안보 위협 혐의로 구금했다. 다린은 스웨덴 정부의 항의와 노력으로 같은 달 25일 풀려났지만, 관영 CCTV에 출연해 자신의 혐의를 자백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번에 전인대에서 통과된 ‘해외NGO관리법’은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에서 화룡정점을 찍은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내 NGO에 대한 탄압이 강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2015년 12월 광둥(廣東)성에서 활동하는 노동자 권익보호 NGO 4곳의 간부 등 15명이 공안 당국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 해당 NGO들은 노동자와 기업, 지방정부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임금체불 해결에 힘써왔던 단체였다. 올 1월엔 농민공(農民工)을 지원해온 NGO의 간부 7명이 추가로 체포돼 4명이 구속됐다. 이들 활동가는 공공질서 문란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지난 2월1일에는 여성 인권 NGO인 중쩌(衆澤)여성법률자문서비스센터가 폐쇄됐다. 중쩌는 1995년 베이징대학 산하 기관으로 출범했다. 그동안 여성의 권리 및 재산 보호, 가정폭력 방지, 노동권익 향상 등을 위한 법률 지원을 수만 건이나 처리했다. 또한 중쩌를 이끌어왔던 궈젠메이(郭建梅) 변호사는 중국의 대표적인 여성 인권운동가다. 지난해 6월에는 가정폭력을 일삼은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리옌(李彦)을 최고인민법원(대법원)에서 원심판결을 파기받도록 도왔다. 중쩌가 2010년 베이징대의 자금 지원이 끊긴 뒤 외국계 NGO의 후원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폐쇄 배경을 짐작해볼 수 있다.

 

서구 세계는 이런 중국 정부의 행보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해외NGO관리법’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집권한 이래 행해지는 시민사회와 발언의 자유에 대한 광범위한 탄압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백악관도 “‘해외NGO관리법’은 중국 시민사회의 활동을 제약할 것”이라며 비판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미국 내 연설에서 “외국계 NGO는 중국 법률을 준수하고 법에 따라 행동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반박했다. 시 주석 체제 아래서 NGO에 대한 숨통 조르기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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