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말 바꾸기 나선 주한미군은행…‘영리은행’ 시인했으니 수백억 이자수익 세금 내야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6.05.18 14:50
  • 호수 1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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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노동자 구조조정 과정에서 “CB는 운영경비 자체 조달하기 때문에 영리은행” 주장

한·미 방위비분담금을 관리하는 주한미군 은행 ‘커뮤니티 뱅크(Community Bank·CB)’가 한국인 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영리은행’임을 스스로 시인했다. CB가 영리은행이라면 그동안 방위비분담금을 통해 벌어들인 이자수익에 대한 과세가 가능하다. 

 

 

 

CB, 구조조정 과정에서 ‘영리은행’ 인정

 

시사저널은 지난해 ‘[단독] 주한미군 불법 이자놀이 실태 최초 확인(1336호, 2015년 5월24일자)’ 기사를 통해 CB의 계좌내역을 최초로 보도한 바 있다. 이 계좌내역에 따르면, CB는 우리나라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진 방위비분담금을 국내 시중은행에 예치해 연 최소 300억원 이상 이자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 측에서는 지금까지 CB가 3000억원 이상 이자소득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위해 한강 이북의 부대를 평택기지로 재배치하는 데 합의하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도 부대 이전 결정에 따라 평택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대 이전이 진행되면서 한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감원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미군 교역처(AAFES)는 “한국인 직원들의 50%를 강등 및 시간제 일자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CB 역시 다르지 않다. CB는 지난 4월 노조 측에 ‘병력감축에 따른 근무시간 변경통지서(Notice of Work Hour Change due to Reduction-in-Force)’라는 문서를 보내, 오는 7월1일까지 한국인 직원 50%를 시간제 일자리로 전환하겠다고 통보했다. 노조 측은 즉각 반발했고 노사 회의를 거치면서 구조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CB는 기존의 입장을 뒤집어 “CB는 영리은행이며, 따라서 이윤창출을 위해 직원들을 감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CB 노사 회의에서 나온 내용 중 일부분이다.

 

 

 사 측: CB는 비영리은행이 아니다.

 

 노조 측: 비영리은행이 아니라고?

 

 사 측: CB는 운영 경비를 자체 조달한다.

 

 노조 측: 운영 경비를 자체 조달한다고?

 

 사 측: 그렇다. CB는 미국의 해외주둔 장병과 군속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이다. CB는 운영 경비를 자체 조달하고 있다. 그래서 CB를 비영리은행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CB는 운영 경비를 자신들이 충당(Selffunding)하고 있기 때문에 비영리은행이라고 할 수 없다(not non-profit)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지금까지 CB가 주장했던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최응식 전국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위원장은 “CB는 그동안 ‘주한미군, 미군무원, 군속을 위한 서비스 은행이기 때문에 운영 경비는 미 국방부로부터 제공된다. 은행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미 국방부에 주고, 손실이 생기면 국방부에서 보조를 한다’고 주장해왔다”면서 “이와 같은 이유로 인위적인 감원은 없다고 수차례 직원들에게 이야기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기지 이전 등으로 상황이 변하자 본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BoA 운영 과정에서 영리 방식으로 전환”

 

노조 측은 CB가 처음에는 비영리은행으로 운영돼 오다가 방위비분담금으로 막대한 이자수익을 내기 시작한 최근 몇 년간 급속도로 영리은행으로 변모했다고 주장했다. CB는 미국이 해외에 파견한 미군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주한미군의 경우 미국계 민간은행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가 20여 년째 위탁운영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방위비분담금으로 이자수익을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한 기간과 BoA 운영기간이 거의 일치한다. 이 기간이 수익이 발생한 유일한 기간이다”면서 “이를 근거로 BoA가 비영리 방식에서 영리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강하게 확신하고 있다. 그동안의 수익을 BoA가 가져가지 않았다면 한국의 커뮤니티 뱅크에 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현재 BoA는 미군이 맡았던 은행 업무를 미국계 사기업에 하청을 주는 등 외부 업체와 다양한 계약을 맺고 있다”면서 “한 예로 지난 수십 년간 전국 미군부대의 현금 수송은 미군 헌병대가 맡고 있었다. 미 국방부 현금을 미군 헌병대가 수송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비용도 지불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BoA는 엄청난 비용으로 현금수송 계약을 B*****라는 사기업과 맺었다. 군사은행인 CB가 BoA위탁운영 이후 급속도로 영리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CB가 한·미 방위비분담금으로 올린 이자수익은 얼마나 될까? CB는 주거래 은행인 신한은행에 ‘7700’이라는 별단예금과 보통예금 계좌를 개설해 한국정부로부터 일체의 돈을 받고 있다. 별단예금(Special Deposit)은 보통 은행 계좌라기보다 돈을 한시적으로 보관하는 일종의 금고에 가깝다. 여기서 이자는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커뮤니티 뱅크가 별단예금 외에 개설한 보통예금이다. 이 보통예금은 1990년 2월1일 조흥은행(현 신한은행) 이태원지점에서 개설됐고, 연 0.1%의 이자가 붙는다. 이 보통예금의 계좌번호는 1**-0**-5*****(구계좌: 3**-0*-0*****)다. CB는 직원 감축 과정에서 영리은행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계좌에는 버젓이 ‘군사은행’이라고 기재하고 있었다. 시사저널이 확보한 신한은행 통장 계좌에는 예금주란에 ‘미8군 군사은행(BoA)’으로 적시돼 있다. 이는 세금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이중과세방지협약을 맺었는데, 협약 13조3항에 따르면, ‘정부와 중앙은행의 양자가 전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기관에 의하여 수익이 발생되는 경우 과세로부터 면제된다’고 돼 있다.

 

 

 

CB, 방위비분담금 이자수익만 연간 300억원

 

그러나 CB가 군사은행이라면 이자수익을 벌어들이는 영리 활동은 모두 위법이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CB의 법적 지위는 ‘초청 계약자’다. SOFA 노무조항 해설에 따르면, ‘초청 계약자는 미국 법률에 따라 조직된 법인을 포함하여 미국 정부와 주한미군을 위한 조달 계약을 체결하고 동 계약의 이행만을 위해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자로서…(중략)…이들은 주로 ‘군사은행’, 비행장 시설물 관리, 학교, 음식물 조달 등의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SOFA 제7조에는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는 자(초청계약자=CB)는…(중략)…본 협정의 정신에 위배되는 어떠한 활동을 하지 않을 의무를 진다’고 명시돼 있다. 육군본부의 ‘한미행정협정 해설서’를 보면 이 의무에는 ‘영리 활동을 하지 않을 의무’가 포함돼 있다. 즉 군사은행으로서 초청 계약자 신분인 CB가 이자소득을 올리는 영리 활동을 한 것은 SOFA 제7조를 위반한 것이 된다.

 

CB가 최근 그들의 주장처럼 영리은행이라고 할지라도 ‘방위비분담금에서 기인한 이자수익만을 산정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우리 정부가 과세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CB 내부 자료를 보면, 방위비분담금을 예치한 은행과 예치금, 예치 기간, 이자율 등 이자수익에 관한 모든 정보가 정확히 산출돼 있다. 이 내부 문서에 따르면, CB는 한국 정부가 미국 측에 매년 지불한 1조원에 이르는 돈을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에 약3~4개월 단위로 2~3%대 이율의 정기예금(TD)에 분산 예치했다. 여기서 발생한 이자는 최소 약 100억원이었다. 연간으로 따질 경우 최소 300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주한미군의 ‘이자 놀이’ 현황을 세부적으로 보면, CB는 2010년 7월13일 기준으로 모두 8곳의 시중은행에 2.02~2.97%대의 이율로 4개월 미만 단기정기예금(TD)과 양도성예금(CD)에 모두 1조3730억원을 예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해서 거둔 이자수익이 102억원에 달했다. 2012년의 경우 11월13일 기준으로 5곳의 은행에 1조850억원을 예치해 82억여 원의 이자수익을 거뒀다. 2014년에는 예치금 7650억원으로 이자수익 44억원을 챙겼다.

 

최 위원장은 “주한미군은 SOFA 뒤에 숨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정리해고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도 일방적으로 감원을 단행하고 있다. 직원들이쟁의를 하면 해고의 사유가 되며 노동조합설립을 취소하는 권한도 있다. SOFA 노무조항은 헌법에서 인정한 노동 3권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무관심과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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