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난 종북 몰이로부터 정의당 지키는 사드다”
  • 박혁진․유지만 기자 (phj@sisapress.com)
  • 승인 2016.05.19 13:44
  • 호수 1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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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전문가 김종대 정의당 당선자 “국방은 민생…평화만 얘기하고 국방 말하지 않는 건 황당”

지난 20대 총선에서 각 정당들의 새 인물 찾기 경쟁은 여느 총선보다 뜨거웠다. 국민의당이 출현하면서 야권의 스펙트럼이 보다 다양해졌고, 야 3당이 저마다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 이미지 변신을 꾀했기 때문이다. 기자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영입은 정의당에 합류한 김종대 전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이었다. 그동안 진보진영은 안보·국방 등과 관련한 의제 설정에 있어 항상 보수 진영에 밀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런데 원내 정당 중에서 가장 진보적이라고 평가받는 정의당이 ‘군사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김 전 편집장을 영입한 것은 ‘신의 한 수’라고 부를 만했다.

 

김종대 국회의원 당선자는 1993년 국회 국방위원회 보좌관을 시작으로 사실상 정치에 입문한 후, 줄곧 군사 분야와 관련된 일을 해왔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을 역임했고, 2007년  이후에는 아예 민간분야로 나와서 군사 관련 월간지를 창간하며 국방개혁에 전력을 기울였다. 김 당선자는 약 10년간의 야인(野人) 생활을 마치고 다시 직업 정치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정의당 비례대표 2번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이다. 

 

그가 본격적으로 의원 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국방부에선 ‘김종대 TF’팀까지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그가 국방개혁이나 방산비리 분야에서의 ‘전투력’이 높다는 얘기다. 과연 그는 20대 국회에서 어떤 활약을 하게 될까. 시사저널은 5월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정의당 당사에서 그를 만났다.

 

 

 

정의당에 입당한 것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마지막 주에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갑자기 내가 사는 과천에 오겠다고 했다. 다짜고짜 와서 같이 정치하자고 하더라. 그런데 (비례대표 후보 당선을) 돕기는 하겠지만 보장은 못한다고 했다. 정의당이 원래 그런 방식인 건 알았지만 겁이 나기도 했다. 심 대표를 만나고 9월1일 입당 기자 회견을 하기로 했는데, 일주일 사이에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 쪽에서 연락이 왔다. 그런데 심 대표와 약속을 먼저 잡아서 문 대표를 만날 수 없었다. 심청이가 인당수에 한 번 빠지지 두 번 빠지나. 체질적으로 좌고우면하기 싫었다.

 

정의당에 기반도 없었는데, 부담되지 않았나.


주변에서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 모든 면에서 ‘비정치적’ 선택을 했다고 하더라. 난 생각이 달랐다. 이래서 바로 정치 아니냐 싶더라. 정의당 입당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엔 아무런 비전이 없었다. 집권 의지가 없는 제1야당에 가면 허탈해질 것이라고 봤다. 제일 중요한 것은 심 대표가 ‘보스’가 되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직관이었다. (정의당에) 들어오고 당 게시판을 통해 인사했는데 댓글이 엄청나게 달리더라. 뜻밖의 인사가 왔다는 점에서 위로를 받았다. 다른 당은 선거용·경선용 당원이 많았으나 정의당은 기존 제도정당과는 확실히 달랐다. 기성복이 아니라 나에게 맞춘 옷 같았다.

 

진보정당에 입당한 만큼 진보정치에 대한 본인만의 생각이 있을 것 같다.


이번 선거에서 정의당과 녹색당, 민중연합, 노동당, 진보 무소속을 합치면 진보 진영도 난립한 셈이다. 이렇게 진보세력이 분열된 것은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이다. 이 문제를 생각해야 할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NL·PD와 같은 30년 된 해묵은 논쟁을 끝내고, 이제는 현대화되고 유연한 진보로 바뀌어야 한다. 

 

진보에도 금기가 있었다.탈북자 문제나 이자스민법 같은 것도 진보가 외면했다.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 부분에서 머뭇거리고 자신의 언어로 당당하게 말하지 못한 점이 진보에 많았다. 그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욕을 먹더라도 다양한 주제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정의당에서 한 가지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진보정당이 군사전문가인 나를 영입한 것이다. 나는 평소에 국방도 민생이라고 주장해왔다. 진보의 언어로 국방을 재구성해야 한다. 평화만 얘기하고 국방은 말하지 않는 것은 황당하다. 국방에서도 우리가 보수보다 더 앞서가는 정책을 만들 수 있고, 국민이 국방 문제와 관련해서 억울하면 새누리당보다 정의당을 찾아올 수 있어야 한다.

 

평화와 국방이 어떻게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


보수는 이게 자신들의 독점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마구 공약을 남발했다. 그래서 국방이 나빠졌다. 국방과 안보는 전략가들이 하는 것인데 보수정권에서는 이데올로그들이 했다. 허구성은 여러 군데서 드러났다. 첫째는 무지막지한 비리이며, 두 번째는 특권층의 고의적 병역 면탈 내지는 기피, 마지막으로 안보 포퓰리즘이다. 보수 세력이 내놓은 안보 보고서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 한국 핵무장, 사드 배치, 김정은 참수작전 등이다. 떠벌린 것 중에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게 하나도 없다. 그런 것들을 남발했다는 것은 ‘진짜안보’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안보는 누가 뭐래도 결과로 말해야 한다. 결과가 나빴을 때 피해가 너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결과로 말하면 보수정권은 다 실패했다.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목함지뢰 사건 등이다. 좋아진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책임은 항상 국민과 야당 탓으로 돌린다. 나빠진 결과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는다. 안보는 권력의 통치영역이기 때문에 정부 여당이 책임을 지고 야당이 질문해야 하는데, 거꾸로 안보무능이 생기면 여당이 야당 탓을 한다. 검사는 여당이 하고 야당이 피의자가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건 결과에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를 정상화하겠다. 특히 방산비리나 부실무기 도입 현상은 우리 군이 하부에서부터 붕괴되고 있다는 신호탄이다. 보수정권 때 들여 온 우리나라 무기체계의 절반이 실제 전쟁이 나면 못 쓴다고 한다. 

 

국방비리가 만연한 데에는 정치인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있다.


부실을 방조하거나 방치한 측면이 있다면 정치도 상당부분 책임이 있다. 따라서 군의 구조적 적폐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치할 이유가 없다. 때마침 많은 언론이 관심을 표명해서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시작도 하기 전에 국방부에서 내 전담팀을 만들었다고 한다. 문제제기에 변명거리를 다 만들고 있다고 한다. 물론 아직까지도 거대한 성벽처럼 버티고 선 벽 앞에서 내 자신이 초라해지는 심정은 어쩔 수가 없다. 일단은 진정성 있게 설득해볼 생각이다. 

 

두들겨 패는 것만으로 되겠나.


군사전문가이니만큼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진보 진영은 종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정의당은 이념적으로 자유로워야 한다. 항상 북한 문제는 진보 전체의 판을 가르는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진보정당이 자유주의와 손잡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톨레랑스(관용)’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다행히 정의당은 자유주의적 성향을 가진 정당이다. 내가 활동하기엔 여러 특혜에 가까울 정도로 자유로움을 느끼고 있다. 이런 점들은 향후에 노선 논쟁을 하던 시절과는 다른 유연화·현대화된, 상식에 입각한 신선함으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새로운 진보의 가치가 생산되는데 국방안보 분야가 굉장히 핵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종북 몰이로부터 정의당을 지키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위체계)’쯤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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