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불화, 남매의 아버지 살해로 이어졌다
  • 정락인│객원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5.20 16:41
  • 호수 1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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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남매 친부 살해 사건…아버지에 대한 분노·원망·증오 표출

어버이날에 일어난 패륜 살인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지난 5월8일 광주광역시에서 일어난 40대 남매의 70대 아버지 살인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아버지를 살해한 남매는 오히려 경찰과 언론 앞에서 당당하게 행동했다. 이들은 검거 직후 “떳떳한 시민으로서 신상을 감출 이유가 없다”며 취재진에게 얼굴을 높이 치켜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시종일관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드러냈다. 기존 패륜 범죄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들은 왜 이처럼 참혹한 범죄를 저질렀을까.

 

일단 사건 속으로 들어가 보자. 5월9일 오후 70대 여성이 광주의 한 경찰 지구대를 방문했다. “문 아무개씨와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여성은 문씨의 여자친구였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북구 문흥동의 한 아파트로 출동했고, 안방에 놓인 대형 고무 용기 안에서 이불 10채로 덮인 채 숨져 있는 문씨를 발견했다. 시신 상태는 끔찍했다. 문씨는 얼굴과 신체 여러 곳을 흉기와 공구로 찔린 상태였다. 목 부위에는 공구가 꽂혀 있었다. 대부분의 치아가 뽑혀 있었는데, 문씨가 여러 차례 얼굴을 폭행당하며 생긴 것이다. 심장과 목을 깊게 찔린 것이 직접적인 사망의 원인이었다.

 

 

5월10일 광주 북부경찰서에서 어버이날인 지난 5월8일 발생한 40대 남매의 친부 살인 사건 피의자가 압송되며 얼굴을 공개하려 하자 경찰이 손으로 막고 있다. © 연합뉴스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새 여자

 

경찰이 아파트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분석해보니 문씨의 아들과 딸이 사건 현장에 오가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이들은 5월8일 오전 2시30분쯤 아파트 계단을 통해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갔다가 같은 날 오전 9시쯤 다시 이 집을 빠져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남매가 아버지와 따로 살고 있었다는 것을 근거로 문씨의 딸(48)과 아들(43)을 존속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남매의 아버지 살해는 철저히 계획된 범죄였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보면 남매는 3차례에 걸쳐 범행을 시도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아버지 살해 계획을 세웠다. 사건 현장에서는 대용량 쓰레기봉투 10여 장이 발견됐다. 살해 후 시신처리용으로 준비한 것으로 보이지만 남매는 이것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아파트 계단에 있던 대형 고무 용기를 안방으로 옮긴 뒤 시신을 넣었다. 여기에다 락스를 뿌리고 이불을 덮어 부패로 인한 악취를 감추려 했다. 남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도 적개심과 증오심을 내려놓지 않았다. 사건에 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하면서도 유독 아버지에 대한 분노는 강하게 표출했다. 아버지에게 깊은 원한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남매가 아버지와 갈등을 빚기 시작한 것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매의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로 이어졌고,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나중에는 치매까지 앓았다. 남매는 이때부터 아버지가 어머니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2011년 8월쯤 아버지가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보내자고 하자 남매는 격분했다. 이후 남매는 자신들이 살던 오피스텔로 어머니를 모셔왔고, 약 한 달간 치매와 교통사고 후유증을 앓던 어머니를 모셨다. 어머니 간병 과정에서 딸은 아버지를 폭행죄로 신고했고, 법원으로부터 접근 금지 명령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러다 그해 9월 어머니가 숨지자 아버지 없이 장례를 치렀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5년간 왕래하지 않고 살았다. 사실상 부모와 자식 관계가 단절된 상태로 지냈다. 남매에 따르면, 아버지는 결혼 후 어머니를 매번 폭행하고 학대했다. 어머니가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도 했다. 자신들도 성장 과정에서 학대와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이들 남매는 아버지를 ‘사이코패스’로 묘사했다. 아버지에 대한 남매의 증오와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들은 서울의 사립대를 나와 사법시험을 준비하다 실패한 후 지금까지 무직으로 지내왔다.

 

한동안 연락을 끊었던 남매가 아버지와 다시 갈등을 빚기 시작한 것은 문씨가 ‘황혼 연애’를 하면서다. 아버지 문씨는 약 4년전부터 여자친구를 만나기 시작했다. 남매는 지난 5월6일과 7일 새벽에 살해 계획을 실행하려고 했지만, 아버지가 여자친구 집에 머물면서 범행에 실패했다.

 

아버지 문씨의 주변인들에 따르면, 아들은 올해 4월쯤 아버지를 찾아가 ‘집문서’를 거론하며 재산분할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부자간에 다툼이 있었고, 범행 한 달 전에는 이것 때문에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어머니에 대한 연민, 어머니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증오, 그리고 재산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다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만나면서 그동안 쌓인 분노가 폭발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남매가 아버지를 잔혹하게 살해한 배경에는 뿌리 깊은 가정불화가 있었다.

 

 

5월8일 발생한 40대 남매의 친부 살인 사건 현장. © 연합뉴스

 

가족 소중함 일깨울 가치관 변화 선행돼야

 

아버지 문씨는 홀로 기초연금과 생계급여 등 월 36만원 안팎을 지원받아 살았다. 문씨 명의의 아파트(79.67㎡)는 시세가 1억500만원 정도다. 법률적으로 부모와 조부는 ‘존속 관계’다. 현행법상 존속살해죄는 보통 살인보다 형을 가중해 처벌하고 있다. 형법 제250조 2항은 직계 존속을 살해할 경우 사형이나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일반 살인죄보다 훨씬 무거운 것을 알 수 있다. 어버지를 죽인 남매는 5월12일 구속됐다. 

 

고사성어에 나오는 ‘가화만사성’은 ‘가정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뤄진다’는 뜻이다. 가정이 화목하면 존속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일어날 확률이 거의 없다. 가족 간의 갈등·폭행·학대·금전 문제 등이 충돌을 일으키면 비극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존속 범죄를 보면 하나같이 가정에 문제가 있었다. 물론 개인의 사생활은 존중돼야 하지만, 위기 가정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보호도 필요하다. 존속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는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없다. 또 존속범죄는 가정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도 안 된다.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는 가치관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존속살해는 가정의 붕괴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비극이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공분하지 말고,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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