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에 빠진 검찰 한숨 소리만 커져간다
  • 안성모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0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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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만표 ‘법조 비리’ 수사…검찰 ‘제 식구 감싸기’ 논란



홍만표 변호사가 5월27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야당에서 특검 들어간다는데 대충 하고 넘어갈 수 있겠나.”
사정기관 출신의 한 여권 인사가 검사장을 지낸 홍만표 변호사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한 말이다. 여소야대로 출범한 20대 국회에서 제1호 특검 대상으로 홍 변호사가 연루된 ‘법조 비리’ 사건이 거론되고 있다. 야당은 검찰 수사가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곧바로 특검에 들어가겠다며 날을 잔뜩 세운 채 벼르고 있다. 경찰 출신 의원이 8명이나 되는 것도 부담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과거에 보여줬던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설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시작된 ‘법조 비리’ 의혹이 한때 검찰 내에서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렸던 홍 변호사에게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런 만큼 검찰이 이번에는 칼을 제대로 휘두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수사 초기부터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다. 홍 변호사의 사무실 압수수색이 다른 피의자에 비해 늦어지고 수사 방향이 상대적으로 형량이 가벼운 조세 포탈 쪽으로 흘러가면서 검찰이 또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출두한 전직 ‘검사장’
홍만표 변호사는 5월27일 오전 자신이 근무했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두했다. 5년 만에 검사장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포토라인을 중심으로 카메라 플래시가 연이어 터지고 대기하던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홍 변호사는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고 신속하게 수사가 마무리되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 언론에서 제기된 몰래 변론은 상당 부분 해명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또 수임료 탈세 의혹에 대해 “퇴임 이후 변호사로서 주말이나 밤늦게 열심히 일하다 보니까 다소 불찰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 부분도 검찰에서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왜 그렇게 많은 사건이 몰렸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홍 변호사는 “나름 열심히 일했다”며 ‘전관예우’ 특혜 시비에 맞섰다.


홍 변호사는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른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영향력 행사는 전혀 없었다. 그런 것을 안 하려고 몇 명의 변호사들과 같이 협업을 하고 그런 절차를 취했다. 나름대로 많은 의견서를 제출하고 많은 대화도 나누고 그래서 나름대로 변호사로서 변론의 범위 내에서 열심히 일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담하다”는 심경을 밝힌 후 청사로 들어간 홍 변호사는 다음 날 새벽 3시쯤 귀가했다. 그는 “인정할 건 인정하고 감당할 건 감당하겠다. 수사를 잘 받았다”는 말을 남기고 서울중앙지검을 떠났다. 검찰은 5월30일 홍 변호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6월2일 새벽 홍 변호사는 결국 구속 수감됐다. 그는 후배 검사에게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런 사실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홍만표 변호사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부동산 임대·관리 업체.


수사 검사뿐 아니라 지휘 라인도 조사해야
홍만표 변호사가 구속 수감되고 출소가 임박했던 정운호 대표도 재구속되면서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 변호사가 받고 있는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소득 신고를 누락해 10억여 원을 탈세한 혐의다. 2011년 변호사 개업 후 수임 내용을 신고하지 않거나 축소 신고하는 방법으로 고액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금 포탈 수사는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변호사 본인도 “다소 불찰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며 탈세와 관련한 일부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

 


홍 변호사는 또 억대 금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서는 두 가지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해 8월 상습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던 정운호 대표로부터 검찰 관계자 등에게 청탁하겠다며 3억원을 수임료 명목으로 챙긴 혐의와 2011년 9월 지하철 매장 임대 사업과 관련해 서울메트로 관계자 등에게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정 대표 등 2명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혐의다.


세금 포탈과 달리 금품 수수 혐의는 아직까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홍 변호사 측은 5억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돈의 성격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청탁로비용’이 아니라 ‘법률자문용’이라는 것이다. 변호사로서 업무를 하고 정당하게 받은 대가라는 주장인 셈이다.


하지만 정 대표가 100억원대 해외원정 도박 혐의로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은 과정을 살펴보면 석연치 않은 점이 하나둘이 아니다. 정 대표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부장판사 출신인 최유정 변호사를 선임해 보석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정 대표는 항소심에서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검찰의 항소심 구형이 1심 때보다 오히려 6개월 낮아졌고, 회삿돈으로 도박 자금을 갚았다는 횡령 의혹에 대한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앞서 2014~15년 정 대표의 300억원대 마카오 원정 도박 의혹의 경우 ‘혐의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이를 두고 홍 변호사가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검찰로서는 ‘진퇴양난’의 어려움에 처했다. 야당과 국민 여론을 감안할 때 홍 변호사에 대한 수사를 서둘러 마감할 수도, 질질 끌 수도 없는 처지에 놓였다. 갈수록 한숨 소리만 깊어진다. 정 대표 도박 사건을 수사했던 담당 검사와 수사관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검찰을 향한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당시 일선에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뿐 아니라 지휘 라인에 있었던 고위직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검찰의 칼날이 내부로 향할지 주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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