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S 자율주행 시승기
  • 윤주 와이쥬 크리에이티브 대표이사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0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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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부산 국제모터쇼가 성황리에 끝났다. 이번 모터쇼에선 ‘친환경’ 그리고 ‘인공지능’을 탑재한 자율주행이 미래이동수단의 이슈로 떠올랐다. 자동차에 IT가 융합된 개념 등장의 중심에 엘론 머스크가 수장으로 있는 세계적인 전기자동차회사, 테슬라모터스가 있다. 

테슬라는 지난 3월31일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보급형 모델인 ‘모델3’ 사전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5월엔 오토파일럿 기능을 담은 모델S와 모델X의 시험주행이 시작돼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1개월 동안 많은 이들이 업데이트된 자율주행 기술을 무료 시험 해봤으며, 테슬라모터스는 이를 통해 이미 많은 양의 자율주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차량으로 출시된 모델S와 연관된 갖은 구설과 화제 속에서도 미국시장조사 기관인 오토 퍼시픽이 뽑은 고급차시장에서 고객만족도가 제일 높은 브랜드로 2년째 선정되기도 했다. 엘론 머스크의 트윗 하나하나가 국내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정도로 테슬라의 영향력은 점차 강해지고 있다.

필자는 테슬라가 자랑하는 성능과 외형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자 테슬라 자율주행 테스팅을 신청했다. 먼 미래에나 가능할 것만 같았던 꿈의 기술이 현실로 펼쳐지고 있는 것 같았다. 자율주행 기술을 갖춘 전기자동차라니! 세단형 자율주행 차량인 ‘모델S’의 시험주행을 예약했다. 시험주행 장소는 미국 뉴욕. 국내엔 아직 테슬라가 공식 수입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시험주행을 하려면 미국으로 가야 했다. 국제운전면허증을 챙겨 뉴욕 첼시에 있는 테슬라 매장을 찾았다.

첼시 테슬라 매장의 입구는 여타 자동차 매장이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화려하게 치장한 것과는 달리 심플했다. 오히려 소박하다는 인상마저 들었다. 매장에 들어서면 테슬라 모델S와 모델X 그리고 전기자동차의 특성을 한 눈에 알기 쉽게 구성돼있다. 테슬라 자율주행차량의 구조뼈대가 충전시스템과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며, 실리에 입각한 인테리어로 차량에 좀 더 집중하게 한 매장 내부며, 통일감이 느껴졌다.

간단하게 예약자 본인 확인을 하고 담당 직원의 안내에 따라 테슬라에 대한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모델S의 외형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멋졌다. 거기에 직원의 성능과 전기자동차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니 자동차 외형에 못지않게 기능적 매력에 관심이 갔다. 

모델S는 엔진이 필요 없는 전기자동차이기 때문에 자동차의 앞 보닛에 엔진룸 대신 휑한 트렁크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것은 기능적 이점뿐만이 아니라 외부 충격에 대한 완충의 효과도 있어 자잘한 사고는 물론 엔진사고를 원천 차단한다. 대형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운전자를 보호해준다는 설명이었다. 

자동차의 전체 골격은 더욱 획기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차체를 이루는 주된 구조 가운데 엔진만 배터리로 바뀌었을 뿐인데, 현저하게 간소해진 모습이었다. 마치 장난감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 동안 전기자동차의 가장 불편한 점으로 꼽히던 충전 또한 나름의 충전시스템을 도로에 확충하고 있고, 모델 S의 배터리를 단시간에 충전할 수 있는 고속 충전 장치인 슈퍼차저(super-charger)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서너 시간 만에 100% 충전이 된다. 1회 충전으로 470km까지 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본격적인 실전에 돌입했다. 맨해튼 섬 서쪽 첼시 라인에서 허드슨 강변 끼고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0분 정도. 서울의 도로 환경처럼 교통 체증이 심한 곳에서 테스트를 진행해 다양한 도로환경에서의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승차감이 좋았다. 평소 차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차를 이런 저런 기회에 몰아봤지만 가히 ‘승차감과 순발력 모두 좋다’는 평가를 내릴만했다. 스포츠카 성능급의 순간가속도 좋았다. 엑셀을 밟으면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가속이 나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엔진음이 없기 때문에 자동차 자체에서 나는 소음이 없어 매우 조용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계기판과 별도로 운전석과 보조석 사이 전면에 위치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17인치 인포테인먼트 태블릿은 미래형 자동차를 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태블릿으로 보내온 정보 가운데 주행에 필요한 것들은 계기판에 뜨는 구조였다. 한 마디로 차량 전체가 컴퓨팅 환경을 갖춘 셈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을 가졌던 기술인 오토파일럿(자율주행모드)은 계기판 위에 차량표시와 함께 블루라인으로 표시됐다. 현재 차량 옵션으로 제공되는 오토파일럿은 신차에 한해 기본 세팅돼 제공된다. 누구라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지만 여전히 기술적 한계도 보였다. 운전자가 핸들에서 완전히 손을 놓을 수 없고, 도로 상황과 기후에 따른 악조건이 발생할 경우 컴퓨터가 인식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였다. 가장 핵심적이라 볼 수 있는 신호체계를 인식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사각지대에서 다가오는 차량을 인지해 차 스스로 측면 충돌을 회피하거나, 비상시 앞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질 때 자동으로 비상 제동하는 등 모델S는 가장 진보한 자율주행 기술의 현재를 보여주었다. 

생각해보면 미래에 보다 완벽한 기술로 보편화될 자율주행 기술은 인류가 단순히 운전대에서 손에 놓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운전자가 더 이상 차선만을 보고 달리지 않게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은 많은 것이 변할 것이다. 노인과 장애인 등 자유로운 이동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이동 시 차량 내부나 도로 주변을 활용한 여가문화가 발전할 수도 있다. 도로 위를 달리는 모두의 삶이 달라질 것이다. 친환경적 전기에너지의 사용은 주변 생태와 자연경관 회복에 기여하고 나아가 도로의 환경 이슈 해결에 이바지할 수 있다. 테슬라를 비롯한 기업들이 미래형 이동수단으로 개발한 신기술 사례가 단지 자동차의 미래만을 보여주는 것만은 아닌 이유다. 자율주행을 가능케 하는 인공지능은 다른 산업분야에 얼마든지 확산될 수 있는 기술이다. 전기에너지의 폭넓은 사용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진보된 기술의 실질적인 혜택을 받게 될 우리 일상이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거나, 문화·사회적인 제반 시스템이 기술 속도에 발맞춘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자율주행 서비스를 도입해 도로를 활보하게 될 경우 발생할 시스템 해킹과 오류로 인한 윤리적 문제들에 대한 고민이 남아 있다. 일반 운전차량과 자율주행 차량들이 혼재했을 시의 문제에도 대비해야 하고, 도로 시스템의 편리함과 안정성을 담보한 채 발전하는 기술을 뒷받침한 생태계의 성장도 이뤄야 한다. 기술 도입과 발을 맞춘 정책적 기반마련이 함께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만일 사회의 각종 규제가 기술의 진보를 가로막고, 대비해야 할 안전사항들에 대한 인식이 동반하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불편과 잠재된 위험은 고스란히 우리들 몫이다. 테슬라가 구현한 자율주행 체험은 필자에게 미래기술의 다양한 파급효과와 우리가 앞으로 준비해야 할 것들 또한 함께 상상하고 생각해보게 해준 좋은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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