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년 전 오늘] 지금은 일상화된 20년 전 ‘사이버뱅크’ 세상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6.06.09 20: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컴퓨터 속 미래 은행 ‘사이버뱅크’ 개업」 20년 전 오늘, 시사저널(346호 (1996년 6월 13일자)) 경제면의 한 기사 제목이다. 1996년 5월22일 국민은행이 국내 시중 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사이버뱅크’의 부분 기능을 선보이면서, 이것이 3년 내에 본격 실현될 것이란 내용이다. 

『 앞으로 몇 년 후면 일반은행에 갈 필요가 없어질지 모른다. 컴퓨터 통신망의 가상공간(사이버스페이스) 안에 가상은행(사이버뱅크)이 생겨, 컴퓨터 단말기만 있으면 어디서든 금융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불수단으로는 지폐나 동전 대신 이캐시나 스마트카드 같은 전자 지불수단이 보편화할 것이다. 따라서 금융거래와 결제는 통신망에 개설된 가상은행에서 이뤄지고, 현금지출은 전자 지불수단으로 하게 된다. 또 가상은행과 전자 지불수단은 상호 연결되어 현금 유출입과 은행 결제가 동시에 이뤄진다. 결국 21세기에 사람이 지니고 다닐 유동자산은 가상은행 계좌와 전자 지불수단에 들어있는 전자화폐(디지털캐시)뿐일 가능성이 높다. 』

20년 전 소개된 미래 사이버뱅크의 세상은 당시로선 가히 획기적인 일이었다. 은행에 가지 않고서도 사이버 공간에서 돈이 이리저리 옮겨가고, 지폐가 필요 없이 카드 한 장으로 모든 결제가 이뤄지는 세상. 영화 속에서나 상상했음직한 일들이 곧 펼쳐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이런 모습은 이미 너무나 일상화되고, 당연시되고 있다. 지금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뱅크, 누구나 갖고 다니는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20년 전만 해도 낯설게 느껴졌던 이런 모습은 지금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런 의미에서 소개하고 싶은 지금 2016년의 관련 기사가 있다. 

『 이자를 팔던 은행은 대신 고객의 돈 쓰는 습관, 돈에 대한 기억(log file; 로그파일)에 주목하고 있다. 이제 은행은 이자에서 데이터를 파는 서비스로 환골탈태하는 과정에 서 있다. 인터넷뱅크, 모바일뱅크를 뛰어넘는 미래의 ‘핀테크(Fin Tech)’ 산업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ICT(정보통신기술)다. (중략)
돈 씀씀이에 대한 체험과 기억을 로그파일로 축적하고 이를 잘 모아두면 금융은 더 이상 돈놀이가 아닌 또 다른 과학으로 거듭나게 된다. 크게는 가구별 주택 구매와 대출부터, 작게는 집 안의 세간살이 기반의 소액 대출까지 이 로그를 이용해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다. (중략) 
현재 인터넷에서는 중고 물품을 거래하는 전자상거래가 왕성하게 운영되고 있는데, 가까운 장래에는 우리가 소지한 모든 세간마다 고유 IP가 부여되고 센싱(sensing)된 정보가 소통되는 사물인터넷 시대가 열릴 것이다. 그럴 경우 미래의 은행은 이처럼 쪼잔해 보이는 중고 물품을 담보로 실시간으로 돈을 빌려줄 수 있다. 』

올해 2월에 보도된 시사저널 1374호(2월16일자) 「은행이 ‘이자’ 대신 ‘데이터’로 돈을 버는 세상」의 기사 내용 중 일부다. 그렇다. 이제는 인터넷뱅크, 모바일뱅크도 서서히 역사의 뒤로 사라지고 곧 새로운 금융 세상, ‘핀테크’의 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곧 다가올 핀테크 세상의 모습은 지금 우리에게 생경하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만약 20년 후인 2036년 ‘응답하라 20년 전 오늘’ 코너에서 위에서 소개한 핀테크 기사를 접한다면? 아마 맨 처음 기자가 썼던 것과 똑같이 ‘오늘날 이런 모습은 이미 너무나 일상화되고, 당연시되고 있다’고 다시 쓸 것이다. 

여소야대 국회, 20년 전엔 與가 의장직 차지

20년 전 오늘, 시사저널은 몽골의 대화재를 르포로 다루고 이를 커버스토리로 실었다. 1996년 2월2일 몽골 초원에서 시작된 대화재가 석 달 이상 계속되고 있다는 뉴스였다. 20년 전 몽골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천만에. 지난 5월1일 캐나다에서 산불이 났는데, 소방당국이 진압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한 달 가까이 계속 화재가 이어진 바 있다. 자연의 재해는 제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한다 해도 무섭기만 하다. 

그밖에도 20년 전 오늘, 2002년 월드컵을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키로 결정(5월31일)됐다는 소식과 곧 개원하는 15대 국회의 새 의장으로 김영삼 대통령이 김수한 의원(신한국당·6선·전국구)을 지명했다(6월4일)는 정치 뉴스, 대선을 앞둔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숱한 스캔들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밥 돌 후보를 20% 차이로 크게 앞서고 있다는 국제뉴스 등이 눈에 띈다. 20년 전에는 남편 클린턴이 대선에서 순항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날에는 그의 아내인 힐러리 클린턴이 역시 대선에 출마해 ‘트럼프 열풍’에 다소 휘청하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 헌정사상 최초로 부부 대통령이 탄생할 지 관심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길이 가는 건 역시 국내 정치 뉴스다.

지금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회의장 직을 놓고 여당인 새누리당과 두 야당 간에 실랑이가 한참이다. 20년 전, 15대 총선 때는 여당인 신한국당(새누리당의 전신)이 139석을, 세 야당인 국민회의·자민련·민주당이 합쳐 144석을 차지했다. 여야 누구도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제1당인 신한국당이 의장직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번 20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이 122석, 세 야당인 더민주·국민의당·정의당 합쳐 167석이다. 새누리당으로선 1당도 더민주에게 빼앗긴데다, 야당이 과반의석까지 확보한 탓에 마냥 의장직을 갖겠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참 어렵게 됐다. 그래서일까.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결국 6월8일 “국회의장직은 더민주에게 양보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