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점화된 국세청과 코오롱의 전쟁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6.06.10 14:46
  • 호수 1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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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그룹, 3년 만에 다시 특별 세무조사, 적자 계열사 자금지원 의혹 등 계속 불거져

 

국세청이 코오롱그룹을 상대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재계에서는 이웅열 회장의 비자금이 포착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국세청이 최근 코오롱그룹을 상대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4월14일 코오롱그룹 본사가 위치한 경기도 과천에 서울국세청 조사4국 요원을 보내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다. 조사 대상 기업은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2곳이다. ㈜코오롱은 그룹의 지주회사다. 현재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47.3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코오롱과 이 회장 일가가 33.66%(우선주 8.29% 별도)의 지분을 갖고 있다. 

 

국세청은 현재 확보된 회계장부 등을 바탕으로 계열사 간 거래에 문제가 없는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그룹 측은 “국세청이 왜 세무조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현재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어떤 배경에서 세무조사가 이뤄지는지 우리도 궁금하다”고 짧게 답했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린다. 주로 기업의 비자금이나 횡령, 탈세 등을 중점적으로 다뤄왔다는 점에서 이번 세무조사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특히 코오롱그룹은 2013년 특별 세무조사를 통해 수백억 원대의 ‘세금 폭탄’을 맞은 바 있다. 당시 세무조사를 담당했던 곳도 중부지방국세청의 심층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조사3국이었다. 불과 3년 만에 서울국세청이 또다시 코오롱그룹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여러 가지 얘기들이 나온다. “코오롱그룹이나 오너인 이 회장 일가의 비자금이 포착된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나온다. 코오롱은 지난해 미국 듀폰사와 6년간 끌어온 아라미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마무리 지었다. 합의금과 벌금으로 모두 3억6000만 달러(약 4000억원)를 지급할 예정이다. 이 돈을 회계상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첩보가 국세청에 접수되면서 세무조사가 이뤄졌다는 설이 우선 제기되고 있다. 

 

상속세 등 조세탈루 혐의가 불거졌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이 회장과 자녀들은 2015년 2월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지분을 대거 추가했다. 종가 기준으로 300억원 상당이었다. 2014년 말 이동찬 명예회장이 타계하면서 상속받은 것이었다. 이 회장 일가가 이 지분을 상속받으면서 상속세를 탈루한 혐의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말도 국세청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코오롱그룹 측도 “5년마다 돌아오는 정기 세무조사를 2014년 받은 상태”라면서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세금폭탄’ 맞은 지 3년 만에 또 세무조사 

 

국세청 안팎에서는 세무조사 시작 시점이 그룹 계열사 코오롱아우토(옛 네오뷰코오롱)의 유상증자 직후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코오롱아우토는 2001년 코오롱그룹에 편입됐다. 현재 ㈜코오롱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이 주력이었다. 코오롱그룹은 지난 14년간 ㈜코오롱을 통해 유상증자 형식으로 매년 300억원 안팎을 이 회사에 지원해왔다. 15년여 동안 지원한 금액은 모두 3000억원에 이른다. 

 

 

국세청은 2013년에 이어 3년 만에 또다시 코오롱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단행했다. 사진은 충남 세종시에 있는 국세청 청사.

 

하지만 코오롱아우토의 실적은 호전되지 않았다.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코오롱아우토는 43억3400만원의 매출과 4800만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 규모는 268억1000만원에서 502억3900만원으로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코오롱그룹은 지난해 11월 코오롱아우토의 OLED 사업을 접었다. 만성 적자로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룹 측의 설명이었다. 그렇게 해서 새로 선택한 것이 자동차 딜러업이다. 코오롱은 2015년 8월 아우디코리아의 공식 딜러사로 선정됐고, 사업 경험이 전무한 코오롱아우토에 사업권을 줬다. 이웅열 회장의 핵심 측근인 안병덕 ㈜코오롱 대표가 이 회사의 대표를 겸직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거액을 지원했다. 코오롱아우토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4월까지 6개월 동안 세 차례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그동안 3000억원 가까운 돈을 지원해준 코오롱이 또다시 650억원 상당을 추가로 수혈해준 것이다. 국세청 세무조사가 시작된 것도 이즈음이다. 코오롱이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비자금이 적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실제로 코오롱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초 덕평휴게소(법인명 덕평랜드)를 맥쿼리운영권펀드에 매각했다. 덕평휴게소는 2007년 설립된 한국 최초의 민자복합휴게소다. 2013년 매출은 551억원으로 국내 1위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172곳의 평균 매출이 61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알짜 중의 알짜인 것이다. 

 

하지만 코오롱글로벌은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이 알짜 휴게소를 과감히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배임 논란이 일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알짜 매물의 경우 경쟁 입찰을 통해 인수자를 모집하는 게 통상적이다. 그래야 매각 금액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로공사 영업규정에도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자는 경쟁 입찰에 의해 선정·운영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코오롱은 맥쿼리운영권펀드를 대상으로 단독입찰을 실시해 더 많은 현금을 쥘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코오롱글로벌은 덕평휴게소를 매각해 600억원 가까운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코오롱아우토는 반대였다. 해마다 적자가 계속됐음에도 그룹의 ‘묻지마 식’ 지원이 계속됐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거액의 손실을 보면서도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팍스넷이나 네이버의 주주게시판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투자를 성토하는 글들이 끊이지 않았다. 코오롱아우토가 이 회장의 ‘비자금 창구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코오롱 “정상적 회계처리…문제될 것 없어”

 

코오롱아우토에 쏟아 부은 수천억 원의 행방도 묘연하다. 코오롱그룹 측은 그동안 “당장 실적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사업을 접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정상적으로 회계처리를 한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오롱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경상연구비는 매년 4억~6억원에 이른다. 매출원가의 5%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매년 증가하는 개발비를 감안해도 이해가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대신 인건비 지출이 많았다. 2010년 48억5700만원에서 2013년 90억원대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1·2위인 삼성디스플레이나 LG디스플레이보다 증가폭이 컸다. 지난해 코오롱아우토의 인건비가 90억원대를 유지했지만, 이 역시도 경쟁사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코오롱아우토에 퍼주기 식 지원을 했던 ㈜코오롱의 경영 상황은 갈수록 악화됐다. 코오롱은 2013년과 2015년에 각각 849억원과 758억원의 적자를 냈다. 매출은 4조4277억원에서 3조8208억원으로 2년 만에 14% 가까이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불과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때문에 인건비 명목으로 지출된 돈의 쓰임새를 국세청이 면밀히 들여다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은 국세청의 손에 넘어갔다. 만약 국세청 조사에서 문제가 드러날 경우 이 회장은 3년 전 세금폭탄에 이어 다시 한 번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반대로 국세청이 이번에 특별 세무조사를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지적이 나오지 않을 경우 코오롱은 면죄부를 받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이 회장은 그동안 계열사 문제 등 계속 제기돼왔던 의혹의 시선에서 벗어나 경영 정상화에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적자, 이웅열 회장은 80억원대 배당 수익

 

코오롱그룹과 관련해 또 한 가지 주목되는 사실이 있다. 코오롱그룹은 최근 몇 년간 유례없는 어려움을 겪었다. 지주회사인 ㈜코오롱은 지난해 4분기에만 11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나마 2분기에 489억원의 흑자를 기록해 연말 적자폭을 758억원으로 줄였다. 

 

주력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지난해 155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6년간 미국 듀폰사와 진행한 아라미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합의금이 반영된 결과였다. 코오롱글로벌도 지난해 부천터미널 상가 및 오피스텔에서 발생한 미분양 여파로 22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국세청이 4월 세무조사를 단행한 경기도 과천시 소재 코오롱 본사 건물 입구.

일부 계열사가 흑자를 기록했지만, 그룹 상장 계열사 5곳의 순손실 합은 1653억원에 이른다. 전년 대비 3배가량 증가한 수치였다. 그럼에도 이들 기업은 올해 312억원을 배당했다. 배당금이 가장 많은 계열사는 코오롱인더스트리였다. 이 회사는 141억원을 배당했다. 배당금 2위는 76억원을 배당한 코오롱글로벌이었다. 뒤를 이어 ㈜코오롱(66억원), 코오롱플라스틱(22억원), 코오롱생명과학(7억원) 순이었다. 특히 코오롱생명과학은 지주회사를 뺀 대기업집단 상장 계열사 중 배당성향이 1년 새 가장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성향은 83.5%로, 올해 국내 기업 평균 배당성향(17%)보다 5배 가까이 높았다.

 

이웅열 회장의 경우 이들 회사의 지분을 고루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은 ㈜코오롱의 지분 47.3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코오롱은 2월 이 회장에게 28억5700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 회장은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글로벌, 코오롱생명과학의 지분도 각각 1.20%와 0.07%, 15.4%씩 보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 회장은 지난해 계열사로부터 받은 48억원의 연봉을 더해 80억원 가까운 돈을 그룹에서 받았다. 계열사의 적자로 그룹의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구조조정에 돌입했지만, 이 회장은 적자 배당을 통해 짭짤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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