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까지 가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6.06.10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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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해적으로 등장한 중국 어선의 글로벌 불법 조업

 

 

한때 바다의 무법자가 해적이었다면 아마도 지금은 이들일 겁니다. 연평도 어민이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어선을 직접 나포한 사건을 계기로 중국 어선의 행타를 질타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그러든 말든 매일 300여척의 중국어선은 우리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둥둥 떠다닙니다. 이유는 당연히 불법조업 때문입니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는 6월9일 오전 7시를 기준으로 316척의 중국어선이 서해 NLL 해상에서 불법조업 중이라고 밝혔습니다.그런데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은 그야말로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13억명의 중국인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바다위의 경계는 이들에게 무의미할 뿐입니다. 이들을 잡기 위해 어떤 나라들은 나포하고, 도망가는 배를 격침도 시키며, 심지어는 잡은 배를 폭파시키기도 합니다. 저 멀리 지구 반대편인 남미의 아르헨티나에 중국 어선이 등장했습니다. 올해 3월14일의 일입니다. 아르헨티나 해안경비대가 순찰 중에 부에노스아이레스 남쪽 1300km에 위치한 푸에르토 마드린 앞바다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경고를 하며 정지를 요구했는데 중국어선이 격렬하게 저항하며 도주한 모양입니다. 아르헨티나 해안경비대의 선택은? 이들은 중기관총을 중국어선으로 향해 발사했고 중국어선은 그렇게 격침돼 바다 속으로 수장됐습니다. 중국인 선원 32명은 아르헨티나 경비대와 다른 어선에 의해 모두 무사히 구조됐습니다. 중국어선의 선장은 구속돼 사법 기관에 넘겨졌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과하다 싶을 정도의 대응일 수도 있는데도 국제사회에서는 아르헨티나의 군사력 행사에 대해 그다지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르헨티나를 지지하는 여론이 많아서인지는 몰라도 자국 어선이 격침됐는데도 중국 정부 역시 보복의 말조차 제대로 취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중국어선은 왜 저 멀리 아르헨티나까지 가야 했을까요. 중국언론은 "중국 근해의 해양 자원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습니다. "먼 바다에서 적지 않은 어선이 불법조업의 재미를 맛보면서 이런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보다는 가까운 인도네시아의 경우 4월5일 정치적 세레머니를 바다 위에서 벌였습니다. 일종의 ‘수장식’이었습니다. 이날 바다 위에는 23척의 배가 둥둥 떠 있었습니다. 2014년 인도네시아 영해에서 불법조업을 하다가 잡힌 배들인데 이 중에는 중국어선도 포함됐습니다. 23척의 배는 이날 바다위에서 폭파되며 명을 다 했습니다.

인도네시아가 ‘폭파’라는 극단적인 행위를 하게 된 건 중국의 대응이 한몫했습니다. 3월 인도네시아 당국은 나투나 제도 앞바다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어선을 나포해 인근 항구로 견인해오고 있었습니다. 나투나 제도는 인도네시아와 중국의 어업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입니다. 어쨌든 견인하고 있는 중 갑자기 중국감시선 끼어들어 중국 어선을 탈환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모든 어선이 도주한 건 아니지만 일부는 중국 남부로 귀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어업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나투나 제도의 경우 국제사회는 인도네시아의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당시 중국어선들은 인도네시아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확실히 들어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중국의 해역에 있었다“고 주장하며 선원들을 옹호했습니다. 

그 이전에 잡힌 불법조업어선의 경우 인도네시아 정부가 폭파 등의 방법을 사용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지자 의회를 중심으로 “저자세다”라며 비판이 들끓었습니다. 2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014년 취임할 때 인도네시아 어민들의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결국 이런 상황들이 겹쳐지면서 폭파라는 수단이 사용된 셈입니다. 지금 인도네시아 정부는 나투나 제도의 도발에 대비해 해병대 특수부대 1개 대대, 호위함 3척, 신형 레이더 시스템, 무인항공기, F16 전투기 5대를 파견할 방침입니다. 중국어선이라는 글로벌 해적에 중무장으로 대응하는 셈입니다.

중국어선이 이처럼 멀리까지 나서 위험을 무릅쓰는 배경에는 세계 최대의 해양자원 소비국이라는 배경이 작동합니다. 중국인의 1인당 생선 소비량은 세계 평균의 2배에 달합니다. 수요 증가분을 그동안은 양식업으로 조달해 왔지만 그만큼 어획량도 압도적이었습니다. (2012년 기준 중국 1390만톤, 인도네시아 540만톤, 미국 510만톤, 일본 360만톤, 인도 330만톤)

하지만 남획과 오염으로 중국 연안어업은 고사 직전이 됐습니다. 중국어선의 진출로 어업자원의 고갈은 점점 확장됐는데 세계 어획량의 10%를 차지하는 남중국해 연안어장도 지금은 1950년대와 비교하면 5~30%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중국어선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점점 더 멀리 나가야 합니다.

여기에는 중국 정부의 묵인도 한몫한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식량 안보가 우선 순위를 차지하고 있고 어업을 중요한 고용시장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중국 어업의 고용자수는 약 1400만명에 달합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3년 중국 남부의 하이난의 한 항구를 방문했는데 어업인들에게 "더 큰 배를 만들고 더 먼 바다로 나가 더 큰 물고기를 잡아오라"며 격려했습니다. 지금도 중국 정부는 새로운 선박과 연료, 항행 보조 시설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중국어선이 중국 정부의 확장주의의 도구가 됩니다. 중국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남중국해 암초에 인공섬을 건설하는 것처럼 분쟁 해역에 다수의 중국어선이 흔하게 존재하면 그것은 곧 ‘중국의 바다’라는 현실이 되며 영유권이라는 개념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실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어선이 이용된 과거가 있습니다. 1974년 무장한 트롤어선 선단이 당시 파라셀 제도 남쪽에 위치한 남베트남 정부의 섬을 빼앗은 적이 있습니다. 남중국해의 다른 곳에서는 필리핀을 상대로 비슷한 전술을 채택하고 성공한 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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