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정치’ ‘셀프 수당’ 그리고 ‘특수활동비’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6.06.14 15:14
  • 호수 1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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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은 고치자”…20대 국회서 반드시 고쳐야 할 국회의원 3대 특권

 

20대 국회 원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던 6월7일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참관객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특권은 달콤하다.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이기에 그만큼 중독성도 강하다. 강한 중독성은 그 유혹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없도록 만든다. 국회와 국회의원의 특권을 두고 지루하게 이어지는 논쟁의 밑바닥에는 특권이 가진 중독성이 존재한다. 야당 출신의 한 전직 국회의원은 “4년 동안 국회의원으로 지내다 그만두니 일상에서 느끼는 어색함이 하나둘이 아니다”면서 “의원 신분 이전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는 한동안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 국회가 문을 열면서 역대 국회마다 단골 소재였던 국회의원 특권 논쟁이 되풀이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역시 국회였다. 지난 5월 열린 20대 초선 의원 연찬회에 참석한 의원들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청까지 100m 남짓한 거리를 버스로 이동해 과도한 의전이라는 비난을 샀다. ‘무노동 무임금’ 논란도 반복됐다. 20대 국회의 원 구성이 법정 시한(6월7일)보다 늦어지자 ‘세비 반납’을 요구하는 여론의 요구도 거셌다.  

 

물론 국회의원 특권 논쟁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도 있다. 국회와 국회의원을 위한 정당한 권한과 지원을 특권으로 과도하게 비판해 ‘정치 불신’을 키운다는 시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터넷상에 노출되는 ‘국회의원의 200가지 특권’이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일부 언론을 통해 거론되는 200가지 특권 중 일부는 사실관계가 맞지 않거나 과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회사무처 한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근거로 국회의원의 정당한 권한을 특권이라는 이름으로 싸잡아 비난하는 면도 적지 않아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의정활동을 감시하는 일부 시민단체들도 “국회의원으로서 의정활동에 필요한 정당한 권한까지 과도하게 비난하는 것은 정치 불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시사저널은 20대 국회 개원을 맞아 펼쳐지고 있는 특권 논쟁과 달리 반드시 고쳐야 할 특권의 핵심을 짚어보고자 했다. 단순한 의전 제공 등 곁가지 논쟁이 아니라, 지금까지 정치권과 국회의원이 스스로 약속했거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3대 특권을 집중적으로 살펴본 것이다. 

 

 

 

 

① ‘가성비’ 무시한 고비용의 정치 

 

흔히 ‘가성비’라는 말이 있다.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할 때 고려하는 가격 대비 성능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가급적 적은 비용을 들이면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경제적 개념이다. 물론 의정활동을 단순히 경제적 개념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자면 의미 있는 문제제기라고 할 수 있다. 과연 가성비라는 의미에서 우리 국회의원에게 투입되는 비용은 적당할까. 

국회의원은 일반수당과 입법활동비, 상여금, 관리업무수당, 정액급식비 등 급여(보수) 개념으로 연간 1억3796만1920원을 지급받는다. 이외에도 보좌관과 비서관 등 보좌 직원 9명(인턴 포함)의 인건비와 차량유류비, 의원정책홍보물유인비, 공공요금, 차량유지비 등을 지원받는다. 국회 차원에서 소요되는 예산을 제외해도 국회의원 1인당 6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회의원에 대한 비용 대비 효과성을 측정할 수 있는 흥미로운 분석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부경쟁력연구센터 소장인 임도빈 교수는 ‘정부경쟁력 2015 보고서’에서 국회의 경쟁력을 외국 의회와 비교해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31위로 터키와 칠레, 호주 등과 비교하면 적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회의원이 지급받는 보수(수당 및 상여금 등) 수준의 양상은 달랐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연간 보수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5.27배로 일본(5.66배)과 이탈리아(5.47배)에 이어 OECD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많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보수 수준 4위인 오스트리아(3.63배)와 미국(3.49배), 캐나다(3.09배) 등 구미 선진국보다 월등히 많은 수준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국회의원 보수에 대비해 그 효과성이 상대적으로 크게 낮다는 점이다. OECD 34개국 중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수 대비 의회 효과성은 13위였다. 1위인 그리스를 1로 기준하면 한국의 효과성은 0.5635였다. 이는 아이슬란드(0.5704), 멕시코(0.5638)보다 낮은 수준이다. 반면 보수 대비 의회 효과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보수 대비 의회 효과성이 가장 높은 노르웨이(1)와 비교하면 한국은 26위로 0.0105로 나타났다. 

 

단순 계량화된 수치로 의회 효과성을 검증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고비용 투입 논란이 일고 있는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가성비를 점검해봐야 할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국회의원에게 직접 지급되는 보수 외에도 각종 의정지원비와 의전 혜택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연구 결과를 발표한 임도빈 교수는 “우리나라 국회의원에게 고비용이 투입되는 현상은 국회의원의 전문성 부족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면서 “전문성 부족을 기구를 신설하거나 보좌 인력을 갖추는 것으로 메우다 보니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현상을 낳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②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인 ‘셀프 수당’   

 

그동안 정치권에서도 과다한 세비 투입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관련 개정 법률안도 여러 차례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됐다. 대표적인 것이 국회의원 세비 30% 삭감을 골자로 하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개정 법률안’이다. 국회의원 세비 30% 삭감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공히 정치 혁신 과제로 제시했다. 실제 개정법률안이 제출됐지만 단 한 차례 논의도 되지 않은 채 원안 폐기되는 운명을 맞아야 했다.  

 

국회의원 회의 참석비 등 수당 제도에 대한 논의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국회 공전 등의 이유로 회의를 열지 못하거나, 의원 본인이 구속되거나 공무와 관련 없이 회의에 불참할 경우 세비 반납을 법제화하는 개정법률안은 18~19대 국회 동안 6건이 제출됐다. 하지만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논의도 되지 않은 채 임기 만료로 모두 원안 폐기됐다. 

 

특히 이들 개정법률안 중 일부는 수급 당사자인 국회의원이 스스로 정하는 불합리한 수당 책정 구조를 개선하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조정위원회를 구성하는 등의 안을 담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특권에서 벗어나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이 담겨 있는 법률안이 계류됐지만 의원들의 무관심 속에 원안 폐기됐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수당 등 세비 지원과 관련한 개선에 인색하다는 것은 관련 법률안의 통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기자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검색한 결과, 2004년 17대 국회부터 19대 국회까지 발의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개정법률안은 총 28건이다. 해당 법률안의 처리 결과를 추적해 본 결과, 이 가운데 3건(원안가결 2건·수정가결 1건)만이 가결됐다. 나머지 25건의 개정법률안은 임기만료로 폐기돼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정작 본회의를 통과한 3건의 개정법률안이 수당 제도의 개선 등과는 무관하거나 오히려 자신들의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이었다는 점이다. 2013년 1월21일 가결된 개정법률안은 5급 비서관 1인을 증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었고, 나머지 두 개 개정법률안은 국회의원 보조직원을 보좌직원으로 명칭 변경(2010년 2월25일 본회의 가결)하거나 회의 방해 보좌직원의 임용을 제한(2013년 1월21일)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법률안이 모두 사장(死藏)되는 상황과 달리 유독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맞물리는 대목에서는 속도전이 이뤄진 셈이다. 

 

19대 국회 당시 수당 제도 개선을 담은 개정법률안을 제출한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회의 참여 의무는 있지만 현행 법률은 회의 수당 지급 체계가 비현실적이어서 불참 시 실질적 불이익이나 제재 효과가 전혀 없다”면서 “(국회가)절박성과 시급성을 느끼지 못해 법률 개정이 미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원 의원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라는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도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20대 국회에서는 수당 관련 법률안의 개정을 선결해서 다뤄야 한다”라고 말했다. 

 

 


 

③ 옥상옥의 특권, ‘깜깜이’ 특수활동비 

 

특권이라고 다 같은 특권이 아니다. 국회 내에서도 특권 중의 특권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국회 특수활동비는 ‘쌈짓돈’으로 불리면서 국회의원의 ‘옥상옥(屋上屋)’ 특권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특수활동비는 국회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각 당 원내대표 등에게 직책 관련 활동을 위한 지원비 명목으로 지급된다. 지급 대상자들은 ‘활동비’ ‘직책비’ ‘직책수당’ 등의 명목으로 매달 600만~700만원, 최대 1000만원 이상을 지급받아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수증 첨부가 필요 없어 구체적인 사용처를 알 수 없는 국회 특수활동비는 2013년 85억원, 2014년 84억4100만원, 2015년 83억9800원 규모다. 올해도 국회 특수활동비는 84억원 선에서 책정돼 있다. 올해 국회는 특수활동비 예산 중 5억여원을 영수증 첨부가 꼭 필요한 ‘특정업무경비’로 전환한다고 밝혔지만 전체 예산의 6% 수준으로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9대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특수활동비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규정을 강화하거나 규모를 줄인다는 방안을 내놓았고, 특수활동비의 사용 내역을 공개하는 내용의 법안까지 발의됐지만 19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의정활동 감시 단체들이 끊임없이 내역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국회사무처는 ‘국가 이익을 해칠 수 있다’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특수 임무를 맡는 공무에 사용하라는 특수활동비를 국회의원이 사용하는 것 자체가 사용 용도에 맞지 않아 국회 특수활동비는 원칙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면서 “만약 폐지하기 힘들다면 공적 업무 수행에 한정해야 하는 만큼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도 그 내역은 국민에게 공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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