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은 줄이고 ‘책임’은 늘린다
  • 유지만 기자·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요네무라 고이치 日 마이니치 서울지국장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14 15:39
  • 호수 139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웨덴·미국·일본 등 3개국 국회의원 특권 실태

해외 국회의원들은 어떤 특권을 누리고 있을까. 20대 국회에서 ‘특권 내려놓기’가 주요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해외 사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시사저널은 미국과 일본, 스웨덴 등 3개국 국회의원들도 특권이 있는지 등을 살펴봤다. 

미국은 상원의원과 하원의원 모두에게 헌법상의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을 보장하고 있다. 다른 관직의 겸직은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 국회의원 특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고, 상당한 특권을 내려놨다.

스웨덴은 국회의원 특권 얘기가 나올 때마다 교과서처럼 등장하는 국가다.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이 없음은 물론이다. 관용차나 차량유지비를 지원받지도 못해 지하철이나 자전거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신임받는 일종의 ‘명예직’인 셈이다.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의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특권 없는 활동’을 하고 있다. 독일의 한 국회의원이 자전거로 출근하고 있다.

스웨덴, ‘명예직’ 의원의 표본

 

스웨덴의 국회의원은 결코 좋은 직업이 아니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보장받는 노동권도 보장받지 못하며, 월급 수준도 낮다. 국회의원들이 흔히 받는 ‘대접’도 받지 못한다. 일종의 ‘명예직’인 셈이다. 

 

먼저 스웨덴 국회의원은 세비 외에 특별수당을 별도로 받지 않는다. 또 ‘무노동 무임금 원칙’도 적용하고 있어 세비를 주급형으로 받고, 회기 중 결근하면 그만큼의 세비를 삭감한다. 본인이 아파서 병원에 간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관용차도 지원받지 못한다. 스웨덴 의원들은 출퇴근 시 주로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유류비나 차량유지비도 지원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도 가장 낮은 가격의 교통비용에 대한 영수증을 제출한 후 보전받을 수 있다. 출장 시에도 식사 대접을 받게 되면 사무처에서 정한 비용만큼 출장비에서 빼도록 돼 있다. 올해 2월 KBS 《다큐1》에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한 스웨덴 의원이 한국 출장으로 받은 활동비는 약 2000크로나(약 28만원)였다. 또 출장 후에는 영수증을 제출하며 담당 직원들의 검토를 거친 후 영구 보관하도록 규정돼 있다. 스웨덴 국회에서 영수증 감사와 보관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650명에 달한다. 

 

특권이 없다시피 하지만 능력 면에서는 세계 어느 의회보다도 앞서 있다. ‘2015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스웨덴 국회의원의 1인당 GDP 대비 보수 수준은 전체 27개국 중 24위에 불과했다. 한국은 일본과 이탈리아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반면 보수 대비 의회의 효율성에서 스웨덴은 노르웨이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한국은 26위로 꼴찌에서 두 번째 자리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미국, 내란죄·공무집행 방해 시 특권 못 누려

 

미국은 한국과는 달리 상원과 하원 양원제를 택하고 있다. 상원의원은 주(州)의 크기나 인구에 상관없이 각 주당 2명씩 50개 주에서 선출되는 100명이다. 따라서 이들은 주를 대표하는 의원이다. 

 

한국과 비교되는 하원의원은 인구 비례에 따라 각 선거구에서 선출된다. 총 435명의 하원의원이 임기 2년으로 2년마다 선거를 통해 선출돼 연방의회에서 하원의원의 권리를 행사한다. 하원의원은 예산 관련 법안을 심의하는 권한은 있지만, 조약 비준이나 고위직 공무원이나 재판관의 지명에 대한 승인권은 상원이 가진다. 하지만 의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입법권은 상원과 동등한 권한을 가진다. 또 대통령선거에서 선거인을 과반수 획득한 후보가 없는 경우는 하원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권한을 가진다. 

 

하원의원은 2014년 말 기준으로 약 2억166만원(17만4000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하원을 대표하는 하원의장의 연봉은 약 2억6000만원이다. 또 각 당의 원내대표도 의장보다는 적지만, 일반 의원보단 다소 많은 연봉을 받는다. 

 

상원의원의 연봉도 하원의원과 비슷한 규모다. 하원의원은 급여 외에 부가적인 외부 수입이 가능하지만, 총 급여의 15% 내로 제한된다. 하지만 청탁 관련이나 개인적인 지지 등을 통한 수입은 엄격하게 금지된다. 하원의원으로 선출돼 5년 이상 일한 경우에는 각종 연금 혜택이 주어진다. 62세 이후에 모든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20년 이상 일했거나 50세에도 25년 이상 일한 경우에는 나이에 관계없이 바로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지역구를 벗어나 연방의회가 있는 워싱턴DC에서 생활하는 비용으로 연간 3000달러(약 347만원)의 세제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하원의원은 각종 의료 혜택도 주어지지만, 2014년 이후에는 많은 혜택이 감소했다. 연간 일정 비용을 내면, 하원의원은 의회 내에 상주하는 병원에서 각종 검사나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치과나 안과는 제외되지만 미 전역의 군부대 병원시설에서는 치과를 포함해 급한 의료 혜택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하원의원은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보좌관 채용이나 각종 비용에 관한 지원(MRA)을 받을 수 있다. 의사당이 있는 워싱턴DC나 자신의 지역구에 사무실을 두고 직원 채용 비용 등을 사용할 수 있지만, 지원되는 총비용 내에서 사용해야 한다. 

2011년 기준으로 하원의원 평균 연간 약 140만 달러(16억2000만원)의 비용이 지역구에 따라 차별적으로 지원된다. 보좌관 중에는 많게는 연봉 2억원 정도를 받는 이도 있으나, 해당 지원 금액 내에서 사용해야 하며, 보좌진 인원은 18명 이내로 제한된다. 이 밖에도 의회 회의에 참여하기 위해 보좌관 1인을 포함해 지역구에서 의사당이 있는 워싱턴DC로 왕복하는 비용이 보조되는 등 각종 기타 운영비가 지원된다. 

 

상원의원과 하원의원 모두는 헌법상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을 보장받고 있지만, 다른 관직의 겸직을 금하고 있다. 그러나 내란죄 등 중죄나 공무집행 방해죄 등의 경우에는 불체포 특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하원의원이라도 집회에 참석해 도로를 불법으로 점거하거나 공무를 방해하면 즉각 체포되는 이유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특히, 하원의원 이름 앞에 ‘존경하는(The Honorable)’이라는 접두사가 늘 따라다니는 등 최고의 정치적 자리임은 분명하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 상당수 특권들을 축소했다. 일본 의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쟁점사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일본, 고이즈미 정권 때 특권 대폭 줄여

 

일본에서 국회의원의 특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특권이 크게 삭감된 것은 2002년과 2006년으로 비교적 최근이다. 모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 때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을 중심으로 2000년께 다양한 의원 특권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높아졌다. 특권 중에는 재직 25년 이상의 국회의원이 국회 내에 자신의 초상화를 내걸기 위한 비용 100만 엔과, 마찬가지로 재직 25년 이상의 국회의원 대상으로 지급되는 연간 360만 엔의 특별 교통비 등의 문제가 포함돼 있었다. 이러한 특권엔 특히 비판이 많아 2002년에 특별 교통비 지급과 초상화 제작비 폐지가 결정됐다. 2003년부터 실행에 옮겨져서 연간  1억6000만 엔 정도의 예산이 삭감됐다.

 

다음으로 관심이 쏠린 것은 국회의원 연금제도이다. 당시 의원 연금제도에서는 국회의원 1명당 연간 약 123만 엔을 내면서 최저 10년간 재직한 의원은 65세 이후 매년 412만 엔을 받을 수 있었다. 부금도 많지만 10년간 1230만 엔을 지불했다고 해도 연금을 3년 받으면 지불총액을 넘어버린다. 나머지는 국가가 부담하는 구조였다.

 

당시 일반 국민 연금제도의 개혁이 논의되기 시작하자, 2005년 9월 고이즈미 총리가 여당 간부에게 “의원 연금을 폐지하라”고 지시했다. 이듬해 폐지 방침이 정해졌다. 다만 오랜 기간 부금을 내온 의원들의 반발이 심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다. 결국은 이미 부금을 지불하고 있으며 근속 10년을 넘은 의원은 기존보다 15% 감액한 연금을 받는 형태로 정착했다.

 

더 정확히 설명하면 근속 10년이 넘는 의원은 지금까지 낸 돈의 80%를 한 번에 받거나, 기존보다 15% 줄어든 금액을 연금으로 받게 됐다. 즉 10년간 1230만 엔 낸 의원은 984만 엔을 한 번에 받을지 65세부터 연금을 받을지 선택하게 됐다.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금방 알 것이다. 의원 연금제도 자체는 폐지됐지만 이미 현직 의원이 연금을 받는 구조는 남아 있었기 때문에 “이름만 폐지”라고 신문 등에서 비판했다.

 

이렇게 2000년대에 초상화 제작비 등 불가사의한 특권은 폐지되고, 일반 국민연금에 비해 너무 반환율이 높고 불공평성이 지적된 의원 연금도 폐지됐다.

 

다만 지금도 몇 가지 특권은 남아 있다. 그중 하나가 JR철도의 전 노선 무료 패스를 쓰거나 한 달에 최대 4회 왕복 항공권을 이용할 수 있는 혜택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주 선거구에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의원의 사정을 배려한 것이다. 또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도심에 있는 의원 숙소를 빌릴 수도 있다.

 

다른 세비 수준은 월 129만4000엔과 연 2회의 기말수당 총 553만5085엔이다. 그 외에도 매월 100만 엔의 문서·통신·교통·체류비가 지급된다. 이것만으로도 연간 3300만 엔 정도에 달한다.

 

또한 입법에 관한 조사·연구 활동을 위한 필요경비인 ‘입법 사무비’도 1인당 연간 700만 엔 정도 지출되고 있다. 이에 대해선 지금도 “너무 많다”는 비판이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후에는 재건 비용을 충당한다는 명목으로 20%가량 국회의원 세비 수당을 삭감했으나 2014년 기존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