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는 자신의 옷을 입으로 물거나 빠는 습성이 있다. 이런 유아용 옷을 세탁할 때 사용하는 세제를 개발하면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PHMG)을 넣어 특허까지 받으려고 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이 업체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을 만든 SK케미칼이다. 업체는 자사의 가습기 살균제품(가습기메이트)의 판매권을 애경에 넘긴 2001년 무렵 후속 제품으로 유아용 의복 액체 세제 개발을 진행 중이었다.
이 문건에는 ‘살균제의 사용량은 0.1 내지 2중량%(중량퍼센트)인 것이 바람직하며 0.8 내지 2중량%인 것이 더 바람직하다. 사용량이 0.1중량% 미만이면 충분한 항균력을 기대하기 어렵고 2중량%를 초과하면 비용 증가와 안정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며 살균제 성분을 더 많이 사용할수록 살균 효과가 좋은 것처럼 설명돼 있다. 중량퍼센트란 전체 무게에서 특정 성분의 무게가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당연한 결과처럼 보이지만 유아용 의복 세제의 살균 성분은 위생 목적이 아니라 세제를 오래 유지하기 위한 보존제 역할이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덕환 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장은 “옷에 있는 세균과 곰팡이는 대부분 물로 빨면 없어지고 나머지도 햇볕에 말리는 과정에서 사멸된다. 굳이 필요도 없는 살균제를 사용하면 한때 일본에서 난리가 났던 O-157 식중독균처럼 내성을 키운 세균만 만들어낼 뿐”이라며 “유아용 의복 세제에 살균제 성분을 넣은 것은 살균 효과를 위해서가 아니라 세제가 썩지 않도록 하는 보존제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SK케미칼은 효과도 없는 살균제 성분을 세제에 넣어 위생적인 것인 양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당시 특허가 인정되지 않은 배경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SK케미칼 관계자는 “유아용 의복 세제의 살균 효과를 기대하고 개발한 제품인데 특허 획득에 실패했다”며 “출시하지도 못한 제품을 (지금에 와서) 문제 삼을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손 놓고 있었던 환경부와 산업부… 조사받은 공무원 단 한 명도 없어
2005년 SK케미칼이 살균제 성분(PHMG)을 넣은 차량용 흡음재를 개발할 즈음 환경부는 PHMG의 유해성 심사가 필요하다는 연구 보고를 받고도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송기호 변호사는 PHMG가 가정용 제품에 쓰인 사실을 정부가 알고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환경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보한 ‘가정용 바이오사이드 제품 관리 방안’ 보고서를 근거로 들었다. 화학물질 관련 민간연구소가 2005년 9월 환경부의 의뢰를 받아 제출한 이 보고서에는 ‘현재로서는 가정용 제품 내 포함되어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노출이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제조나 수입 이전에 신규화학물질 유해성 심사를 받지 않은 성분에 해당한다’고 명시돼 있다. 송 변호사는 “환경부가 최소한 2005년부터 PHMG가 가정용 제품으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라며 “환경부가 당시 법령상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알 수 없었기에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막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또 SK케미칼이 2001년 PHMG를 넣은 유아용 의복 세제를 개발할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가습기 살균제를 법적 안전검사 의무 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사실도 밝혀졌다. 송 변호사는 “정부 산하 보건연구기관이 2002년 옥시 가습기 살균제를 임의로 조사 대상에 포함해 안전성 검사를 했지만, 유해성 물질인 PHMG 성분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결국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 관리 부처인 산업부가 가습기 살균제를 안전검사 의무 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것이 참사의 중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정부의 관리 허점이 발견됐음에도 지금까지 가습기 살균제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은 공무원은 단 한 명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