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멘토’ 새누리 총선 패배로 유탄 맞았나
  • 박혁진 기자 (phj@sisapress.com)
  • 승인 2016.06.17 09:23
  • 호수 1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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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외출 영남대 부총장, 코이카 이사장 거론됐다 백지화

최외출 영남대 부총장이 2015년 9월15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글로벌새마을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지난 5월 외교부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이 이사장 선출 과정에서 논란을 빚었던 배경에 최외출 영남대 부총장과 관련된 해프닝이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최 부총장은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이자 ‘멘토’ 그룹의 일원이다. 

 

외교부와 코이카는 5월12일로 임기가 만료된 김영목 전 이사장 후임으로 최 부총장을 유력하게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치적 이유’로 4월 말 이런 논의가 백지화되면서 급하게 공모 절차를 진행했다. 김 전 이사장 퇴임 9일 전 부랴부랴 공고를 내고 신임 이사장을 선출했던 것이다. 

 

코이카는 외교부 산하 준(準)정부기관으로 외교부와 코이카가 함께 공모 절차를 진행해 이사장을 선발하도록 돼 있다. 차관급 대우를 받는 코이카 이사장 선발은 외부적으론 공모 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그동안 청와대나 외교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교부 고위공무원들이 퇴직 후 이사장을 맡았던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사상 처음으로 외교부가 아닌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코트라 출신인 김인식 이사장이 선임되면서 외교가에 논란이 일었다. 

 

코이카 활동에 새마을운동 접목 관심 

 

외교부 및 구호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 부총장은 5월 중순 교체 예정이었던 코이카 이사장직에 유력 후보로 물망에 올랐다고 한다. 실제로 최 부총장이 지난 3~4월 국내외 구호단체장과 잇따라 만나며 조언을 구한 사실이 시사저널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이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 부총장또한 코이카 활동에 관심을 보이며 새마을 운동과의 접목을 꾀했다고 한다. 

 

최 부총장은 박 대통령의 오랜 측근으로 2012년 대선 때는 기획조정특보를 맡은 바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박 대통령의 ‘그림자 실세’로 불리며 각종 인사(人事) 등에 관여한다는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 때마다 유력 후보로 거론돼왔다. 최 부총장은 각종 하마평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공직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새마을운동 재평가 및 확산 작업에 힘을 쏟았다. 본인이 몸담고 있는 영남대학교에 새마을운동국제개발학과를 신설해, 이 학과를 발판 삼아 다른 개발도상국들에 새마을운동을 확산시키는 작업을 해왔다. 그런 최 부총장에게 언론은 ‘새마을운동 전도사’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였다. 

 

최 부총장의 이런 활동은 현 정부의 전폭적 지지가 있기에 가능했다. 현 정부 내에서 새마을운동 관련 예산이 대폭 늘어난 것은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은 영남대와 새마을운동 교류가 있는 나라에 순방 또는 정부 차원의 교류 형식으로 이를 지원했다. 최 부총장이 있는 영남대 새마을운동국제개발학과 등이 민간 교류 형식으로 개도국에 새마을운동을 알리면, 몇 개월 뒤  해당 국가를 순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5월 말에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순방에 포함된 국가는 대부분 영남대와 새마을운동으로 교류해왔다. 에티오피아의 경우 지난 3월 정부 대표단을 영남대에 파견했다.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시사저널에 “최 부총장이 더 효과적으로 새마을운동 세계화에 나서기 위해서, 범국제적 네트워크가 갖춰져 있는 코이카를 활용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최 부총장의 이런 의사를 적극적으로 지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총장이 구호단체 관계자들과 잇따라 만난 것도 이 때문이다. 

 

 

19대 대선 전인 2015년 10월16일,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최외출 영남대 부총장을 캠프의 기획조정특보에 임명하며 악수하고 있다.

 

최 부총장 “처음 듣는 얘기다”

 

급기야는 구호단체 관계자들 사이에서 파다했던 최외출 부총장의 코이카 이사장 내정설까지 흘러나왔다. 백지화된 이유와 관련해 이런저런 해석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중 가장 유력하게 회자되는 해석은 “총선 패배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컸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구호단체 관계자는 “(최 부총장의) 이름을 우리가 어디서 들어봤겠냐”며 “윗사람들이 ‘힘센 사람’이라고 이야기해서 알았다. 코이카 이사장으로 간다고 들었다. 하지만 총선이 끝나고 내정이 취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 역시 “내정됐다기보다는 후보군으로 이야기가 나온 것은 맞다”며 “이마저도 총선 후에는 쏙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여당의 총선 참패에 대한) 청와대 책임론이 나오는 가운데 실세로 알려진 인물이 언론에 거론될 경우 정권이 가지는 부담이 컸던 게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최 부총장이 코이카 이사장으로 거론되다 백지화되면서 공모 절차가 급하게 진행됐다. 물론 최 부총장이 거론됐다고 해서 공모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여느 때보다 서둘러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잡음도 불거져 나왔다. 코이카를 관할하는 외교부는 5월3일 홈페이지에 이사장 공모 공지를 게시해 9일에 마감했다. 공고 게시가 연휴 하루 전날 이뤄지면서 연휴기간이었던 5~8일을 빼면 준비기간이 3일에 불과했다. 공모기간이 규정으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 달 정도 기간을 두고 모집이 이뤄졌던 것에 비해 이례적이었다. 결국 코이카는 사실상 단 3일 동안 이뤄진 공모를 통해 응모한 후보 10명에 대한 면접 절차를 마감 다음 날인 5월10일 실시했다. 이들 10명 가운데 외교관 출신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코이카 이사장은 전문성을 고려해 1991년 창립 이래 외교관 출신이 도맡아왔다. 5월12일 퇴임한 김영목 전 이사장도 이란 대사와 뉴욕 총영사를 지낸 인물이었다. 오히려 산자부 산하기관인 코트라 출신 김인식 현 이사장이 취임했다. 물론 김 이사장이 근무했던 코트라 역시 방대한 해외 네트워크를 가진 조직이다. 하지만 ‘구호’보다는 ‘무역’ 쪽에 전문화된 조직이라는 점에서 구호단체 쪽에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외출 영남대 부총장은 시사저널에 이메일을 보내와 “코이카 이사장에 내정됐다가 취소됐다는 말은 제가 처음 듣는 얘기”라며 “허위를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서 밝혀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장은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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