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한류 스타들의 자기 관리 능력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26 21:05
  • 호수 1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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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천 사태’가 한류문화 전체에 끼친 악영향 심각해

최근 연예인들의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잇따른 성추문이나 음주운전 같은 사건은 물론이고, 부적절한 발언도 일파만파의 후폭풍을 몰고 온다. 문제는 이들의 사건과 논란들이 우리네 한류(韓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한류 스타 박유천의 성추문은 실로 대중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성폭행으로 4명의 여자들에게 연속적으로 피소됐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에서 거의 동일하게 ‘화장실’이 언급됐다는 사실은 ‘상습’의 혐의를 덧씌운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물론 성폭행 혐의 고소에 대해서 박유천 측은 성행위는 했지만 성폭행은 ‘사실 무근’이라고 말하고 있다. 박유천의 소속사에서는 만일 이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연예계를 “은퇴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고, 애초에 고소했다 취하한 첫 번째 여성에게는 무고 및 공갈 혐의로 맞고소를 한 상태다. 

 


‘한류’ 관점에서의 관리 차원에서 바라봐야

실제 성폭행을 했는가 안 했는가 하는 건 경찰이 수사하고 그 진위를 파악할 일이다. 하지만 이번 박유천 성추문은 성폭행 사실 진위와 상관없이 대중들에게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사안이다. 그것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까지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한류 스타가 심지어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는 와중에 유흥업소를 수시로 드나들었다는 사실에서 오는 불편함이다. 박유천 사태는 성추문과 함께 군 복무 기강 해이의 문제까지 겹쳐져 대중들에게 더 큰 실망으로 다가왔다.

  

아마도 박유천이 그 위치까지 올라가는 데는 꽤 오랜 세월이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 위치에서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데는 채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너무나 짧은 시간에 곤두박질 친 그 충격이 오죽하랴. 하지만 이미지라는 것은 본래 그렇게 하루아침에도 호감에서 ‘비호감’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박유천은 결국 한류 스타로서 자기 관리에 실패했고, 그것은 그를 회생불능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심지어 의구심을 표하면서 동정적인 시각까지 보이던 팬들마저 등을 돌렸다. 박유천의 팬클럽은 성폭행 진위와 상관없이 유흥업소에 드나든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며 그에 대한 지지를 공식적으로 철회한다고 밝혔다.

박유천 사태는 그가 한류 스타로서 한류문화 전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그는 이미 ‘동방신기’ 시절부터 일본과 중국에 많은 팬을 갖고 있던 한류 스타다. 물론 ‘JYJ’로 분리돼 나왔지만, 그래도 팬들은 여전히 그를 지지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여파는 고스란히 그가 만들어가고 있는 한류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했다. 무엇보다 연기자로서 더 많은 활동을 하는 그에게 ‘성추문’의 이미지는 지울 수 없는 생채기를 냈다. 이런 상황이라면 더 이상 연기를 통해 대중들을 몰입시킨다는 것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박유천 사태가 워낙 큰 충격인지라 다른 사건 사고들이 많이 묻혀버렸지만, 사실 몇 주 전만해도 개그맨 유상무의 성추문으로 연예계는 시끌시끌했다. 강간 미수로 고소를 당했고, 그걸 부인하는 와중에 또 다른 여성의 제보가 잇따르면서 문제는 더 복잡해져버렸다. 이 사건 역시 성폭행 진위를 떠나서 충격을 준 건, 유명 개그맨이 이 여성 저 여성에게 동시에 접근했다는 정황들이었다. 결국 그는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고 돌아올 길은 막막해졌다.

연예인들의 음주운전 사건은 한 달 새 무려 4건이 터졌다. 과거 두 번의 음주운전과 음주폭행 사건을 저질렀던 전적이 있는 강인이 다시 음주운전으로 검찰에 송치됐고, 배우 윤제문, 가수 이정, 힙합가수 버벌진트의 음주운전이 적발됐다. 최근에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배우 김민희와 영화감독 홍상수의 불륜설이 터져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런 사건사고들은 개인적인 일일 수 있지만, 그것이 국내외에 큰 파장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한류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일련의 문제들을 그저 가십성의 추문으로 볼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한류라는 관점에서의 관리 차원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특히 차세대 한류 스타로서 아이돌의 경우 인성교육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상황이다. 아이돌의 특성상 어린 나이에 소속사에 들어와 연습생 기간을 거치기 때문에 정상적인 학교 교육이나 사회생활을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춤과 노래, 그리고 해외활동을 위한 외국어 교육 정도에 집중된 현재의 기획사 관리 시스템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갖가지 사건사고들에는 무방비 상태나 마찬가지다. 박유천의 사례에서 보듯이 제아무리 뛰어난 연기력과 가창력, 스타성을 가진 한류 스타도 한 번 빗나간 자기 관리로 인해 하루 아침에 모든 걸 잃어버릴 수 있다. 인성 관리는 그래서 기획사들로서는 엄청난 리스크의 문제로 다가온다.

이러한 아이돌의 인성교육 문제에 있어서 역사인식은 해외활동을 하는 그들에게는 특히 세심한 주의와 준비가 필요한 사안이다. 과거 쯔위 사태는 이 문제의 중대성을 새삼 인식하게 만들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인터넷 버전에서 우리 국기와 대만 국기를 함께 흔든 사실 하나가 만든 파괴력은 대만과 중국 사이의 국가적인 분쟁까지도 불러일으켰다. 이 사태가 때마침 있었던 대만 총선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건, 아무리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일이라도 국가 간의 역사적 논쟁이 되는 일이라면 실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는 걸 보여줬다.

또한 박유천 사태를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미지는 더 이상 관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박유천처럼 바른 이미지의 소유자가 있을까. 하지만 그 이미지는 실제 인성을 의심케 하는 사건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이미지 관리는 이제 요즘처럼 죄다 카메라를 손에 든 잠재적 기자들이 존재하는 시대에는 결코 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결국 자기 관리는 거짓 이미지가 아닌 실제 자신을 만들어내는 것만으로 유지될 수 있게 되었다.

한류 스타들은 인성이 무너질 수 있는 무수한 유혹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인성교육이라는 것은 지금껏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연예활동을 빌미로 저만치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는 사건들이 말해주고 있는 건 무엇인가. 그 많은 활동으로 인기를 쌓아 놓은들 제대로 된 인성과 성품이 따르지 않으면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위기는 많은 시사점을 얘기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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