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 놓은 연평도 주민들“中 어선 또 끌어오겠다”
  • 이민우 기자 (mwlee@sisapress.com)
  • 승인 2016.06.27 14:16
  • 호수 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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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中 어선 싹쓸이에 꽃게 씨 말라…파산 직전의 연평도 르포

 

 

6월22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꽃게 조업을 포기한 배들이 당섬 선착장에 머물러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꽃게 수확량은 전년 대비 10분의 1로 줄었다.

“아이고, 할 말 없습니다. 몇 년 동안 계속 얘기해도 뭐 하나 달라지지 않더이다. 나라에서 다 굶어 죽으라고 하는 건지 원….” 6월21일 오후 5시쯤 꽃게잡이 조업을 마치고 선착장으로 돌아온 박아무개씨는 배에서 내리자마자 담배를 물었다. 12시간 동안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선원들도 배를 묶은 뒤 곧바로 소주를 들이켰다. 예년 같으면 한참 그물에 걸린 꽃게를 떼어 내면서 손질하기 바쁠 때다.

 


‘꽃게의 섬’으로 불리는 인천 옹진군 연평도. 꽃게잡이를 생업으로 하는 주민 2000여 명과 해병대 군인들이 공존하는 섬이다. 꽃게잡이 시즌인 4~6월, 9~11월이 되면 이곳은 꽃게잡이 비린내로 가득했다. 수십 척의 배들이 출항하는 뱃소리가 새벽잠을 깨우고, 배가 들어오면 그물 작업에 아이들까지 매달렸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고요하다 못해 적막할 정도다. 배를 타는 사람도, 그물 작업을 하는 사람도, 돌아다니는 사람도 찾기 어렵다. 당연히 꽃게를 찾아보는 것도 어렵다. 마을을 오가는 해병대 장병 몇 사람과 먹이를 찾는 갈매기들이 선착장을 지킬 뿐이다. 꽃게의 산란기인 7~8월 금어기(꽃게잡이 금지 기간)를 앞두고 가장 바쁠 시기에 연평도 주민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중국이 싹 쓸어간 연평도 해안

 


2010년 북한의 포격으로 피폐해졌던 연평도가 또다시 몸살을 앓고 있다. 북한의 묵인 속에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나들며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 탓이다. 


연평도에서 중국 어선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6월21일 연평도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연평도 동북쪽에 위치한 망향전망대를 찾았다. 북쪽을 바라보자 안개가 자욱하게 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석도와 갈도 사이에서 무리를 지어 있는 배들을 볼 수 있었다. 연평도에서 불과 2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모두 꽃게를 잡고 있는 중국 배들이었다. 중국 어선은 2013년 1만5500여 척에서 지난해 3만 척 가까이 우리 어장에 출몰했다. 올해에는 매일 200여 척의 배가 연평도 북쪽 NLL 일대에서 거의 상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평도 주민들은 중국 어선의 조업 문제가 단순히 꽃게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들은 새끼 꽃게는 물론 복부 외부에 수만 개의 알을 품은 ‘외포란’ 꽃게까지 잡아들이고 있었다. 실제로 최근 나포된 중국 어선에서 이 같은 사실이 증명됐다. 심지어 쌍끌이 방식으로 꽃게 먹이인 바지락까지 긁어가면서 바다 앞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최근 어민들에게 나포된 중국 어선에선 포획이 금지된 외포란(가운데 사진)과 꽃게 먹이인 바지락이 발견됐다.

해질 무렵, 조업을 마친 배들이 들어왔다. 이날 꽃게잡이에 나선 배는 8척에 불과했다. 연평도 꽃게잡이 어선은 29척이지만 대부분 조업을 포기했다. 새벽 5시부터 조업에 나섰던 정복호에 올라타니 20kg 상자 네 개에 꽃게가 실려 있었다. 12시간가량 조업한 결과물이었다. 텅 빈 배로 돌아오는 어민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선장은 연신 담배를 피워댔다. 조업에 나섰던 어민들은 배 위에서 꽃게찜과 갑오징어회를 안주로 속을 풀고 있었다. 이 배에 탔던 한 주민은 “작년 이맘때에는 60~70상자씩 잡아 올렸다”며 “올해는 인건비는커녕 어망값도 못 버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연근해어업 생산량 조사 결과, 꽃게 어획량은 664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8.5% 감소했다. 하지만 연평도 주민들이 체감하는 꽃게 수확량은 10분의 1로 줄었다. 60년 만의 최고 흉어기(凶漁期)라는 말까지 나왔다. 

 


‘파산 직전’ 연평도 주민들의 분노


최근 연평도의 경제는 파산 직전에 내몰렸다. 꽃게 수확은 선주들의 주머니로만 이어지지 않는다. 주민들은 1년에 두 차례 꽃게잡이 배에 올라 인건비를 번다. 연로한 아낙들은 배가 들어오면 그물에 걸린 꽃게를 분리하거나 그물을 손질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렇게 해서 번 돈으로 먹거리를 마련하거나 회식을 한다. 좁디좁은 섬의 경제 흐름이다.


늦은 저녁시간에 식당을 찾았지만 절반가량은 문을 닫았다. 어렵사리 찾아간 식당은 파리채를 든 주인만이 지키고 있었다. 식당 주인인 김아무개씨는 외지인에게 경계의 눈초리를 보냈다. 혼자 연평도에 온 사정을 얘기하자 하소연이 시작됐다. 


“작년 같으면 배 타고 나갔다 온 사람들이 소주 한잔씩 하러 왔지요. 엄마들은 저녁시간에 꽃게 손질 작업을 하니까 식당 와서 밥을 먹는 경우도 많았어요. 근데 올해는 도무지 사람이 안 와요. 꽃게가 안 나오니까 사람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거예요.” 연평도의 식당과 민박집에서도 꽃게가 없어 꽃게요리를 해본 지가 언제인지 모를 정도라고 했다.

 

 

 

6월21일 꽃게 조업에 나섰던 어민들이 배 위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다음 날 낮시간에 당섬 선착장을 찾았을 때는 전날보다 배들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이날 조업에 나선 배는 4척에 불과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 탓도 있겠지만 조업을 포기한 배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조업을 나가봤자 적자만 쌓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생업을 포기한 셈이다.


선주들은 사실상 파산 직전 상태다. 꽃게 조업은 그물을 잘라가며 꽃게를 분리하기 때문에 그물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그물을 사고 인건비에 기름값까지 하면 하루 조업에 투입되는 돈은 50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꽃게 어획량이 줄어 이를 충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들은 꽃게잡이 철을 앞두고 은행 대출과 사채 2억~3억원을 모아 어구와 어망 등을 준비한다. 꽃게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이 돈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게 된 상황이다.

 


‘中 어선 나포 작전’ 숨겨진 이야기


지난 6월5일 새벽, 연평도 일대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대연평도와 소연평도에서 출발한 꽃게잡이 배들이 중국 어선을 직접 끌고 온 것이다. 연평도 북쪽 해역에 정박해 있던 중국 어선 2척을 에워싼 뒤 강제로 끌고 와 해양경찰대에 넘겼다. NLL에서 불과 0.3해리(약 550m) 떨어져 있어 큰 충돌로 이어질 뻔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주민들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연평도 북쪽 해역은 주민들이 접근할 수 없는 ‘금단의 수역’이다. 당시 중국 어선 나포에 참여했다는 주민 김아무개씨는 동북쪽 끝에 튀어나와 있는 바위 절벽을 가리키며 “원래 저쪽으로는 못 넘어간다”며 “저기 넘어가면 중국 배들이 많은데 북한 군함도 섞여 있어서 잘못하면 큰일 난다”고 말했다. 그는 “그날은 대연평도하고 소연평도 배들이 미리 연락해서 다 같이 몰려갔다”며 “(연평도 북쪽 수역에) 갔더니 따로 떨어진 중국 배 2척이 있어 에워싸고 밧줄로 묶어서 끌고 온 것”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날 연평도 어민들에게 끌려온 중국 어선은 각각 22톤, 7톤짜리 목선이었다. 선원들이 배 안에서 잠을 자다가 별다른 저항도 못하고 끌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에 따르면, 이 중국 어선 두 척은 중국 정부에도 등록되지 않은 무허가 어선이었다. 

 

공식적으로는 우발적으로 벌어진 것처럼 발표됐지만 주민들의 얘기는 달랐다. 올해 내내 꽃게가 잡히지 않아 분노에 휩싸인 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NLL 인근 수역까지 몰려갔던 것이다. 이렇게 해야 해경이나 해군에서 우리 해역까지 넘나드는 중국 어선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기자 양반, 명함 하나 줘봐. 다음에 중국 어선 잡으러 갈 때 꼭 부를게. 중국 어선 끌고 온 뒤에 해경에서 적극 나서서 중국 어선이 거의 사라졌는데, 이것도 잠깐이야. 가을에 또 몰려오면 또 한 번 잡으러 가야지.” 연평도 주민들은 목숨 건 중국 어선 퇴출작전을 또다시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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