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6년 단임국회는 양원제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6.06.28 11:16
  • 호수 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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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 헌법개정자문위가 제시한 1404쪽 분량 헌법개정안 보고서 심층 분석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한 20대 국회의원들이 6월13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개원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국회발(發) 개헌 논의가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정세균 국회의장이 취임 일성으로 개헌 필요성을 언급한 후 정치권 안팎에서 개헌 논의가 봇물을 이루는 형국이다. 개헌 논의의 다른 한 축인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개헌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지만, 개헌이라는 화두가 던져진 지금의 상황을 쉽게 되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만큼 개헌 논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시간 부족’을 이유로 개헌 가능성을 낮게 보는 전망이 나온다. 친박(親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여권 인사는 “언젠가 개헌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면서 “하지만 청와대가 개헌에 부정적인 상황에서 지금 개헌 논의를 시작해도 결실을 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동안 개헌 논의가 법률 절차상 진행된 적은 없지만, 간헐적으로 국회 차원에서 개헌 논의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2008년 17대 국회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 직속의 ‘헌법연구자문위원회’와 2014년 19대 국회 강창희 의장이 구성한 ‘헌법개정자문위원회’(자문위)의 활동 등이다. 특히 19대 당시 자문위는 17대 헌법연구자문위원회 운영 당시 논의된 내용 등을 포괄해 구체적인 헌법개정안까지 마련해 국회에 제안했다. 

 

당시 자문위는 헌법학자인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국회의장과 여·야 추천 인사 등으로 총 15명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제1분과위원회는 헌법전문과 총강, 기본권, 경제질서 등 4개 부문을 주제로, 제2분과위원회는 통치구조와 법원, 헌법재판소, 독립기관, 지방분권, 헌법개정 등 6개 부문을 주제로 각각 활동했다. 국회도 법제실장을 단장으로 법제관과 분석관 등 31명이 참여해 헌법개정안 마련을 도왔다. 

 

당시 자문위가 제출한 헌법개정안은 구속력이 없었다.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선 중립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자문위의 헌법개정안은 향후 국회 차원에서 진행될 개헌 논의 과정에서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다. 시사저널은 향후 개헌 논의 과정에서 드러날 쟁점을 미리 짚어보고, 개정 논의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1404쪽 분량에 달하는 자문위의 활동결과보고서(총 3권)를 분석해 소개한다. 

 

 

▒ 국회는 양원(兩院)제 : 민의원-참의원 분리

 

19대 국회 헌법개정자문위가 국회에 제출한 헌법개정안을 구조적으로 살펴보면, 현행 헌법(1987년 9차 개정)에 비해 신설 조항 등이 늘어나는 등 부피가 상대적으로 커졌다. 현행 헌법이 전체 10개 장, 130개 조로 구성돼 있는 반면 개정안의 조문시안은 총 11개 장, 161개 조로 늘었다. 자문위는 당시 논의 과정에서 △헌법정신 및 국민통합 강조 △기본권 보장 강화 △민주적 권력구조 설계 △열린 시대 지향 등을 개정 방향으로 설정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개헌 논의 과정에서 가장 현안으로 떠오를 권력구조의 개편 부분이다. 자문위는 권력 분화와 권력 간 견제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폐해로 지적된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선하기 위해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택했고,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국정을 분담하는 한편, 국회와 정부의 상호협력과 견제를 높이는 방향으로 헌법개정안의 골격을 잡은 것이다. 

우선 자문위는 국회를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변화시키는 안을 제시했다. 자문위는 민의원(民議院)과 참의원(參議院)으로 나누는 양원제를 통해 국가의사를 보다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양원제는 국회 권력 스스로에 대한 견제의 의미도 담고 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권력을 나누는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에 따라 의회 다수파와 그 다수파가 선출하는 국무총리의 국정운영을 국회 차원에서 견제할 수 있는 별도 원(참의원)의 필요성을 감안한 것이다. 

 

국회는 1954~62년 헌법의 양원제 채택에 따라 민의원과 참의원으로 운영된 적이 있다. 자문위는 민의원 임기를 4년으로 제시했는데, 국정운영의 중심이 되는 민의원이 전문성과 경험을 축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자문위는 밝혔다. 임기 6년의 참의원은 민의원이 해산될 경우 선거주기 불일치 문제가 발생하고, 3년으로 축소할 경우 선거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자문위는 그동안 국민들의 지탄을 받은 국회의원 특권의 근절을 위한 방안도 헌법개정안에 명문화했다. ‘현행범인 또는 장기 5년이 넘는 징역 이상의 죄’는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면책특권 대상과 관련해서도 현행 헌법 제45조에서 규정한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규정과 함께 ‘다만 명예훼손 또는 모욕적 발언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는 발언은 제외한다’는 단서를 추가했다. 이는 국회의원의 직무상 발언에도 제한을 둬 국회 활동의 신뢰성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다. 하지만 이는 국회의원의 행위를 과도하게 제약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제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논의가 더 필요한 사안으로 보인다. 

 

자문위는 국정감사 폐지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는 매년 국가기관·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국정감사가 감사의 범위와 행정 부담에 비해 실제 성과가 저조하고 정쟁을 과도하게 유발한다는 점을 반영했다. 반면 민의원과 참의원이 모두 국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고, 그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현행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16조에 보장돼 있는 국회의 시정요구권을 헌법상 권한으로 규정하면서 정부에 대한 통제권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 대통령은 6년 단임 : 당적 탈퇴 명문화 

 

자문위의 헌법개정안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 중 하나가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한 조항들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원집정부제의 도입으로 대통령의 권한 중 ‘대통령의 행정수반으로서의 지위’는 삭제됐다. 분권형 대통령제 아래서 대통령을 국가원수 및 외국에 대한 국가의 대표자로 유지하면서도 행정부 수반으로서 지위 규정은 삭제한 것이다. 다만 대통령의 의무에 조국의 평화적 통일 조항에 ‘국민통합을 위하여 성실히 노력할 의무’를 추가한 것은 눈에 띈다. 특히 헌법개정안 106조 2항에서 대통령은 임기동안 당적을 가질 수 없도록 명문화해 중립성 논란을 근절시키고자 했다. 

 

최근 분권형 개헌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논란으로 떠오른 대목은 대통령 임기제와 관련한 사항이다. 최근 정치권에선 현행 ‘5년 단임제’보다는 ‘4년 중임제’를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4년 중임제를 도입할 경우 개정헌법의 적용을 받을 차기 대통령의 임기가 축소될 수 있다는 문제를 낳는다. 자문위는 현행 단임제 조항을 유지하는 안을 제시했다. 다만 임기 6년으로 1년을 연장해 통일과 외교, 국방 분야의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도록 했다. 자문위의 논의가 2014년에 이뤄졌고, 최근 중임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여론이 높은 만큼 지금 시기에 맞게끔 재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으로 지적돼 온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는 내용도 반영됐다.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일반사면에 대해선 현행처럼 국회(민의원)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대신 특별사면에 대해선 대법원장의 동의를 받도록 권한을 제한한 것이다. 비상설 기구인 인사추천위원회 신설을 헌법으로 규정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그동안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등 주요 공직자의 임명 과정에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후보자 추천이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인사추천위원회는 대법관 등 공직의 임명권자가 대통령인 점을 감안해 대통령 소속으로 하되, 헌법 명문으로 직무상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도록 했다. 

 

 

▒ 국무총리 권한 강화 : 민의원에서 선출 

 

자문위는 대통령과 권력을 나누는 국무총리를 민의원에서 선출하도록 했다. 민의원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선출한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개정안 113조 1항). 다만 국무총리가 궐위된 이후 30일 이내 민의원이 국무총리를 선출하지 못할 경우 대통령이 지명할 수 있도록 했다.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안이다. 

 

또 대통령의 권한인 통일과 외교, 국방 등을 제외한 국정 전반은 국무총리의 지휘하에 운영한다. 대통령이 권한을 갖는 해당 부처의 장관 등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의견을 들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나머지 국무위원은 국무총리가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해 대통령이 형식적 임명권만 갖도록 했다. 

 

자문위는 국무총리와 의회 권력 간의 견제를 일정 정도 유지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했다. 자문위의 헌법개정안에 따르면, 국무총리는 민의원에 신임 요구를 할 수 있다. 다만 신임 요구가 국회에 제출된 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하도록 강제조항을 뒀다(개정안 115조). 만약 국무총리의 신임 요구가 민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 국무총리는 국무위원 전원과 함께 사직하거나 대통령에게 민의원 해산을 제청할 수 있다. 

 

하지만 민의원 임기 개시 1년 이내에는 민의원 해산을 제청할 수 없도록 했다. 신임 요구 등으로 정국이 지나치게 불안정하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국무총리가 민의원 해산을 제청한 경우 대통령은 20일 이내에 민의원을 해산할 수 있지만, 이 또한 민의원이 이 기간 내에 후임 국무총리를 선출하면 민의원을 해산할 수 없도록 해 적절한 균형을 맞췄다. 

 

이외에도 대통령 직속인 감사원의 기능 분리도 개정안에 반영됐다. 감사원의 회계검사기능과 직무감찰기능을 전문화하기 위해 두 기능을 분리해 회계검사원과 감찰원을 별도로 설치하는 안이다. 현재 감사원이 대통령 소속으로 감사 업무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을 감안한 개정안이다. 이를 위해 자문위는 별도의 헌법기관으로 독립시켰다. 다만 회계검사기능은 국회의 재정통제 권한을 감안해 국회 소속으로, 감찰기능은 각 기관별 내부통제 측면에서 대통령 소속으로 두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도 활동보고서에 제시해 향후 논의가 필요한 대목으로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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