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를 전 유럽에 넘실거리게 만들겠다”, 영국독립당(UKIP) -②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6.06.2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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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의 맥락을 엿볼 수 있는 영국독립당(UKIP)은 런던의 의회보다 지방 의회 진출에 역점을 둬왔다. 여러 차례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UKIP의 타깃은 명확해졌다. 과거 선거 지지층을 보면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가 그들의 기반이었다. 그래서 UKIP는 이들을 대상으로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 지지를 호소하는 전략을 써왔다. 그리고 이 계층은 이번 브렉시트 국민 투표에서 EU 이탈에 투표를 한 유권자와 겹친다. EU 회의파도 부분적으로 이들을 지지했고 교육 수준이 높고 부유한 사람 보수당 지지자 중에서도 좀 더 오른쪽에 가 있는 사람이 UKIP를 지지했다.

2014년 4월 잉글랜드와 북아일랜드 선거구 가운데 172개 지역에서 시행된 지방선거. 지역별로 자치의회 정원 중 약 3분의 1 정도를 새로 선출한 이 선거에서 UKIP는 총 163석을 획득했다. 직전의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무려 128석이나 늘어났다. 정당별 전국 지지율에서도 노동당(31%), 보수당(29%)에 이어 17%를 기록한 3위였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큰 주목을 받은 5월의 유럽의회 선거. 11석을 늘려 24석을 획득했는데 영국에 배정된 73석 중 최다의석을 획득한 정당이 됐다. 유럽의회에서 만큼은 보수당을 제치고 제 1당이 된 것이다. EU로부터의 탈퇴를 목표로 하고 있는 정당이 유럽의회에서 1당이 된 것은 아이러니하지만 영국 국민의 반(反)EU의 자세는 이 시점에서 어느 정도 분명하게 표출되고 있었던 셈이다. 영국이 EU탈퇴를 결정하리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때였다.

UKIP의 약진이 가장 부담스러운 쪽은 지지층이 겹치는 보수당 의원들이었다. 의원 2명이 UKIP로 당적을 옮기는 일도 벌어졌다. 2015년 5월의 의회선거에서 UKIP의 지지세를 느낀 나이젤 패라지 대표는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지금까지 수차례 도전했지만 단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야말로...’라는 생각은 있었다. 650석을 뽑는 영국 총선은 승자독식구조. 보수당은 37%의 득표율로 331석을 얻었고 노동당은 30%의 득표율로 232석을 얻었지만 UKIP는 13%를 얻고도 당선자를 1명 배출하는데 그쳤다. 패라지 대표도 낙선했다.

패라지의 낙선과 UKIP의 미미한 의석수를 두고 “UKIP가 생각보다 대단한 건 아니네”라는 의견들이 다른 정당이나 칼럼니스트들의 입에서 나왔다. 반면 UKIP에 표를 던진 390만여 명의 사람들의 생각은 수면 아래로 숨었다. 다만 분화를 기다리듯 뜨겁게 잠자고 있었다. 

 

 

나이절 패라지 UKIP(영국독립당) 대표

왜 하필이면 영국에서 EU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이루어지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원인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단순하게 보면 국민 사이에서 반 EU정서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정리할 수 있다. UKIP가 여당인 보수당 지지자를 뺏는 단계까지 성장하자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단순 항의 차원에서 정치 운동으로까지 발전된 셈이다.

그러나 국민투표를 향한 치열한 선거전 중에서 제기되는 수많은 논쟁 속에서는 UKIP의 위험성을 알 수 있는 발언도 있었다. 예를 들어 브렉시트 찬성파는 “매주 3억5000만 파운드를 EU에 지불하는데 이 돈을 의료서비스에 충당하자”고 외쳤다. 국민투표가 끝난 뒤 패라지 대표는 “3억5000만 파운드라는 숫자는 사실과 다르다”고 인정했다. 일종의 허위 정보를 퍼트린 셈이다.

“무슬림이 가득한 터키가 EU에 가입한다”는 얘기도 마찬가지다. 마치 당장이라도 터키가 가입할 것 같은 인상을 주었지만 터키가 EU회원국이 되는 건 아직 요원하다. "회원 매우 먼 미래 "(정부)가 실정 인 것 같다. 브렉시트 찬성파조차도 부분적으로 비판한 UKIP의 포스터는 시리아 난민들이 대거 유럽으로 향하는 사진을 크게 사용한 뒤 ‘붕괴’라는 문장을 심었다. 시리아에서 도망쳐오는 사람들로 유럽이 가득 찰 거라는 메시지였다.

“반(反)EU의 파도를 다른 유럽 국가에도 펼치고 싶다.” 패라지 대표는 스스로를 반(反)유럽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근거는 자신이 이민자의 후손이라는 점, 그리고 아내가 영국인이 아니라 독일인이라는 점을 든다. 하지만 그는 이미 과거에 “루마니아인들이 대거 밀려올 것이다”라고 부추긴 적이 있다. UKIP 지지자 중에서는 백인이고 고령자인 사람이 많다. UKIP는 “기존 정치인들이 뜻을 받아주지 않는 일반 시민이 우리들의 지지자”라고 UKIP는 설명하지만 '타인을 배제하는 반(反)이민주의자‘와의 경계가 미묘한 사람들이다.  

영국이 EU탈퇴를 결정한 지금, UKIP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갈까. 패라지 대표는 승리 선언 연설에서 “반(反) EU의 파도를 다른 유럽 국가에도 넘실거리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사의를 표명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후임은 늦어도 10월에 열리는 보수당 대회까지 결정해야 한다. 그는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EU 이탈 협상을 하는 새로운 총리와 보수당 정부에 어떤 형태로든 협력 하겠다“고 말했다. 지금 영국 정치 중심에서 UKIP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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