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 교수의 시사유감] 김수민의 부조리한 관행, 그리고 안철수의 침묵
  • 권상집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3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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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와 사죄보다 관행과 침묵이 우선인가

 


 

요즘 뉴스를 보면 심심치 않게 ‘관행’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말 그대로 사회에서 예전부터 해오던 방식대로 진행하는 일들을 우리는 관행이라고 일컫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부조리한 악습을 저지르는 이들이 한결같이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모두 ‘예전부터 진행되던 관행이었다’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기가 찰 일이다. 현직 교사가 학원 강사에게 수능모의고사 문제를 넘긴 것도 교육계의 오랜 관행, 버스회사 기사들의 전별금도 업계의 오랜 관행, 조영남의 미술 대작도 미술계의 오랜 관행. 요즘 관행이라는 말은 사죄 대신 자신의 잘못을 업계 전체로 확산시키는 프레임 설정 용도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이런 관행에 몸살을 앓은 국민들이 이번 총선에서 소위 말하는 제3정당, 더 정확히 말하면 국민의당에 적지 않은 기대와 지지를 보낸 것이 아닐까. 지난 50년간 국민들은 기존 정당의 부패한 관행에 싫증을 넘어 분노를 느끼던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새정치와 부패척결을 내세웠던 안철수 대표가 2012년 구세주와 같은 평가를 받으며 정계에 데뷔했고 올해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안철수 대표는 6월2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민의당이 가야 할 방향을 ‘따뜻한 보수, 합리적 진보’로 구체화했다. 더 나아가 ‘수구적이고 부패한 보수가 아니라 정의로운 보수’, ‘공동체의 안위를 생각하고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신성함을 존중하는 보수’를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의보다는 인연만을 강조하는 그런 진보’와는 같이 할 수 없다는 뜻을 재차 표명했다.


안철수 대표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이 과연 따뜻한 보수인가. 합리적 진보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녀는 보수․진보를 떠나 부패에 가깝고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신성함을 무시한 정치인에 가깝다. 그동안 아무것도 보여준 게 없고 관행만 보여줬으니 정치인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럽다. 특히 리베이트가 업계 관행이라고 전체 업계를 싸잡아 ‘리베이트의 일반화’를 강조한 김수민 의원은 국민의당이 강조하는 따뜻한 방향도 아니고 합리적인 방향은 더더욱 아니다. 오죽하면 ㈜한국디자인기업협회가 ‘업계 관행이라고 말한 김수민 의원의 말을 사실이 아니다’라고 정면 반박했을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김수민 의원을 너그러운 눈빛으로 대하는 국민의당 태도는 대의보다는 사사로운 인연에 더 치우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대표. 필자가 대학원 시절부터 지켜본 그는 학생들에게 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중요한 자질 중 가장 첫 번째로 ‘Consistency’, 바로 일관성을 꼽았다. ‘기업가정신’이라는 대학원 수업에서 안철수 당시 KAIST 교수는 ‘우리나라 리더들의 가장 큰 문제는 상황과 사안에 따라서 자신의 일관성을 저버리는 태도’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필자 역시 당시의 가르침을 소중히 여겨 대학에서 만나는 수많은 제자들에게 지금까지도 ‘일관성’을 강조한다. 일관성이 흐트러지면 리더가 무슨 말을 하든, 무슨 행동을 하든 신뢰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워낙 많은 지면에서 김수민 의원이 어떤 의혹을 받고 있고, 리베이트와 관련해서 무슨 비난을 받고 있는지 상세히 소개되었기에 그녀가 관행이라고 변명한 그 프로세스를 구태여 여기서 또 다시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김수민 의원과 관련해 의혹과 비난이 쏟아지는 중에도 국민의당은 6월21일 워크샵에서 검찰 비리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만을 강렬하게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왜 자기 식구 감싸기에는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권력(Power)을 지닌 자들의 부패, 제 식구 감싸기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인성 및 사회심리 학술지(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2008년 발표된 그륀펠트(Gruenfeld)와 그의 동료들이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권력을 지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자신의 이익 창출을 얻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기도 하고 권력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거짓말과 변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힘 있는 사람들이 다른 이들을 무시하거나 배제하고 자신들의 과오를 거짓으로 변명하는 건 이미 사회심리학 연구에서도 수없이 입증된 결과이다.


이런 점 때문에 국민들이 4~5년 전부터 계속 새인물과 새정치를 원했던 게 아닐까.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안철수 대표는 “제4의 길은 보수는 진보적 가치를 찾아가고 진보는 보수의 길을 탐색하는 역발상이 더해진 길”이라고 강조했다. 보수와 진보, 성찰과 혁신 등 화려한 미사여구가 동원됐지만 이런 말들이 국민들 귀에는 사실 잘 들리지 않는다. 총선이나 대선 때 누군가에게 표를 행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사람은 그래도 다른 후보들에 비해 좀 더 낫겠지’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매번 주요 선거 때 정치에 어울리지 않는 참신한 인물이 유력주자로 부상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안철수 대표는 아직까지 김수민 의원이 말한 관행에 대해서 따끔한 비판을 가하지 않았다. 과거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하고 신당을 만들 때 그가 수없이 강조한 ‘부패 척결’은 어디로 갔는가. 정치권 안팎에서 김수민 의원을 출당하고 그 윗선까지 책임을 물어 징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아직까지 국민의당은 이에 대해 공식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안철수 대표에게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강조했던 일관성을 안철수 대표는 지금 지키고 있는가. 참고로 안철수 대표가 KAIST 교수 시절 수업을 통해 가장 싫어하고 혐오하는 것으로 꼽은 것 중 하나가 바로 국내에 횡행한 리베이트 관행이었다. 이 상황이 안철수 대표에게는 참으로 아이러니할 것이다.

 

 

권상집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 2005~2010년 CJ그룹에서 근무하면서 인사기획팀장을 역임했으며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공학 석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술경영대학원(공학 박사)을 거쳐 현재는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2년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는 미래 아이디어 논문 대상을 수상했고, 2014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수여하는 산업연구 논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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