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광호의 하드캐리, 100만 돌파 앞둔 노트르담 드 파리
  • 박소영 공연 칼럼니스트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01 10:05
  • 호수 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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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광호 출연으로 일찍부터 화제…케이윌도 첫 뮤지컬 도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콰지모도 역을 맡아 열연 중인 홍광호

 

 

 

 

사랑에 빠진 꼽추, 콰지모도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1831년 발표한 이 장편소설은 1998년 뮤지컬로 다시 태어났다. 인류의 가장 보편적인 감정인 사랑을 설득력 있게 그려, 초연 이래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배경은 1482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주교 프롤로는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프롤로는 성당 종지기인 콰지모도를 시켜 에스메랄다를 납치하려 하지만, 근위대장 페뷔스가 에스메랄다를 구해내며 계획이 실패한다. 콰지모도는 체포되고, 에스메랄다와 페뷔스는 서로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페뷔스에겐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있다. 

 

체포된 뒤 멸시와 조롱을 받던 콰지모도는 자신에게 물을 주고 손을 내밀어주는 에스메랄다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에스메랄다가 페뷔스에게 연정을 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프롤로가 질투에 눈이 멀어 페뷔스를 찌르고, 에스메랄다는 누명을 쓰고 만다. 

 

졸지에 죄인이 된 에스메랄다는 죽을 위기에 처하고, 콰지모도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에스메랄다와 함께 붙잡힌 집시 무리를 풀어주고, 그녀를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피신시키지만 에스메랄다는 다시 잡혀 끝내 교수형에 처해진다. 콰지모도는 죽은 에스메랄다의 시체를 끌어안고 울부짖는다. 

 

 

# 노래…‘버릴 노래가 없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단연 넘버(노래)를 들 수 있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어지는 ‘성스루(Sung-through) 뮤지컬’은 자칫 지루해지기 십상이지만 《노트르담 드 파리》의 넘버들은 쉴 새 없이 타이트하게 이어지며 관객을 몰아친다. 대사가 없어도 지루하지 않은 건 물론,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는 데도 지장이 없다. “30초짜리, 1분짜리 곡도 버릴 게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대표곡 중 하나인 ‘대성당들의 시대’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오프닝곡으로, 뮤지컬을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곡이다. 감옥에 갇힌 에스메랄다와 에스메랄다를 찾는 콰지모도가 함께 부르는 ‘새장 속에 갇힌 새’도 명곡이다. 에스메랄다는 자신을 새장 속에 갇힌 새에 비유하며 처지를 한탄한다. 

 

3인3색의 ‘아름답다(Belle)’는 그중에서도 백미다. 콰지모도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아픔을, 프롤로는 욕망과 죄책감을, 페뷔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의 마음을 각각 노래한다. 세 인물이 ‘단 한 번만 그녀를 만져볼 수 있게 해주오’ 하고 사랑의 고통을 함께 노래하는 파트에서는 감동이 극에 달한다. 

 

하지만 대다수 관객의 머릿속에 마지막까지 기억되는 노래는 아마도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일 것이다. 숨이 끊어진 에스메랄다를 안고 콰지모도가 부르는 곡으로, ‘춤춰요 에스메랄다, 노래해요 에스메랄다’라고 절규하는 부분에서는 에스메랄다를 향한 콰지모도의 사랑이 절절히 느껴진다. 에스메랄다를 누구보다 사랑하면서도 추한 외모 때문에 다가서지 못했던 콰지모도는, 죽은 그녀를 안고서야 뜨거운 사랑을 고백한다. 누군가를 한 번이라도 가슴 깊이 사랑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 대목에서 눈물을 훔치지 않을 수 없다. 

 

 

# 배우…명불허전 홍광호, 아쉬운 전나영 

 

이번 《노트르담 드 파리》는 홍광호의 출연으로 일찍부터 화제가 됐다. 뮤지컬의 본토인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도 인정받은 그의 가창력은 가히 최고라 할 만하다. 홍광호가 ‘슬픈 콰지모도 그가 에스메랄다를 얼마나 애타게 사랑했는지(‘춤을 춰요 에스메랄다’ 중)’라고 노래할 때 객석은 일제히 숨을 죽인다. 특유의 선 굵은 목소리는 더 깊어졌고, 연기는 더 무르익었다. 

 

반면 전나영의 에스메랄다는 아쉬웠다. 매력적인 음색을 타고났지만, 연기는 부족했다. 스토리 전개에 맞게 표정과 몸짓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페뷔스를 맡은 신예 이충주 역시 출중한 가창력을 선보였지만, 감정선이 약한 게 흠이다. 프롤로를 연기한 서범석은 믿고 보는 배우답게 안정적으로 배역을 소화해냈고, 집시 대장을 맡은 박송권도 카리스마로 무대를 장악한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또 다른 특징을 꼽으라면 군무일 것이다. 현대무용에 아크로바틱과 브레이크 댄스를 접목한 안무가 눈길을 끈다. 공연 중간중간 등장하는 집시 무리들은 이렇다 할 장치 없이 몸 하나만으로 훌륭한 군무를 소화하며 환기에 한몫한다. 페뷔스가 에스메랄다에게 사랑을 느낀 뒤 그녀와 약혼녀 사이에서 갈등하며 부르는 넘버 ‘괴로워’는 특히 인상적이다. 노래하는 페뷔스 뒤로 무용수들이 번갈아 등장하며 파워풀한 춤을 선보이는데, 소용돌이치는 에스메랄다에 대한 사랑을 어쩌지 못하는 페뷔스의 심리가 춤으로 그대로 드러난다. 한 편의 독립적인 무용 공연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이번 시즌 《노트르담 드 파리》에는 홍광호 외에도 케이윌이 콰지모도를 맡아 처음으로 뮤지컬에 도전한다. 에스메랄다 역에는 윤공주와 린아도 함께 캐스팅됐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2005년 오리지널 내한 공연으로 국내 초연한 이래, 최근까지 약 99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1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공연은 오는 8월21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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