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장묵의 테크로깅] 아버지와 어머니를 덧입은 인공지능
  • 강장묵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 (JM코드그룹 대표)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01 11:09
  • 호수 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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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초연결 사회의 만남과 소통 빅데이터·사물인터넷으로 개인화된 맞춤서비스 전개

 


 

K씨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 요즘 들어 부쩍 ‘만약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을 진학할지에 대한 지금의 내 고민에 대해 무어라 조언해주실까’라는 생각이 든다. 2030년 미래에도 이렇듯 K씨처럼 애틋한 그리움으로 돌아가신 부모님이나 지인을 떠올리게 될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그 이유는, 미래에는 돌아가신 분을 다시 불러들여 직접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분을 지상세계로 불러오려면 지상세계를 그때 그 시각으로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지구상의 ‘지형(지도 서비스)과 지물(사물인터넷)’에 대한 정보는 2030년까지 20년간 축적될 것이다. 2010년대에 이미 구글 지도, 네이버 지도 등으로 지구 표면의 모델링은 쉬워졌다. 2020년대에는 실내지도까지 만들어져서, 어지간한 건물 속까지 그려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서 있는 곳의 지형은 그렸으니, 지물을 그리는 일만 남았다. 이 지형지물 중 ‘지물’은 사람·동식물·사물 등이다. 이들은 움직이는 것도 있고, 고정된 것도 있다. 2030년에는 지형지물을 그리고, 그 위에 그리운 이들을 불러올 수 있다. 

 

 

아버지의 성품 덧입은 인공지능이 제공

 

우리는 기억을 돌이켜 회상한다. 반면 컴퓨터는 저장된 데이터를 모델링해 과거를 3D 360도 영상으로 재현해낸다. 2010년대에 영국 런던에서는 특정 거리를 가면 200년 전, 100년 전의 역사적 사실이나 당시 풍경을 3D로 보여주었다. 이 서비스를 스트리트 박물관이라고 불렀다. 2010년대에는 3D 영상 처리 기술과 과거에 대한 이미지 등 데이터가 적어서 이를 모델링하거나 표현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2030년대를 살아가는 개인은 삶의 족적이 모두 기록된다. 

 

30대 중반이 된 L씨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최근 5년 동안의 기록을 모두 저장해두었다. L씨의 아버지에 대한, 주말에는 어디 가셔서 어떤 음식을 즐겨 드셨는지부터 정치나 사회 현상에 대해서 평소 어떤 의견을 말씀하셨는지가 모두 기록돼 있다. L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기억을 소환해내는 서비스 업체에 연락을 해서 본인이 아들이며 아버지를 불러오고 싶다고 계약서를 작성한다. 

 

5년 동안 아버지의 걸음걸이·폐활량·평소 말씀·생활패턴 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업체는 아버지를 홀로그램으로 소환할지, 음성인식 서비스로 소환할지, 아버지의 모습으로 형상화된 로봇의 프로그램으로 소환할지 등을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인공지능은 아버지와 똑같은 삶의 모습과 말투, 그리고 대화를 재현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더 사셨다면 어떻게 지식과 경험이 발전할지를 보여주는 서비스까지 있다. 기계학습의 일종인 딥러닝(deep learning)을 활용하게 된다. 엄격하게 말해, 단순한 비서였던 인공지능이 아버지 또는 어머니 등의 성품을 덧입은 멘토 스타일로 제공되는 것이다. 

 

 

개인의 역사 재현해내는 서비스 유행할 것

 

우선 ‘미래 사회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자. 흔히 미래는 ‘초연결 사회’라고 불린다. 초연결이란 무엇인가. 동식물은 물론이고 해안의 모래알까지 보이는 모든 것들의 연결이다. 이들이 연결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세상의 모든 사물이 연결되면, 그 사물의 위치와 내용을 기술할 수 있다. 사람의 연결에 사물이 연결되면, 그 사람이 그곳에서 무슨 말을 하고 어디를 향해 이동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사람이 왜 이런 말을 했는지를 사물들의 시각에서 재해석한다. 우리는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을 기억한다. 역사란 영웅들과 세상을 이겨낸 위인, 속칭 출세한 이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를 무서워하라고 흔히 말하곤 한다. 

 

그러나 미래에는 개인의 역사가 밝혀질 것이다. 나의 아버지는 어머니와 어떤 로맨스를 어디서 멋지게 만드셨던 신사였는지를 자녀들은 그때 그 장소에서 ‘당시 풍광 그대로 3D로 재현’되는 장면을 보게 되는 것이다. 부모들은 자녀들을 두려워해야 한다. 얼마나 반듯하게 살아온 우리들의 작은 영웅이신지를 향후 자녀들은 속속들이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고인의 명예훼손 등 관련 정보 보호에 대한 법률적 접근도 필요할 것이다. 

 

이처럼 국가와 사회라는 거대한 역사적 사실뿐만 아니라, 평범한 개인의 기억과 추억을 회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그대로 재현해내는 기술과 서비스가 2030년에는 유행할 것이다. 동시에 자녀들은 부모가 자신을 낳고 30일 동안, 100일 동안, 또는 1년 동안 잠 못 자며 젖을 물리고 아끼고 씻기며 어루만진 모습을 생생하게 체험할 것이다. 자녀교육이 부모와 자녀 사이의 체험의 공유로 ‘이심전심’이 되는 것이다. 

 

2030년엔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으로 더욱 개인화된 서비스가 전개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개인화된 맞춤서비스가 블루오션이라고 주요 경제지가 기사를 쏟아낼 것이다. 맞다. 미래에는 개인의 기억과 체험이 오롯이 살아남아, 개인들이 자신을 둘러싼 가족으로부터, 친구로부터 숨겨진 멋과 아름다움을 발산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필자는 오늘도 우연히 홍대 앞 오래된 카페와 그늘이 큰 나무 앞을 지난다. 순간 필자의 아버지가 1940년대에 이 길을 어린아이의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거나, 이곳의 카페에서 1960년대에 차를 마셨다면, 그 나무와 카페는 각별한 장소로 바뀔 것이다. 그곳에 서 있는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의 그 어떤 동상이나 비석보다도 선명하고 감명 깊은 가족사의 이야기가 유구하게 흐르기 때문이다. 2030년, 필자는 오래전 돌아가신 어머니를 불러, 도란도란 옛 이야기를 나눌 상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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