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화학전 대비 주피터(JUPITER) 프로그램의 실체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07.0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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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KT 앞에서 주한미군 생화학무기실험실 부산 설치를 반대하는 부산시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국제 배송업체 페덱스(Fedex)를 통해 한국에 들어온 ‘택배상자’였다. 2015년 4월 경기도 오산 미군기지에 배달된 이 상자에는 세간을 놀라게 할 물질이 들어 있었다. 바로 ‘살아있는 탄저균’이다. 활성화된 탄저균은 호흡기를 통해 인간이 감염될 경우 치사율이 97%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인 병원균이다. 


당시 주한미군은 이에 대해 “실험 목적 탄저균 반입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2015년 12월 한미 합동실무단 조사결과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탄저균이 15차례 반입됐고, 페스트균 1mL도 한국 내에서 실험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한국에서 비밀스럽게 진행하던 ‘주피터(JUPITR·미군 생물학전 대응) 프로그램’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곧 한국이 미군의 생화학무기 실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했다. 

그렇다면 미군이 추진하는 ‘주피터 프로그램’이란 뭘까. 주피터(JUPITR)는 ‘Joint United States Forces Portal and Integrated Threat Recognition’의 약자다. 번역하면 ‘합동 주한미군 포털 통합위협인식’이라는 뜻이다. 미군 측 주장에 따르면 북한과 벌일 생화학전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계획된 프로그램이다. 상대방의 생화학무기 공격이 있을 시 일선 전장의 군인이 샘플을 통해 이 물질을 분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에지우드 생화학센터'(ECBC)주도로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2013년 6월 시작됐고, 한국 용산기지, 오산기지, 군산기지, 평택기지, 부산 제8부두 기지 등에 실험실을 설치했거나 설치할 예정이다. 


탄저균․페스트 실험 유력…‘보툴리눔’, ‘지카’도 실험 가능성

미군은 ‘주피터 프로그램’에서 여러 가지 강력한 병원균을 실험해볼 가능성이 높다. 실험 대상 병원균 중 한미합동 실무단에 의해 확인된 것은 탄저균과 페스트균이다. 이것만으로도 심각한 위협일 수 있다. 특히 탄저균의 경우 서울 면적을 600km2라 상정할 때 약 17kg만으로 서울 인구 50% 정도를 사망시킬 수 있는 위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뿐 아니다. 또 다른 독성 물질도 ‘주피터 프로젝트’의 구상에 들어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선 보툴리눔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보툴리눔은 청산가리 보다 30만배 강한 독성물질로 알려져 있다. 《한겨레》보도와 미 방위산업협회 자료를 종합하면, 2013년 ‘화학 생물학 방어 계획 포럼’에서 피터 이매뉴얼 박사는 ‘주피터 프로그램’의 독소 분석 1단계 실험 대상은 “탄저균과 보툴리눔 에이(A)형 독소”라고 언급했다. 그는 ‘주피터 프로그램’의 책임 연구자다.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의혹도 연구자의 말을 단서로 제기됐다. '에지우드 생화학센터'(ECBC) 홈페이지에 따르면 ‘주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브래디 레드먼드 박사는 2016년 4월 “용산기지(실험실)에 지카 바이러스 탐지 능력을 추가하는 방안을 이미 고려하고 있다(The participants in the project are already looking to add a Zika virus detection capability in Yongsan)”고 말했다. 《JTBC》보도로 이 문제가 커지자 주한미군은 “지카 바이러스 샘플을 반입한 적 없다. 오역으로 인한 오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한미군은 지카 바이러스 실험을 한국에서 추진했던 점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주한미군은 “탄저균 반입과 ‘주피터 프로그램’에 대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병원균 등 위험 물질 반입에 대한 규정이 없고, ’방어‘를 위한 평화적 목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회는 “주한미군의 탄저균 이용 훈련은 정당한 목적이 부재하다”면서 2001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근거로 들어 “SOFA에 규정이 없다는 것이 아무 물질이나 들여와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화학무기법이나 감염병 예방법에 위배된다는 설명이다. 

 


소파개정도 미온적...우리 정부는 ‘무기력’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무기력’하다. 정부는 2015년 5월 미 국방부가 한국의 오산기지에 탄저균 샘플을 보냈다고 발표한지 6개월이 지나서야 이를 공개했다.  

아울러 주피터 프로그램의 대응책으로 논의된 SOFA 개정 문제에 대해서도 미온적인 대응을 보였다. SOFA 9조는 미군 군사화물에 대한 세관검사를 면제하고 있다. 이 조항은 ‘주피터 프로그램’이 병원균을 국내에 반입할 여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한민구 국방장관은 2015년 6월 “SOFA 조항수정보다는 권고사항으로 보완하는 것이 적절하겠다는 잠정평가를 내렸다“고 말했다. 2015년 12월 한미 SOFA합동위원회는 탄저균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합의권고문’ 개정안에 서명했지만, 이를 두고 SOFA 개정이 아니기에 강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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