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실패 정책 짜깁기한 정부의 미세먼지 특별대책
  • 이덕환 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08 14:21
  • 호수 1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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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0억원의 아까운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 될 가능성 커

 

6월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성규 환경부 장관(가운데), 최상목 기획재정부 차관,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등 유관부서 장·차관들이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이 환경부·기재부·미래부·산업부·국토부와 조율을 거쳐 내놓은 ‘국민 안전과 건강 보호를 위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은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미세먼지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지켜주겠다는 대통령의 엄중하고 절박한 의지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과거에 실패했던 정책들을 주섬주섬 모아놓았을 뿐 현실적인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 소요 예산에 대한 분석이나 준비도 찾아볼 수 없어서 속빈 강정보다 못한 ‘특별대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환경부 장관의 부적절한 발언도 심각하다. 고등어와 삼겹살이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주장은 명백한 억지였다. 조리 과정에서 뚜껑만 덮어도 해결될 문제를 침소봉대한 이유가 뭔지 알 수가 없다. 환경부 장관도 자신의 섣부른 주장으로 괜한 피해를 입은 어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KBS의 《일요진단》에 출연한 환경부 장관의 발언은 전혀 달랐다. 자신들은 고등어 구이에 대해 ‘없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환경부의 실측 자료가 ‘와전된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매년 전 세계에서 미세먼지로 조기 사망하는 700만 명 가운데 430만 명이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는 유엔의 자료가 그 근거라고 한다. 고등어와 삼겹살 구이가 전 세계 주방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장관의 인식은 상식을 크게 벗어난 것이고, 결국 어민들에 대한 장관의 공식 사과도 빛을 잃어버렸다.

 

특별대책이 제시한 목표도 황당하다. 유럽 주요 도시의 현재 수준을 달성하는 것이 10년 후의 목표라고 한다. 환경부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유럽 주요 도시의 미세먼지(PM10)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기준(20μg/㎥)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고, 초미세먼지(PM2.5)는 WHO 권고 기준(10μg/㎥)보다 50% 이상 높은 수준이다. 결국 우리는 10년이 지나도 WHO 권고 기준조차 보장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더욱이 유럽의 주요 도시들이 현재의 미세먼지 수준에 만족하지 못해서 특단의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철저하게 무시됐다. 미세먼지의 심각성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수준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경유차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낙인찍어

 

미세먼지의 배출원에 대한 자료도 크게 왜곡됐다. 불과 2개월 전 환경부가 내놓았던 ‘바로 알면 보인다. 미세먼지, 도대체 뭘까?’라는 자료집에서는 2012년 기준으로 미세먼지 총 배출량(23.5만 톤) 중 11.5만 톤(49.0%)과 초미세먼지 총 배출량(9.4만 톤) 중 1.8만 톤(19.2%)이 비산먼지였다. 경유차를 포함한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6.0%와 12.9%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2013년 기준의 자료에서는 비산먼지 대신 경유차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낙인찍혀 버렸다. 환경부의 미세자료 통계의 부실함이 분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느닷없이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을 비롯한 분자성 입자들을 ‘2차 생성물’ 또는 ‘간접배출’이라는 기묘한 용어를 동원해서 포함시킨 결과였다. 크기가 0.2나노미터 수준으로 초미세먼지의 1만 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질소산화물이 어떻게 대기 중에서 초미세먼지로 둔갑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과학적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환경부가 만들어낸 ‘간접배출’이라는 용어는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다. 자동차의 배기구나 공장 굴뚝을 통해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이 어떤 의미에서 ‘간접적’으로 배출됐다는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설명이 필요하다. 의도적으로 경유차에 미세먼지 주범이라는 낙인을 찍기 위해 환경부가 억지를 쓰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경유차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대책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녹색성장’을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에 주력했던 지난 정부에서 경유차를 ‘클린 디젤’이라고 미화시켰던 것은 사실이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많은 소비자들이 경유차를 운행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은 우리 스스로 국제사회에 제시한 약속이다. 지금도 수많은 기업들이 정부의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 억제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엄청난 부담을 감수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억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 전체가 국제적으로 압력을 받게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부는 질소산화물 배출에 의한 문제를 무작정 과장해서 경유차를 포기하겠다는 정책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대한 국제적 약속을 포기하겠다는 뜻인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친환경차의 보급 확대 계획도 황당하다. 2020년까지 신차 판매 중 30%를 친환경차로 대체하겠다고 한다. 전기차 25만 대와 수소차 1만 대가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전기차는 6000대이고, 수소차는 100대뿐이다. 불과 4년 사이에 전기차가 42배 늘어나고, 수소차도 100배나 늘리겠다는 정책은 황당한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상용화된 전기차도 없고, 수소차도 없다. 자동차 생산 기술만 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생산하는 전력의 60%가 미세먼지를 내뿜는 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다. 수소를 생산·운반·공급하는 과정에도 엄청난 양의 전기가 소비된다. 과연 산업부가 관리하고 있는 전력생산과 에너지 수급 계획을 참고라도 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6월16일 서울환경연합 회원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방독면을 쓴 채 미세먼지 근본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환경부의 전문성 강화가 최우선시 돼야

 

미세먼지에 대한 정확한 현실을 파악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미세먼지 발생원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한 환경부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일이 최우선시 돼야 한다. 경유차의 배출가스 규격은 실제 미세먼지 배출량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다. 자동차의 규격 기준을 근거로 미세먼지 배출량을 산출하고 있는 잘못된 현실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느닷없이 미세먼지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시작하겠다는 미래부의 발표도 혼란스럽다. 지금까지도 제 역할을 못해왔던 미세먼지 전문가들이 미래부의 지원을 받는다고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결국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현장에 투입돼야 할 3800억원의 아까운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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