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버이연합은 ‘박근혜 보위단체’ 의혹을 받나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6.07.0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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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각을 세우면 보수·진보 안 가려…어버이연합 측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일한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5일 국회 본 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교육사회문화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발언대로 나오고 있다.


 

 

20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에서도 ‘어버이연합’은 뜨거운 이슈였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5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어버이연합이 박근혜 대통령의 보위단체 성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어버이연합에 대한 불법자금지원 의혹을 언급하면서 김현웅 법무부장관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반(反)야당 주요 발언과 어버이연합의 화형식 등 규탄집회의 싱크로율이 100%에 가깝다”며 “이렇다면 어버이연합은 박근혜 보위단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의 발언에 대해 김 장관은 “단체에 대한 성격을 이 자리에서 말하긴 어렵다”며 “수사 진행 중인 사건이니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답했다. 허현준 청와대 선임행정관 등 핵심 관련자에 대한 소환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여야를 막론하고 집중포화가 쏟아진 ‘정운호 게이트’와 달리 어버이연합에 관해서는 여야가 극명히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바로 다음 순서로 나선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어버이연합이 박 대통령의 보위 단체인가”라고 질문해 황교안 국무총리로부터 “제가 알기론 전혀(아니다). 시민단체다”라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박 의원은 지난 4월 시사저널이 ‘[단독]어버이연합 “청와대가 보수집회 지시했다”’ 기사를 보도한 이후 각종 인터뷰 등을 통해 어버이연합의 보위단체 의혹을 주장해왔다. “새누리당 인사든 민주당 인사든 가리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인물들을 모조리 비판한 것을 보면 사실상 어버이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의 보위단체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어버이연합이 현 정권을 보위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이유는 지난 2013년부터 활발해진 어버이연합의 활동 내역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선거 과정에서 밝혀진 국정원 대선 개입에 관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집회를 열자, 어버이연합은 맞불 집회를 열었다. 동아일보 앞 청계광장에 모인 어버이연합 회원 100여명은 ‘거짓선동 편파왜곡 일삼는 종북 세력 척결하자’는 현수막을 내걸고 촛불 집회 현장에 난입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동안 어버이연합은 친여적 성향을 보여 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부터는 정부와 각을 세운 인물에 대해서라면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규탄 집회를 열었다. 어버이연합은 비박계 수장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규탄 집회에도 ‘알바’를 동원했다. 김 대표가 문창극 당시 총리 후보자 자진 사퇴를 종용했다고 비난한 것이다. 김 전 대표 반대 집회 외에도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규탄 집회, 박원순 서울시장 규탄 집회, 산케이(産經) 신문에 대한 규탄 집회,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지지 집회, KBS 왜곡 보도 규탄 집회 등에 참여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환영식, 국회 토론회 등의 국가 행사에 알바를 투입한 점도 주목됐다.  

 

 

 

 

정부 결정은 찬성, 반(反)정부 집회는 맞불집회로 맞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에 대한 분노와 규탄의 목소리가 커지자 어버이연합은 세월호 반대 집회에도 알바를 동원했다. 어버이연합은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선동세력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보수진보의 진영 싸움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들이 참사가 일어난 2014년 한 해에 동원한 알바 수만 1200명에 달한다. 이후 어버이연합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 대해 줄곧 규탄 시위를 열면서 “특조위가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못하고 정략적, 정치적 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버이연합은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도 찬성했다.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강행한 다음날인 2015년 10월13일 국정교과서 반대 서명운동 현장에 나타난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향해 ‘빨갱이’ 등 욕설을 했고, “왜 주체사상을 가르치느냐”며 항의 집회를 열었다. 얼마 뒤인 10월30일에는 역사학계의 가장 큰 행사인 전국역사학대회에 난입해 ‘역사교육 망친 자들이 올바른 교과서를 반대해?’ 등의 문구가 적힌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어버이연합은 오로지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일한다”며 박근혜 정부의 홍위병 역할을 했음을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시사저널 1384호 ‘탈북자 알바’에서 ‘청와대 지시’ 의혹까지‘ 기사) 이는 2015년 12월28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안이 발표된 이후 어버이연합이 연 기자회견 내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어버이연합은 1월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부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아베 신조 총리를 규탄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국익을 위한 대통령의 용단’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치켜세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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