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수사는 계획대로 가고 있다”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6.07.12 15:29
  • 호수 139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점점 더 강경해지는 검찰 분위기 신영자 구속 이어 8월 중 신동빈 회장 소환 전망

검찰의 롯데 수사가 신영자 이사장의 구속에 이어 신격호·신동빈 출국금지 등 계획대로 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왼쪽부터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가 그래도 명색이 재계 5위의 대그룹인데, 어떻게 이렇게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경영을 해올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롯데그룹 수사에 참여하는 한 검찰 관계자의 말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와 첨단범죄수사1부가 전방위적인 롯데그룹 수사에 착수한 지 한 달이 됐다. 검찰의 수사 분위기는 점점 더 강경해지는 듯하다. 

 

7월7일의 롯데는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였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이날 새벽 전격 구속 수감됐다. 7월1일 한 차례 소환조사를 받은 이후 바로 이어진 구속이어서 충격이 더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부자에 대한 출국금지 역시 전격적으로 단행됐다. 검찰의 칼끝이 결국 그룹 오너 일가를 향할 것이라는 당초 전망에 대해 “설마, 설마” 하던 롯데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그룹 정책본부뿐만 아니라 계열사를 총동원해서 수사 정보를 수집하느라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갈수록 더 강경해지는 검찰 분위기에 전망은 점점 더 비관적이 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롯데의 집안싸움으로 (수사에 대한) 여론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계획대로라는 중간 시그널 계속 보여줄 것

 

지난 6월초 검찰이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주요 계열사를 상대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들어갔을 때 검찰 주변의 대체적인 의견은 “2개월 내에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것이었다. 질질 끌지 않고 확실하게 수사하겠다는 뜻도 포함되지만, 경기 전반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서 가급적 조속히 처리하겠다는 뜻이 포함됐다. 수사 초기 당시 만난 서울중앙지검의 한 관계자는 “내사만 수개월 해왔다”며 수사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솔직히 (롯데가) 전자나 자동차, 반도체 산업도 아니고, 제과·호텔·마트 등인데…. 부담도 좀 덜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경제부처와 재계 일각의 압박에 대한 나름의 반박이라면 반박이었다.

 

하지만 수사 착수 한 달여 만에 검찰 내부 분위기가 바뀌는 모습이다. “최소 3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게 최근의 분위기다. 롯데 수사에 대한 정보 수집에 집중하고 있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검찰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신동빈 회장을 구속하는 데 최종 목표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MB(이명박) 정권은 물론, 현 정권 실세들에게까지 로비 수사가 확대될 수 있음에도, 그 또한 불가피하다고 보는 듯하다.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롯데그룹 수사에 착수했을 때 입장은 분명했다. “횡령과 배임 사건”이라는 것이다. 횡령과 배임은 곧 비자금 조성을 의미한다. 비자금은 오너 일가 재산 부풀리기와 금품로비 의혹으로 이어진다. 어떻게 보면 수사에 들어갔을 때부터 오너 일가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했던 셈이다. 현재 검찰이 제일 신경 쓰는 부분은 여론이다. “처음에 세게 칼날 한 번 휘두르다가, 갈수록 칼끝이 무뎌지면서 적당히 계열사 사장이나 임원 서너 명 구속하는 선에서 마무리할 것”이라는 의심 어린 시선을 의식하고 있다. ‘홍만표 전관로비’ 사건과 ‘진경준 검사장의 주식대박’ 사건에 대한 검찰 비판 여론을 희석시키기 위한 기획수사라는 의심도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현직 검사 자살 사건까지 이어지면서 검찰 내부 분위기도 상당한 위기감이 조성돼 있다.

 

그 때문에라도 지금의 롯데 수사를 대충 할 수 없다는 결연함이 어려 있다. 검찰 한 관계자는 “롯데 수사의 최종 목표지점은 결국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될 것”이라며 이들의 소환조사 시기를 8월 중순쯤으로 전망했다. 치매약 복용설까지 나오는 95세의 신 총괄회장은 몰라도 신 회장은 이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 전까지는 롯데 수사가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는 시그널을 중간에 계속 보여줄 것이라는 전언이다. 신영자 이사장의 구속과 신 총괄회장 부자의 출국금지 조치는 그 중간 시그널의 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물론 검찰이 상당부분 롯데그룹 내부의 횡령·배임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자료를 확보한 것은 맞지만, 신 총괄회장 부자 등 오너 일가가 직접 관여된 증거를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검찰 내부의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서는 롯데 측에서도 조심스럽지만 비슷한 전망이 나온다. “계열사 사장들이 임의로 소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그룹 사령부 격인 정책본부에 매달 일정 금액을 현금성 경비 조로 전달했을 가능성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결국 정책본부의 본부장인 이인원 부회장과 운영실장인 황각규 사장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란 얘기다. 오너 일가 중에서는 신영자 이사장을 희생양으로 끝내는 것을 현재로선 최선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일까. 신 이사장은 7월7일 구속될 때 “내가 왜 구속이 되어야 하느냐”며 검찰에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반일 정서 기댄 ‘국부유출론’ 읍소까지

 

롯데는 오히려 이번 검찰수사의 직격탄을 어떻게든 피해가기 위해 미묘한 반일(反日) 정서를 이용하는 전략도 불사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수사 과정에서 일본 롯데물산이 검찰의 수사 협조에 응하지 않아 검찰 내부에서도 일본 롯데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검찰 내에서는 신동빈 회장만 구속할 경우 자칫 롯데 경영권이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넘어가, 롯데가 결국 일본 기업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는 김앤장을 포함, 태평양·세종·광장 등 대형 로펌 등을 내세워 대대적인 변론 작업에 들어간 롯데 측의 여론 읍소 전략이기도 하다.

 

롯데의 전략은 이른바 ‘국부유출론’이다. 검찰이 신동빈 회장을 구속하게 될 경우, 경영공백이 장기화할 것이고, 일본에 뿌리를 두고 있는 롯데는 결국 한국 검찰수사를 피하기 위해 신동주 전 부회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논리다. 그러면 결국 롯데는 일본 기업이 되므로 국부가 유출된다는 논리다. 실제 롯데 주변에서 이런 우려들이 전파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와 신동빈 회장의 다급하고 절박한 사정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