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사장 인선’ 불똥 여기저기 튀어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6.07.13 14:55
  • 호수 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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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일우 금호건설 사장 갑작스러운 사임에 산은·대우·금호 모두 뒤숭숭

서울 신문로 대우건설 본사


 

“우리가 너무 만만한가 봐요. 대우건설이 어떤 회사인데…. 자기들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히려고 저러는 건지…. 일단 지켜보려고요.” 서울 신문로 대우건설 본사에서 기자와 만난 한 직원은 대표이사(사장) 재공모를 바라보는 사내 시선을 이렇게 전했다. 현대·삼성·대림 등 다른 건설사와 달리 대우건설은 금융자본인 산업은행을 대주주로 둔 탓에 경영진의 리더십이 취약하다. 주인이 바뀌고 신임 사장을 뽑을 때마다 회사 내에서는 ‘누구 입김이 작용했네’ ‘어느 선(線)을 타고 내려왔네’라는 식의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산업은행이 박영식 현 사장의 후임을 정하지 못하자 ‘경영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기 사장 후보에 15~20명 거론돼

 

일단 차기 사장 인선과 관련한 공모 절차는 7월8일로 마무리됐다. 문제는 재공모까지 가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데 있다. 오해 소지가 충분하다. 지분 57.75%(2015년 말 기준)를 가진 사모펀드(KDB밸류제6호)를 통해 대우건설을 소유한 산업은행은 당초 산업은행 측 인사 2명과 대우건설 사외이사 3명으로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를 꾸려 현 사장 임기 만료일인 7월14일 전까지 인선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사추위는 박 사장과 이훈복 전무(전략기획본부장)를 물망에 올려놓고 검토했다. 하지만 지난 6월10일 돌연, ‘경영 계획 등에 대한 자료 내용이 방대하다’는 이유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면서 재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잡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당초 회사 안팎에서는 임기 중 실적 개선을 이뤄낸 박 사장의 재선임이 유력시됐다. 막판에 이 전무가 등록해 ‘2파전’이 됐지만, 이 전무가 그동안 박 사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만큼 ‘복수 후보’를 내기 위한 ‘모양새 갖추기’라는 설이 유력했다. 하지만 최종 ‘두 사람 모두 불가(不可)’로 결론 났다.

 

대신 사추위는 재공모 대상을 ‘사내’에서 ‘사외’로 넓혔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대우건설 내부에서 사추위를 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낙하산 인사를 앉히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대우건설이 사장 공모를 위해 후보자 범위를 외부로까지 확대한 것은 창사 아래 처음이다. 지금까지 대우건설은 사내 공모를 통해 사장을 뽑아왔다. 사추위 방침이 알려지자 당장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주환 대우건설 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은 “대주주가 정치권 외압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사장 인선에 나선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반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재공모가 발표된 후, 차기 사장과 관련해서는 여러 인사가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15~20명가량이 도전장을 냈다는 소문도 들린다. 그중 선두주자로 분류되는 원일우 전 금호건설 사장이 등록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1979년 대우그룹 공채로 입사한 원 전 사장은 대우건설에서 건축개발팀장·개발사업본부장 등을 맡은 뒤, 2012년부터 금호건설 사장을 지냈다. 

 

원 전 사장은 대우건설 사추위가 선임 방식을 내·외부 공모로 바꾸자 지난 6월말 돌연 사표를 냈다. 임기를 2년 가까이 남겨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원 전 사장이 갑작스럽게 사표를 내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부랴부랴 7월1일 그룹 전략경영실장인 서재환 사장을 신임 금호건설 사장으로 내려보냈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워크아웃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잔여 임기도 2년 가까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사표를 내자 박삼구 회장 등 그룹 경영진이 당황했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서 사장이 금호건설 사장으로 가면서 그룹 전략경영실장(부사장) 자리에는 대우건설 출신인 박홍석 금호타이어 경영기획본부장(전무)이 승진, 임명됐다. 박 부사장은 박삼구 회장 아들인 박세창 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의 최측근 인사다. 박세창 사장과 박홍석 부사장은 금호타이어에서 각각 부사장과 전무로 호흡을 맞췄다. 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올 3월 금호가(家) 3세인 박 사장이 금호건설 등기이사로 선임된 것도 원 전 사장에게는 부담이 됐을 것이며 이런 상황에서 친정인 대우건설 사장 자리가 비자 사표를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 출신인 원 전 사장 좋게 보기 힘든 상황”

 

원 전 사장의 사임은 사추위는 물론 산업은행마저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원 전 사장은 지난해 말 금호건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하는 과정에서 산업은행으로부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대우건설의 한 중간 간부급 직원은 “6월초부터 원 전 사장이 사장직에 관심이 있다는 소문이 사내에 돌았다”면서 “그런 면에서 산업은행과의 돈독한 관계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우건설 직원은 “내부에서는 오늘날 대우가 시공능력순위 3위(2015년) 회사로 주저앉은 이유를 금호아시아나그룹 편입 후 경쟁력 약화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런 면에서 금호건설 사장 출신인 원 전 사장을 좋게 보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속해 있던 2006~08년 대우건설은 3년 연속 시공능력순위 1위를 기록했지만, 이듬해부터는 3~5위에 머물러 있다. 한 노조 간부도 “지금으로서는 내부 승진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차기 사장을 잡음 없이 뽑아야 한다는 점에서 산업은행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내부 공모로 뽑아 부실경영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있었기에 대우건설 사장 선임에는 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으며, 외부로까지 후보군을 확대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작 산업은행이 고려하는 것은 신임 사장의 경영능력이다. 당장 산업은행은 금산분리법 원칙에 따라 내년까지 대우건설을 민간에 팔아야 한다. 대우건설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산업은행의 사모펀드 KDB밸류제6호는 내년 10월 기한 만료를 앞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가 관리가 당면 과제다. 박영식 현 사장이 턴어라운드(실적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연임하지 못한 것은 주당 5000원대에 머물러 있는 주가를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2010년 KDB밸류제6호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대우건설 주식을 인수했을 당시 주가는 주당 1만6000원 선이었다. 만약 내년까지 주가가 현 수준에 머무를 경우 산업은행은 막대한 공적자금 손실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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