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왕국’ 전 세계 무기 노린다
  •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13 15:27
  • 호수 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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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한·미 첨단 무기체계 교묘한 수법으로 밀수

2015년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이 열리고 있다.


 

북한은 늘 기발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군사력을 증강시켜왔다. 이번 무수단 발사만 하더라도 상상을 초월하는 83도 각도의 고탄도 발사를 통해 미사일 사거리뿐만 아니라 대기권 돌파 능력까지 입증했다. 북한은 무기체계의 개발뿐만 아니라 운용에서도 기발한 공격 방법을 종종 생각해냈다. 1969년엔 MIG-21 전투기를 분해해 미군이 예상하지 못했던 어랑비행장에서 재조립 후 출격시켜 미군 EC-121 정찰기를 격추시키기도 했다. 허를 찌르는 능력에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러한 북한이 최근에 미제 개틀링(Gatling) 기관총을 도입했다는 뉴스가 알려지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개틀링은 여러 개의 총열이 돌아가면서 총알을 발사해 탄환을 쏟아 부을 수 있는 회전총열식 기관총을 말한다. 개틀링이란 이름은 의사이자 이 총기의 개발자인 리처드 조던 개틀링 박사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벌컨으로도 불리는 개틀링은 단발소총 위주였던 19세기말 전쟁에 혁신을 가져왔고, 현대에 들어와선 전기모터와 결합하면서 분당 수천 발을 쏟아 붓는 무기로 발전했다. 

 

 

‘미제 개틀링’, 실제론 미국산 개틀링 아닌 듯 

 

최근 보도로 인해 북한이 도입한 것으로 알려진 개틀링이 무엇인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보도에 의하면, 12.7mm 탄환을 사용하는 미제 개틀링을 북한이 중동 지역을 통해 도입했다. 하지만 이 보도가 사실과는 달라 보인다. 현재 미국에서 생산 중인 12.7mm 개틀링은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GAU-19뿐으로, 이 모델은 미군에서도 극소수 부대만이 채용하고 있다. 중동으로의 판매실적도 거의 없어 북한이 구매할 가능성도 낮아 보도의 신빙성이 상당히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12.7mm 탄환을 쓰는 개틀링은 이란군(軍)이 자체 보유하고 있다. 이란이 2014년 개발에 성공한 ‘모하람’ 6열 개틀링은 분당 2500발을 발사할 수 있으며, 사거리는 1600~2000m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란과 북한의 오랜 군사협력으로 봤을 때 북한이 12.7mm 개틀링을 장착했다면 이란제를 도입했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굳이 해외에서 개틀링을 도입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북한은 자국산 개틀링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제가 아니라 북한산 개틀링을 개발했다. 구경도 미국이나 우리가 쓰는 12.7mm가 아니라 14.5mm 탄환을 사용하며 총열 6개를 채용해 분당 2000발을 쏟아낼 수 있다. 북한은 이미 2003년부터 이런 북한산 개틀링을 함정들에 장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청급을 비롯해 신형 해삼급 고속정까지 모두 장착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제1·2차 연평해전에서 우리 해군의 강력한 화력에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경험에 바탕하고 있다. 

 

사실 해군에서 개틀링을 먼저 채용한 것은 바로 우리였다. 해군은 참수리 고속정에 M61 20mm 개틀링을 채용해 북한 경비정과의 교전이나 간첩선 침투에 준비해왔다. 실제로 기습공격을 당한 제2차 연평해전에서도 20mm 개틀링은 북한군에게 커다란 피해를 주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화력의 열세에 대해 북한은 14.5mm 개틀링으로 대항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우리 해군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더 이상 참수리급 고속정 같은 소형 선박으로 근접해서 싸우지 않고, 이제 먼 거리에서 교전해 북한 해군을 격파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윤영하급 고속함이나 ‘검독수리B’ 차기 고속정은 76mm 함포와 대함미사일이나 유도로켓을 보유해 장거리에서 파괴할 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북한이 해군 부대들에 실전 배치 중인 신형 반(反)함선(대함) 미사일 발사 훈련을 실시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15년 6월15일 보도했다. 왼쪽 사진은 조선중앙TV가 공개한 발사 훈련 모습으로, 전함 앞부분에 개틀링 기관총이 장착돼 있다. 북한이 밀수한 휴즈500E 헬기


 

북한, 1980년대 미제 헬기 밀수 

 

그렇다고 안심할 일만은 아니다. 미국산 무기를 북한이 실제 도입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현재 북한이 사용하고 있는 500E 헬리콥터다. 대한민국 육군은 1970년대 말부터 미국 휴즈사의 500MD 계열의 헬기를 국내 생산을 통해 300여 대를 도입했다. 그야말로 당시 우리 육군 항공력의 중추였던 것이 500MD 헬기였다. 

 

그런데 북한은 이 헬기를 밀수했다. 북한은 1980년대 미국인 심러 형제와 독일인 등을 매수해 처음 2대의 샘플 기체를 도입한 후에 500MD 헬기의 민수형인 500D와 500E 모델을 도합 100대를 밀수하고자 했다. 미국의 경찰 당국이 심러 형제를 체포했을 때는 이미 85대가 선적을 마친 상태였고 남은 15대를 압수하는 데 그쳤다. 북한은 1983년부터 1985년까지 대규모 선적을 통해 밀수를 했는데, 그 방법이 매우 치밀했다. 

 

북한은 정보 당국 책임자가 직접 베를린의 동독지역에 본부를 차리고 밀수작전을 진두지휘했다. 미국 현지에서 밀수를 주도한 심러 형제는 500계열 헬기의 제작사인 휴즈사와 서독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고 델타 아비아 플루게라테(Delta Avia Fluggerate GmbH)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바로 이 회사 직원들이 초기 샘플 기체를 평양에서 조립했을 뿐만 아니라, 북한 조종사들을 교육까지 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본격적인 선적은 모두 7차례가 있었는데, 미 LA 롱비치항을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거쳐 나이지리아를 최종 목적지로 했다. 나이지리아에서 북한으로 들어갔음은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북한이 500계열의 헬기를 보유하게 됨에 따라서 우리 군은 혼란에 빠졌다. 당장 500MD 계열의 헬기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쉽지 않게 됐다. 이에 따라 야간 비행이나 휴전선 인근 비행이 제한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북한은 이렇게 도입한 헬기를 비싼 값에 이란에 팔고자 했으나 성사시키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도입한 헬기를 북한은 여전히 일부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2013년 열병식에선 AT-3 대전차 미사일을 장착하고 축하비행을 했고, 2015년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앞에서 곡예비행을 하면서 성능을 뽐내기도 했다. 

 

오랜 국제 제재로 북한은 밀수에 대한 엄청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호화품을 수입 금지시켜도 김정은은 2015년 말에 신형 방탄 벤츠 차량을 받았다. 사치 품목의 대북수출을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1718호와 2094호를 위반한 것이지만 이를 막을 길이 없다. 유엔 제재를 피하기 위해 중국의 무역회사를 내세워 구매했기 때문이다. 유사한 일이 여러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을 떠올리면, 당시 우리 군을 피해 도주했던 정찰국 특수부대원들은 우리 군 복장에 M16 소총을 사용했던 사례가 기록된다. 당시 M16 소총은 미제가 아니라 중국제 카피 내지는 북한제 카피였던 것으로 보이지만, 이 사례는 무려 20년 전 얘기다. 우리 군의 무장은 이미 당시에도 M16이 아니라 K2 소총이었고, 현재는 화강암 디지털 군복으로 군복이 전부 바뀌었다. 다시 북한이 1996년과 같은 사건을 벌인다고 하면 어떨까. 

 

우선 군복을 구하기는 쉽다. 이미 우리 군의 화강암 디지털 패턴이나 특전사 디지털 패턴의 옷감은 중국에 샘플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인기를 끌면서 특전사의 군장을 카피하는 중국 업체도 생겨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방조사본부에서 부정 군수품 단속을 위해서 나서고 있지만 중국까지 제지할 수는 없다. 즉 북한 정찰총국은 중국 광저우의 원단시장에만 가도 우리 군복을 흉내 낼 수 있는 샘플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군복 이외에도 살상용 무기가 아니라면 북한이 손쉽게 밀수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소리다. 

 

언론에선 북한이 미국제 무기를 도입할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보다 우려할 일은 달리 있다. 바로 러시아나 중국제 무기의 북한 유입이다. 전통적으로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무기체계는 구(舊)소련, 즉 러시아의 기술에 바탕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지난 6월22일 북한이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무수단(북한명 화성-10) 미사일의 경우 구소련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인 R-27에 바탕하고 있다. 

 

 

러시아·중국제 무기 도입으로 개량 역량 키워

 

R-27은 구소련이 이미 1968년 최초로 실전배치해 1990년대 초반까지 사용됐는데, 신뢰성이 매우 높아 발사성공률이 93%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보면 그리드핀이란 보조조종장치가 달려 있다. 이는 원래 R-27에는 장착되지 않았던 것으로, 과거 열병식에 등장한 무수단 미사일에도 장착되지 않았던 것이다. 북한이 스스로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는 증거다. 

 

게다가 북한이 최근 개발해 내세우고 있는 거의 모든 미사일들을 보면 결국 러시아와 중국의 기술을 가져와서 활용하고 있다. 작년 발사 성공을 주장하는 대함(對艦)미사일의 경우엔 외양이 러시아제 대함미사일인 Kh-35 우란과 동일하다. 외양이야 샘플을 확보한 후 복제한다손 치더라도 발사 과정에서 정확히 경로를 지정해 다양한 각도로 공격이 가능한 대함미사일의 소프트웨어까지 카피하는 것은 쉽지 않다. 즉 관련된 기술을 보유한 사람이 직접 전수해줬거나, 소프트웨어 부분까지 역설계가 충분히 가능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된다.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은 173억9000달러 규모(2014년 기준)로 네팔보다 낮고 캄보디아보다 약간 높은 정도다. 이러한 나라가 미사일 개발사업만 10여 개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엄청난 집중력을 가지고 국가의 역량을 무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런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외부의 기술이 유입돼 북한의 기술로 정착할지 상상하기도 힘들다. 우리가 TV와 냉장고를 만들고 휴대폰을 만드는 동안 북한은 미사일과 무기 개발에 모든 국력을 쏟아 부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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