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朴’ 서청원, ‘非朴’ 나경원 맞짱 뜨나
  • 김영화 한국일보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18 10:06
  • 호수 1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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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8·9 전대 20일 앞으로 후보군 미확정, 판세 유동적

새누리당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8·9 전당대회가 불과 2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권의 향배는 아직 안갯속이다. 예전 같으면 이맘때쯤 당권 주자들은 전국을 돌면서 치열한 득표전을 벌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본격 선거전은커녕 후보군조차 확정되지 않아 판세 자체가 매우 유동적인 상황이다.

 

판세를 좌우할 마지막 변수는 역시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의 출마 여부다. 그가 출마를 결심하면 친박계 후보들의 교통정리가 이뤄지는 것은 물론이고, 비박계에서도 나경원 의원이 대항마로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 양대 계파의 대진표 자체가 새로 쓰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 보니 친박계와 비박계의 관심은 온통 서 의원의 선택에 쏠려 있는 형국이다.

 

 


 

 

“서청원 의원 출마해야”…친박계 ‘삼고초려’

 

‘서청원 당 대표’ 카드는 친박 실세인 최경환 의원이 7월6일 당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급부상했다. 친박계는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후반 안정적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친박계가 당권을 가져가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4·13 총선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최경환 의원을 본인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로 옹립하려고 밀어붙인 것은 이런 배경에서였다. 하지만 최 의원이 끝내 당의 화합이 우선이라며 백의종군을 선언하자 친박계가 이번에는 당내 최다선(8선)인 서 의원에게 당 대표에 출마해달라고 매달리는 중이다.

 

당초 서 의원은 “당 대표 출마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재고의 여지도 없다”고 완강하게 손사래를 쳤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바뀌었다. 서 의원은 벌써 일주일 넘게 지역구(경기 화성)에 머물며 장고(長考)를 거듭하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이 ‘삼고초려’에 나서자 출마 가능성도 열어두고 당 내외 인사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한다. 

 

현재 서 의원의 측근들은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당권 도전을 검토해온 원유철 전 원내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하고, 또 다른 당권 주자인 홍문종 의원도 서 의원이 출마할 경우 불출마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치는 등 친박계가 내부 교통정리에 나서자 서 의원의 출마는 택일만 남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금 더 우세하다. 

 

다만 서 의원이 선뜻 결단을 내리기엔 주변 상황이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우선 친박계 대표 주자로 출마해도 비박계 단일 후보에게 이긴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현재 친박계에서는 5선의 이주영 의원과 4선의 한선교 의원, 3선의 이정현 의원이 이미 출마선언을 한 상태다. 하지만 이들은 원유철·홍문종 의원과 달리 전대 완주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주영 의원의 경우 최근 친박계의 총선 참패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친박계와 ‘거리두기’를 시도하고 있다. 한선교 의원은 원조 친박이었다가 이제는 ‘멀박(멀어진 친박)’으로 불리며 계파에서 멀어진 상태로 얼마 전 ‘서청원 2선 후퇴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이정현 의원은 친박계 내에서도 독자 행보를 하고 있다. 서 의원이 출마해도 친박계 단일 후보가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물론 친박계는 친박 표를 몰아주면 당선이 가능하다며 서 의원을 설득하는 중이다. 실제로 4·13 총선 이후 새누리당의 계파 지형은 현역 의원의 경우 친박계가 129명 중 약 60%인 80명 안팎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새로 선출되는 시·도당위원장도 압도적으로 친박계가 많다. 다만 변수는 135명에 달하는 원외당협위원장의 표심이다. 이들은 총선 공천 파동을 주도한 친박계에 대한 분노 또는 심판의 정서가 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서 의원은 2014년 전대에서 비박계 수장인 김무성 전 대표에게 패배한 뼈아픈 경험도 있다. 게다가 이번에 출마하는 당권 주자들은 김 전 대표에 비해 정치적 무게가 덜한 편이다. 특히 정병국 의원의 경우 서 의원이 상도동계 시절 한솥밥을 먹던 정치 후배다. 또 이주영 의원은 그가 2002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초선의원을 지낸 인연이 있다. 후반기 국회의장을 사실상 내락받은 그로선 후배 그룹과 경쟁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서 의원이 출마하면 비박계도 판도가 출렁일 전망이다. 이미 출마를 선언한 정병국(5선)·김용태(3선) 의원에 이어 나경원(4선) 의원이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대항’ 출마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새누리당 지지자를 대상으로 당 대표 적합도 조사를 벌여 7월14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1위 나 의원은 22.8%, 2위 서 의원은 21.9%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나 의원은 비박계 다른 주자들이 3~5%대에 머무르는 것에 비해 월등히 높은 지지율을 기록해 출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다만 나 의원은 최근 원내대표 경선에서 떨어진 만큼 서 의원이 불출마할 경우 출마의 명분이 떨어져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병국·김용태 의원이 최근 ‘서청원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은 서 의원을 눌러앉혀야 나 의원의 출마를 막을 수 있다는 사정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 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친박계 옹립에 의해서 서청원 의원이 나오시면 또 다른 계파 전쟁이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의원은 “2003년 당이 차떼기당이던 시절 누가 당 대표였느냐. 2008년 친박연대에서 어마어마한 액수의 공천헌금을 받고 구속됐던 분이 바로 서 의원”이라고 연일 공세를 펴고 있다.

 

 

여론조사 ‘1위 나경원-2위 서청원’ 접전

 

비박계 수장인 김무성 전 대표는 누구를 밀지 정하지 않은 채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에선 비박계 후보가 한 명으로 정리되면 김 전 대표가 집중 지원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친박 색깔이 강한 서 의원과 이에 대항하는 비박계 단일후보 간 경쟁 구도가 짜이면 이번 전대도 친박과 비박의 한판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총선 참패 이후 줄곧 ‘계파 청산’을 강조했지만 공염불에 그치는 것은 물론이고, 전대 후유증도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 의원이 고심을 거듭하는 것도 자신의 출마가 가져올 계파 갈등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계파 간 다툼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자 당내에서 ‘화합형’ 대표를 뽑자는 요구가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총선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얼마 전 복당한 주호영(4선) 의원이 당 대표 경선에 나서기로 마음을 굳힌 것도 당의 고질인 계파 대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대구·경북 출신인 그는 비박계로 분류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정무특보를 지내 친박계에서도 거부감이 덜한 편이다. 이번 전대가 또다시 계파 대결의 장이 될지, 총선 참패 후유증을 극복하고 당 혁신의 전기를 마련하는 장이 될지는 7월18일 이후로 예상되는 서 의원의 결단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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