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가 내 삶과 무슨 상관 있나”
  • 박태균 고려대 생명과학부 연구교수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19 10:18
  • 호수 1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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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갑론을박 ‘뜨거운 감자’ GMO, 찬반 논란 속 대다수 대중들은 잘 몰라

식품 분야에서 이만큼 ‘뜨거운 감자’가 또 있을까? 1996년 처음 상업화된 GM(유전자변형) 농산물은 20년간 식품·농학·생명공학 분야에서 가장 격한 찬반 논란을 불렀다. 친(親)GMO와 반(反)GMO 진영의 대립, 미국과 EU(유럽연합)의 무역전쟁 등 정치·사회·경제·무역 분야에서 엄청난 소용돌이를 일으킨 이슈 메이커였다.


GMO 논쟁에서 늘 핫(hot)한 것은 안전성 여부다. 20년간 GMO의 안전성을 놓고 양 진영이 갑론을박을 벌여왔지만 여전히 결론은 나지 않았다. 영국의 목장주인 존 험프리스는 저서인 《위험한 식탁(The great food gamble)》에서 ‘GMO로 건강상 피해를 본 것이 있으면 신고하라’고 채근했다. GMO 반대 진영은 ‘피해 사실을 입증할 수는 없지만 무해하다는 것은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느냐’고 되받는다.


GM 작물의 일종인 ‘골든 라이스(Golden rice·비타민A를 강화한 쌀)’를 놓고도 찬반양론이 뜨겁다. GMO 반대 진영인 ‘그린피스(Green Peace)’는 “‘골든 라이스’의 장점으로 거론되는 것은 과장이며, 환경에 엄청난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사람의 건강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100명 이상의 노벨상 수상자들은 최근 “‘골든 라이스’가 비타민A 결핍을 막아준다”며 “비타민A 결핍은 전 세계에서 해마다 50만 명 이상의 실명(失明), 최대 200만 명의 사망을 부른다”고 반박했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 하느냐”며 그린피스를 몰아붙였다.

 

 


 


GMO 종자 20년간 100배 이상 성장


GMO의 상업화 이후 20년간 가장 첨예하게 의견 대립을 보인 나라는 미국과 EU다.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이 문제를 놓고 8년 이상 싸웠다. 미국이 이겼지만 지난해 EU 28개 회원국 중 19개국이 GMO 작물 재배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하이브리드 옥수수(교잡종)의 첫 상업화가 이뤄진 것은 1921년이다. GMO 기술로 제조한 최초의 GM 옥수수가 시장에 등장한 것은 1996년이다. 이후 20년간 GMO는 호불호와 상관없이 세계인의 삶과 경제·과학·농업·무역 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안전성·표시제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재 GMO는 30개국에서 재배하고 70개국 국민이 먹고 있다. GMO 종자는 세계 종자 시장의 35%를 차지한다. 20년간 100배 이상 성장했다. GM 작물을 테마로 해 전 세계에서 수행된 연구 147건을 메타(meta·기존 문헌을 분석해 평가하는 작업) 분석한 결과, 20년간 GMO 기술은 작물 생산량을 22%, 농부의 이익을 68% 높였다.


약 20년간(1996〜2013년) GM 작물 재배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량이 차량 1240만 대를 운행 정지시킨 효과와 같다는 연구논문도 나왔다. GMO 기술이 기상변화·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돕는 것은 농장에서 경운기 사용이 크게 줄어든 덕분으로 알려져 있다.


GM 작물을 재배하는 농법은 기본적으로 밭을 갈지 않고 잡초를 제거하는 무경운(無耕耘) 농업이다. 1996〜2012년 GM 작물 재배에 따른 제초제 등 농약 사용량 감소는 전 세계적으로 55만 톤에 달한다. 이로 인해 농약 살포 감소→농기계 사용 감소→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량 감소→토양 중 이산화탄소의 대기 방출 감소로 이어지는 선(善)순환 구조를 이루게 됐다는 것이 친(親)GMO 진영의 주장이다.

 


유전자 오염, 생태계 파괴 우려


GMO 기술은 세계의 농업 규모 순위도 크게 바꿔놓았다. GM 면화를 재배 중인 인도는 세계 최대의 면화 생산국으로 떠올랐다. 인도에서 생산되는 면화의 95%는 GM 면화다. GM 작물 생산에 우호적인 브라질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농산물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중국 국유기업인 중국화공그룹(中國化工集團)은 지난 2월 스위스의 세계적 GMO 종자 회사인 ‘신젠타’를 M&A(인수합병)하기 위해 430억 달러(약 52조) 이상의 인수자금을 제시했다. 신젠타는 지금까지 중국 기업이 인수한 외국 기업 중 최대 규모 회사다.


중국의 신젠타 인수는 미국 의회의 제동으로 일단 주춤한 상태다. 미국 의회가 중국의 신젠타 인수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거래가 성사될 경우 1000억 달러(약 117조원) 규모의 글로벌 종자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대폭 늘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GMO 농산물의 재배 면적은 지난 20년간 100배나 확대됐다. 현재 전 세계의 농지 약 2억ha(헥타르·1ha=약 3000평)에 GMO 종자가 뿌려진다. GM 작물을 매년 재배하는 국가는 28개국에 달한다. 이 중 8개국은 미국 등 선진국이다. 20개국은 인도·중국 등 개발도상국이다. 전체 GMO 농지에서 남미·아시아·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4%로 절반을 넘어섰다. 선진국의 46%보다 많다(2015년 통계). 개발도상국 우위는 4년째 지속되고 있다.


GM 작물은 이미 심을 만큼 심어져 재배 면적이 더 늘어날 여지는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2014년 GM 작물의 전 세계 재배 면적이 1억8150만ha로 정점을 찍고, 2015년(1억7970만ha)에는 약간 줄었다. 농산물 가격 하락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어 더 두고 봐야 한다.

 

 

세계적으로 반GMO 운동이 한창이던 2013년 벨기에 사람들이 독성 화학물질과 GMO를 만든 기업 몬산토에 대해 항의 시위를 벌였다.


GMO의 수용 여부, GMO 표시제도에 대한 입장 등 GMO에 대해 찬반 어느 쪽에 서느냐는 미국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치적으로 보수진영은 대체로 GMO 찬성, 진보진영은 GMO 반대로 갈린다. 이번 미국 대선의 민주·공화 양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는 둘 다 친(pro)GMO 입장을 보인다. 진보색이 가장 짙었던 민주당 경선주자 버니 샌더스 후보(버몬트주 상원의원)가 유일하게 반(con)GMO 편에 섰다.

 


샌더스 후보의 출신 지역인 버몬트주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GMO를 유통시킬 때 포장지에 ‘GMO 원료로 만들었다’고 의무 표기하도록 하는 법을 2014년 5월 주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올해 7월 시행된다.


GMO는 한 생물(예 콩)에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삽입해 ‘장점이 많은 콩’을 얻는 기술이다. GM 작물의 상업화가 시작된 지 20년이 흘렀지만 GMO에 대한 우려와 배척도 범세계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GM 작물과 식품, 그리고 GMO 신기술이 개도국에 큰 재난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주류를 이룬다. GMO 확산이 해당 지역의 토착 식물상의 유전자 오염과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뿐 아니라 경제를 핍박하는 원인이 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러나 대다수의 대중은 아직 GMO에 대해 자세히 모른다. 실제로 GMO를 자세히 들여다보려는 사람도 드물다. 대부분 부정적 인식을 막연하게 갖고 있다. 교사 하성숙씨(40)는 “GMO가 내 삶과 무슨 상관이 있나. GMO가 아니어도 먹을 것이 천지인데…”라며 “GM 콩에 유전자가 들어 있다고? 유전자가 함유됐다면 문제 아닌가”라고 물었다. 여기서 유전자는 DNA다. 인간이든 콩이든 유전자가 없는 생물은 없다. GM 콩은 물론 일반 콩에도 유전자가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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