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 교수의 시사유감] 넥슨게이트 김정주의 두 얼굴
  • 권상집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2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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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블메이커로 전락한 게임업계 제왕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1년. 공식석상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게임업계의 제왕 김정주 NXC(넥슨홀딩스) 회장이 직접 KAIST에서 ‘기술벤처’라는 과목을 한 학기 동안 강의하기 위해 캠퍼스에 나타났다. 필자 역시 게임업계에서 근무했었기에 업계에서 갖는 그의 절대적 위상, 신비주의적 면모를 익히 알고 있던 지라 수업 때 청강을 하며 김정주 회장이 학생들에게 강조했던 이야기 하나 하나를 빠짐없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중에서도 지속 가능한 기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유능한 사람이 아닌 좋은 사람’을 고르겠다는 그의 메시지는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지속가능성과 성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좋은 사람’을 가장 강조했던 그의 메시지는 이후 수많은 언론에서 재인용되었고 김정주 회장은 많은 예비 창업자들의 롤 모델로 떠올랐다.


1994년 당시 27세의 나이에 천재적 게임개발자로 알려진 송재경(전 리니지 개발자 겸 현 XL게임즈 대표) 등과 함께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회장에 대한 업계 평가는 과거에도 극단을 오갔다. 업계 최강자인 넥슨을 이끌면서 실제로 출근하지 않고 배후세력처럼 기업을 지배하기에 ‘은둔의 제왕’ 이건희 회장을 흉내 내고 있다는 비판도 받았고, 게임업계 다른 기업들이 대규모 연구개발로 게임개발에 거액을 투자할 때 손쉽게 대기업이나 할법한 인수합병을 중심으로 넥슨을 성장시켜 업계의 건전한 발전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한편, 과거 연극배우로도 활동하고 한국종합예술원에 늦깎이로 입학해서 예술 수업을 듣는 그의 기행(奇行)은 또 다른 이야기와 루머를 낳기에 충분했다.

 

 

김정주 NXC(넥슨홀딩스) ​회장


넥슨의 경영을 전문경영인에게 완전히 위임하고 연극 또는 여행에 주력한다는 김정주 회장의 인터뷰와 달리 그는 여전히 넥슨의 황제로서 경영과 관련된 전권을 철저히 행사해 왔다. 2010년 당시 CJ E&M과 ‘서든어택’ 게임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대립했을 때도 실제로 해당 협상을 물밑에서 주도한 인물은 김정주 회장이었으며, 그전 해인 2009년 잘나가던 유망 게임개발사 네오플을 3852억에 인수했을 때도 김정주 회장의 빠른 판단력과 배짱이 큰 몫을 했다는 게 업계 정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언제나 언론에서 인수합병(M&A) 및 넥슨의 성장과 관련된 생각을 이야기한 적도 없고 게임업계 공식석상에서도 일절 모습을 보이지 않아 넥슨 직원들조차 김정주 회장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 

 


닌텐도 게임에 충격을 받아 일본 닌텐도를 넘어서는 게임을 개발하자며 넥슨 창업 멤버 및 우수 인재들을 설득시켰고 벤처기업 지원에 관한 국가적 혜택 속에서 김정주 회장 본인을 포함, 똑똑한 이공계 인재들은 모두 넥슨을 거쳐갔다. 한때 서울대 및 KAIST 이공계 출신들이 모두 넥슨에 몰려들었던 건 업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과거 10년 전만 해도 제2의 김정주를 꿈꾸기 위해 게임 또는 포털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인재는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번 진경준 검사장 사건 이외 김정주 회장이 보여준 그간의 행태는 너무나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그중 몇 가지를 살펴보자.


대부분의 국내 게임 기업들이 고객․소비자에게 더 나은 게임을 제공하기 위해 게임개발에 가장 많은 투자를 단행해왔지만, 넥슨은 언제나 개발보다 유통과 마케팅을 강조했고 M&A를 통한 성공에만 주력했다. 다른 기업들이 열심히 게임개발을 위해 땀을 흘릴 때 유독 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인수하는 데 치중한 김정주 회장. 때로는 호형호제하며 친구처럼 지냈던 김택진 대표의 NC소프트까지 넘볼 정도로 그의 M&A에는 소신도 없고 우정도 없었다. 그가 인수합병 과정에서 무리수를 두며 NC소프트․CJ 등과 갈등을 벌인 일은 업계에서도 유명하다. NC소프트의 김택진(지분율 12% 미만), NHN의 이해진(지분율 5% 미만)과 달리 넥슨의 지배회사 NXC의 지분율 96% 이상을 그와 가족이 함께 독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울러 넥슨의 공동 창업자와 넥슨 직원들에 대한 김정주 회장의 보상은 의외로 박한 면이 많았다. 게임업계 초기부터 다른 기업들이 스톡옵션 및 다양한 보상 방안으로 핵심개발자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희한하게 김정주 회장은 게임의 핵심 경쟁력은 R&D(연구개발)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게임개발자들이 그토록 요구한 상장을 거부해왔다. 김정주 회장이 국내 시장에서 상장을 거부한다는 소문이 업계 전반으로 흘러나가면서 수많은 넥슨 개발 인력들이 불만을 갖고 회사를 뛰쳐나왔음에도, 김정주 회장은 게임개발보다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쪽으로 회사의 성장 방향을 변화시켜 나갔다. 그리고 그의 막대한 지분율을 안전하게 보장할 수 있는 독특한 지배구조 방안에만 몰두해왔다. 공학 전공자임에도 실제로 이공계 인력을 가장 홀대했던 그의 이상한 행태가 진경준 검사장 비리 사건을 통해서 조금은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넥슨에 대한 가장 민감한 이슈는 역시 일본 상장과 관련된 부분이다. 최근 검찰의 고강도 재벌 수사로 롯데가 일본기업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넥슨 역시 이러한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 넥슨의 본사가 일본 넥슨법인이고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넥슨코리아는 일개 자회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벤처기업 지원 제도 등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루고 수많은 혜택을 받았지만 사회 환원은 오간 데 없었다. 그가 일본에 상장하고 본사 역시 일본에 둔 이유 역시 넥슨에 관한 김정주 회장의 독보적인 지배력을 보장 받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많았다. 실제로 넥슨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지주회사인 NXC의 지분율은 김정주 회장 및 그의 일가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넥슨과 같이 업계 1위를 차지하는 국내 기업 중 1인 지배체제가 이토록 공고한 기업은 사실상 넥슨이 유일하다. 


한동안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김정주 회장은 올해 3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디즈니랜드에 가보니 아이들이 긴 줄을 서고 고생을 해도 행복해 하는 것을 봤다. 디즈니는 좋은 회사라는 이미지를 오랜 기간 축적해 왔는데 넥슨도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좋은 회사라는 느낌을 줄 수 있을 지 깊이 연구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힘 좀 쓰는 사람들에게 보험용으로 자신의 주식을 제공하는 비상식적인 방안이 좋은 회사라는 느낌을 주는데 가장 효과적인지 필자는 잘 모르겠다. 아울러 그가 KAIST에서 강조했던 ‘유능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을 뽑겠다’고 언급한 부분에서 좋은 사람이 힘 있는 사람이었던 건지 다시 한 번 그에게 묻고 싶다. 


대학로에서 연극배우도 하며 공식 인터뷰 때마다 ‘디즈니 같은 100년 기업을 꿈꾼다’고 말해왔던 김정주 회장. 그는 5년 전 수업에서도 학생들에게 진정성을 가장 많이 강조했다. 그러나 오너 중심의 독점적 지배구조, 개발보다 인수합병을 강조하고 함께 하는 구성원보다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내부자들에게 더 많은 보상을 제공했던 그의 두 얼굴에서 환멸이 느껴진다. ‘유능한 사람은 언제든 떠날 수 있기에 좋은 사람을 뽑겠다’고 강조한 그는 정작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자 진경준 검사장에게 대가성으로 제공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진경준 곁을 제일 먼저 떠났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자격이 없는 자에게 돌아가는 영광에 대한 분노는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감정’이라고 강조했다. 넥슨게이트의 몸통 김정주 회장에게 우리 모두가 던지고 싶은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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