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말 마지막 금융권 인사, ‘친박 낙하산’ 행렬 이어질까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6.07.2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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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택 前 산업회장으로 불거진 논란…금융 낙하산 막는 개정법 발의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자리에 '낙하산 인사'로 임명된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선임 반 년 만에 중도 하차한 사건은 한국 낙하산 인사의 실상을 국제적으로 알렸다. 경제학 교수 출신인 홍 전 회장은 산업은행 회장을 거쳐 AIIB의 부총재 자리까지 올랐지만 결국 '인사 참변'의 대표적 사례로 전락하고 말았다.

낙하산 인사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논란이 돼왔다. 현 정부가 마지막 금융권 인사에도 '낙하산'을 대거 투입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계속된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금융권 낙하산 인사는 이어져왔다.

롯데카드는 지난 3월 임병순 금융감독원(금감원) 금융중심지원센터장을 감사로 선임했고, 신한카드도 6월 이석우 전 금감원 국장을 상근감사위원으로 선임해 ‘금피아(금감원+마피아)’ 논란이 다시 불거지기도 했다.  

 

'친박' 인사들의 선임도 있었다. 2014년 9월 한국수출입은행 감사에 임명된 공명재 계명대 교수는 서강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2012년 당시 박근혜 후보 대선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소속 힘찬경제추진위원단의 위원을 지낸 친박 인사였다. 같은 해 10월에는 친박연대 대변인을 지낸 정수경 변호사가 우리은행 상임감사로 선임됐다. 올해 4월 총선이 끝난 뒤에는 친박계 서병수 부산시장 선거캠프 출신인 김영준 전 부산환경공단 경영이사가 한국예탁결제원 예탁결제본부장으로 갔고, 김기석 전 새누리당 국민통합위원회 기획본부장은 신용보증기금 감사 자리에 선임됐다. 정부가 ‘보은 인사’를 남발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예금보험공사는 5월에 이명선 대통령경호실 부이사관을 비상임이사로 선임하면서 공모 자격요건으로 제시한 '경제 금융에 대한 전문적 지식 및 경험' 등과 거리가 먼 인물을 받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7월4일에는 송창달 그린비전코리아 회장이 한국자산관리공사 비상임이사로 선임됐다. 송 이사는 2007년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경선 후보였을 때 대외협력위원장을 맡은 전력이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성인의 경지'에 올랐다고 찬양하며 박 대통령 지지 활동을 펼쳐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오는 8월부터 내년 3월 사이에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권 수장 자리에는 어떤 인물이 올지 관심이 모이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예탁 결제원 등 공공기관을 비롯해 신한금융지주, 우리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의 기관장 인사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의 임기는 오는 8월까지고, 9월에는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과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임기가 끝난다. 11월에는 홍영만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과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이, 12월에는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권선주 기업은행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내년 1월에는 김한철 기업보증 이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난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과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이미 낙하산 논란이 있었던 수장들은 현재 임기 중이다. 홍영만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과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금융위원회 출신 '관피아'라는 지적을 받았고,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2013년 공고가 나기도 전에 내정설이 나돈 뒤 실제로 이사장에 선임돼 '정해진 인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서강대 동문으로 금융권 내 대표적 친박 인사로 꼽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 정부의 마지막 금융기관 인사다. 지금은 대통령에 대한 레임덕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니 '마지막 낙하산'을 노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고 예상했다.

매번 되풀이되는 이런 ‘고질병’을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이 국회에서 추진되고는 있지만, 당장 하반기부터 이어질 금융권 인사를 막아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18일 금융회사 임원 적격 요건을 신설해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8월부터 2017년 초까지 공모가 예정된 금융권 수장 자리에 적격성이 있는 인물이 올 수 있도록 전문성을 검증할 수 있는 자격을 규정한 것이다. 그 동안은 '결격 사유'만 규정돼 있고 '적격 요건'에 관해서는 규정이 없어서 낙하산 인사를 법적으로 제지할 방법이 없었다.

개정안은 금융회사 임원 적격 요건으로 금융감독원의 검사대상 금융기관에서 2년 이상 재직하거나 금융 관련 석사 학위 이상으로 연구원이나 교수로 5년 이상 종사한 사람, 변호사 또는 공인회계사로 5년 이상 관련업에 종사하거나 금융 관련 기관에서 7년 이상 근무하고 퇴직 후 3년 이상 경과한 사람, 금융∙법률∙ 회계 등 전문 지식이나 실무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등의 요건 가운데 한 가지 이상을 만족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박 의원은 “대우조선해양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관치금융과 금융 낙하산 인사의 병폐가 지적되고 있어서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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