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부대, 세월호 유가족을 헐뜯다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07.2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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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폄훼를 위해 트위터서 조직적 여론 몰이 정황

‘세월호 유족들이 과도한 보상과 특혜를 요구하고 있다’는 글은 2014년 8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전염병처럼 퍼졌다. 이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은 이내 곧 드러났지만, 이미 유가족과 피해 관련자의 마음에 생채기가 남은 뒤였다.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연구용역 보고서’는 참사의 직·간접적 피해자 124명 중 85명(68.5%)이 왜곡된 인터넷게시물에 상처를 입었다고 밝힌다. 한 유가족 부모는 “‘죽은 자식 앞세워 돈을 얼마나 벌려고 하느냐, 뭘 또 얼마나 뜯어 먹으려고 하느냐’ 같은 말들이 상처가 됐다”고 고백했다. 

 

 

세월호 침몰 현장. 해양경찰청 제공


 

 

이제껏 세월호 유족․피해자에 대한 폄훼 글이 ‘댓글부대’의 공작일 것이라는 의심이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일부 극단적인 네티즌들이 썼다고 보는 시선도 존재했다. 이제 상황이 다르다. 이 글들은 ‘특정 세력의 의도대로 조직적으로 작성됐다’고 봐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여론몰이의 선두에 선 ‘조장’ 역할을 하는 특정 SNS 계정이 글을 올리면 이 내용을 ‘조원’ 역할의 SNS가 정해진 순서대로 이 글을 조직적으로 퍼 나른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 내용은  한국인사이트연구소가 세월호 특조위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아 조사한 보고서에 나타난다.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4.16 세월호 참사 피해자 명예훼손 실태조사를 위한 빅데이터 분석에 나섰다. 세월호가 인터넷 상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세 시기를 잡아 조사를 진행했다. 1기는 2014년 4월16일부터 26일까지, 2기는 2014년 8월19일부터 29일까지, 3기는 2015년 4월11부터 21일까지다.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세월호 이슈에 대한 조직적 SNS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자료=한국 인사이트 연구소


 

 

보고서는 세 시기 모두에서 ‘조장’이 글을 올리면 ‘조원’이 일사불란하게 전파하는 방식의 조직적 여론 조작 정황이 포착됐다고 적었다. ‘조장’이 올린 글이 퍼져가는 과정은 무질서하게 공유되는 일반적 여론 형성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주로 트윗덱 기능(여러 개의 계정이 동시에 글 쓰거나 리트윗을 하여 동일한 내용 글을 빠르게 늘려갈 수 있는 기능)을 활용해 글을 전파했다. 

 

또 ‘조장’의 글은 세월호 유족을 비하하는 부정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다. 특히 2기 ‘조장’ 계정 운영자는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의 간부인 김아무개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특정 SNS의 조직적 ‘퍼나르기’는 공론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조원’ 계정은 계정 당 30회씩 동일하게 리트윗을 하여 ‘조장’ 계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리트윗을 받은 것 같은 착시효과를 일으켰다”라면서 “이러한 리트윗 늘리기에서 나온 영향력들이 ‘조장’ 계정의 영향력 발언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2차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2기에 '조장'계정을 리트윗한 '조원'계정은 67%에 달했다. 자료=한국 인사이트 연구소


 

또 보고서는 “리트윗 계정들에 대한 추가분석을 진행할 경우 또 다른 특성을 지닌 복합적 ‘조장-조원’ 계정을 발견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발견된 조직적 여론조작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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