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락의 풍수미학] 대통령 당선자도 ‘논두렁 정기’ 받는다
  • 박재락 국풍환경설계연구소장·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2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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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 신분 상승∙고시 합격 시기에도 영향줄 수 있어

요즘 매스컴은 일부 사회지도층 인사의 적절치 못한 일들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소위 ‘지도층 인사’란 대외적으로 신분적 상승이 이루어진 사람을 칭한다. 필자는 이들 조상의 선영(先塋)이나 생가 터는 풍수적 명당의 지기를 받고 있는 곳에 터잡이를 한 것으로 본다. 이 땅에서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사람일지라도 자라면서 각자의 사회적 신분이 달라지는데, 그 근본적 이유는 조상이 대대로 어떠한 신분에 있었던 가문인가에 따라 발복(發福․운이 틔어서 복이 옴)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직계 조상들의 선영과 생가 터가 대명당의 터를 이룬 경우는 빠르게 발복하도록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풍수지리학의 논리다. 

 

예를 들어보자. 같은 명문대에 재학하며 고시를 준비 중인 두 사람, 둘 중 어느 누가 먼저 고시에 합격하느냐는 조상의 음택(陰宅)과 생가 터의 입지에 따라 달라진다. 발복의 역량이 달리 나타나기 때문이다. 고위직에 임용될 경우도 마찬가지다. 당역량이 큰 곳의 정기를 받고 태어난 인사가 먼저 입각될 확률이 높다고 본다. 실력은 불과 종이 한 장 차이 밖에 나지 않지만 낙점 받는 찰나에 임용권자의 마음을 끄는 기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명문대와 고시합격에 따른 발복의 기(氣)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조상의 동기감응(同氣感應․고유진동수가 같거나 비슷한 것은 서로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이 풍수지리학의 논리다. 음택과 양택 터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풍수경전에 ‘탈신공개천명(奪神功開天命)’이란 구절이 있다. 풀어보면 ‘신의 공력을 빼앗아 자신의 운명을 새롭게 개척한다’는 뜻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그릇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조상의 선영이나 생가 터의 역량에 따라 기의 영향을 받게 된다. 운수가 트이려면 음택지나 양택지를 풍수적 명당공간으로 모시면 가능하다는 뜻이다. 

 

우리의 전통적 음양사상은 땅을 기준으로 할 때 아래는 음이요, 위는 양으로 본다. 음택이 죽은 자의 공간이라면 양택은 살아 있는 자의 삶의 공간을 말한다. 따라서 음택과 양택 공간은 주산(主山․묏자리, 집터, 도읍 등의 운수 기운이 서렸다는 산)의 용맥((龍脈․산의 정기가 흐르는 산줄기)이 입수하여 지기가 머문 곳에 매장을 한다거나 집터를 세움으로써, 생기를 받을 수 있는 풍수적 발복의 단초가 되는 것이다. 

 

오래전 한 방송매체에서 한 대통령 당선자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사회자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물었고, 그의 첫 마디는 ‘논두렁 정기라도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하였다. 풍수적으로 논두렁은 주산에서 뻗어내린 용맥을 말하며, 정기(精氣)는 용맥이 품고 있는 지기(地氣)이다. 이러한 지기가 선영과 생가가 입지한 곳에 머물거나 이어져와 터를 이룬 곳이 명당인 것이다. 

 

예로부터 임금은 하늘에서 정해 준다고 하였다. 국부(國父)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여러 요소가 작용되었겠지만, 나는 조상의 선영이나 생가 터가 명당혈처를 이룬 곳이어서 좋은 기를 받았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예로부터 ‘뼈대 있는 가문’이라는 말은 혈통을 말하는 것이고, 피는 못 속인다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조상의 선영이나 생가의 터 자리한 기운 중요

 

그렇다면 풍수지리적으로 역량이 큰 명당 입지란 어떠한 풍수지표를 갖고 있는 공간인가?

 

첫째, 선조들의 선영과 생가 터가 같은 보국(保局․산들이 사방으로 에워싸준 안쪽공간)에 입지해야 한다. 주산을 중심으로 사신사(四神砂․구분 산의 좌우, 전후 사면에 있는 산)가 장풍을 이루고 중심의 용맥이 입수하는 곳에 묘역공간이 자리하고 난 다음, 앞쪽의 생가 터는 용맥이 멈춘 곳에 터를 이루어야 명당의 기를 받을 수 있다. 든든한 배경이 되는 조상의 선영이 뒤에서 받쳐주기 때문에 동기감응이 빠르게 일어나게 되는 원리가 된다. 이러한 터는 주산의 지기를 곧 바로 받는 곳으로, 가문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명당터가 된다. 역대 대통령을 배출한 곳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터잡이다. 

 

둘째, 주산과 안산의 봉우리는 토형체·금형체·목형체를 품어야 한다. 토형체는 산봉우리가 일(一)자형태를 이루는 것으로, 길고 짧은 것에 따라 ‘군왕지기’와 ‘장상지지’로 판단한다. 박정희·노태우·노무현 대통령 생가 터의 안산(案山․집터나 묏자리의 맞은편에 있는 산)은 긴 토형체를 이루고 있다. 금형체는 솥뚜껑을 엎어 놓은 형태인데, 거부나 장군이 배출될 수 있는 기가 응집된 지세이다. 특히 봉우리가 암반으로 이루어진 금형체는 검찰과 경찰계통의 고위직 인물의 탄생을 암시한다. 10대 재벌의 선영들 대부분의 주산과 안산이 금형체로 나타난다. 문필봉은 붓끝처럼 뽀쪽한 형태의 산봉우리를 말하는데, 정부의 고위공직자나 고명한 학자가 배출되는 지세이다. 삼국유사를 쓴 일연선사의 경산 자인 생가 터는 단아한 문필봉을 의지하고 있다. 

 

셋째, 주산에서 뻗어내린 좌선(左旋)지맥의 청룡 끝자락에 자리한 생가 터가 대명당이다. 풍수적으로 주산의 좌선지맥은 남성을 상징하는데, 전직 대통령의 생가 터는 모두가 좌선지맥의 청룡끝자락에 입지한다. 이러한 터는 우입좌출(右入左出)하는 물길을 역수(逆水) 형태로 받아주는 곳이어야 명당의 기를 받는다. 특히 전두환·노태우·김영삼 대통령의 생가 터는 강한 권력을 상징하는 석맥(石脈)이 입수한 곳에 자리해 있다. 재임기간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것도 석맥의 역량에 따른 것이다. 

 

 

봉하마을 노무현 생가 ⓒflickr


 

 

대통령 생가 터 방치하거나 무리하게 증축해선 안 돼

 

넷째, 마을의 지명이 터의 내력을 말해준다. 노태우 대통령의 ‘용진’마을은 용이 머물고 있다는 의미이고, 노무현대통령의 ‘봉하’마을은 봉황이 머물고 있는 마을이란 뜻이다. 모두가 왕을 상징하는 상스러운 봉황과 용이 연관된 지명인데, 서민적이고 어진 성정을 갖도록 생가 터는 포근한 지세가 감싸고 있다. 대통령의 생가 터는 온전히 보존해야 좋은 기를 지속적으로 분출하게 된다. 방치하거나 무리하게 증축해선 안 되는 이유가 된다.

 

 풍수지리는 미신이 아니라 형식논리를 갖고 있는 학문이다. 경국대전엔 조선조 태종 때부터 과거시험으로 채택되었고, 일제강점기 땐 민족문화의 말살 정책 하에 가장 먼저 희생양이 되었던 것이 바로 풍수였다. 일본은 명산의 정기를 타고 많은 인물이 배출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산 정상에 쇠말뚝을 박았으며, 훌륭한 인물을 배출한 생가마을의 앞쪽으로 철도나 도로를 개설하여 지맥을 끊어 놓고자 하였다. 그리곤 풍수를 미신으로 폄하시키기 위해 ‘반풍수(풍수지리설에 대하여 어지간한 지식이 있으나 서투른 사람)가 집안을 망하게 한다’면서 우리의 고유한 정신문화를 말살시키려고까지 하였다. 

 

하지만 풍수지리학은 한국연구재단 학술분류표에 따라 대분류 사회과학, 중분류 지리학, 소분류 인문지리학, 세분류 풍수지리로 명시된 엄연한 학문이다. 지난 2001년부터 제도권의 학문으로 도입되면서 지금까지 수많은 석·박사를 배출하였으며,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21세기 융복합학문으로 정착된 우리의 한국학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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