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준 수사한 황운하 경무관 "특임검사는 눈속임 쇼"
  • 조해수 기자, 정리=이성진 인턴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6.08.01 09:43
  • 호수 1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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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운하 경찰대 교수부장 인터뷰..."검찰은 조직폭력배와 같다"

조희팔 측으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감 중인 김광준 전 검사가 자신을 ‘특임검사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며 재심 청구를 준비 중인 가운데, 김 전 검사 사건을 처음으로 수사했던 황운하 경찰대 교수부장이 특임검사제에 대한 날 선 비판을 제기했다. 황 교수부장은 시사저널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특임검사제는 국민들을 상대로 한 눈속임 쇼에 불과하다”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수사권은 경찰, 기소권은 검찰이 갖도록 해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운하 경찰대 교수부장


 

김광준 전 검사가 재심 청구를 준비 중이다.

 

김 전 검사는 7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검사는 이 정도의 중형을 선고받을 줄은 미처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일시적으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나오거나, 적어도 1심에서 집행유예 후에 곧 나올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김 전 검사는 검찰의 조직 보호 논리에 의해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검사가 특임검사를 통해 탈탈 털린 건 맞다. 되는 것 안 되는 것 깡그리 탈탈 털렸다. 억울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김 전 검사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경찰 수사를 받았다면 이런 터무니없는 논리 및 증거조작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검찰이 특임검사를 만들어서 김 전 검사 사건을 가로채갔다. 이런 와중에 특임검사 만들어서 결국은 ‘제 식구 봐주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들끓었다. (검찰은)이런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저인망식 싹쓸이 수사를 진행한 것이다. 당시 검찰은 경찰이 (김 전 검사 비리에 대해) 어떤 것을 갖고 있는 건지 알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하나라도 김 전 검사의 비리를 놓친다면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특임검사 쪽에서 경찰 눈치를 엄청 많이 봤다. 우리(경찰)끼리 ‘경찰이 특임검사 수사지휘를 한다’는 농담까지 했을 정도다. 

 

 

당시 검찰이 특임검사를 임명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 전 검사는 “그때 그 순간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했고 그것이 나일 수 있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김 전 검사는 검찰에서 ‘버리는 카드’였다. 검찰의 분위기가 그랬다.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과 최재경 중수부장 사이의 이른바 ‘검란(檢亂)’이 터지고 성폭행 검사 사건까지 터지면서 ‘버리는 카드’가 필요했다. 검찰의 이익을 위해서 김 전 검사가 ‘버리는 카드’가 된 것이다. 검찰은 자신들의 조직 논리를 위해서는 있는 죄를 없게 만들 수 있고 반대로 만들 수도 있다. 이를 위해 활용한 것이 특임검사다. 특임검사는 오직 검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임기응변식으로 검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특임검사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수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검찰 조직을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 

 

검찰은 조직의 위상과 파워를 막강하게 만드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그래야 기업들·정치권력들이 설설 기고, 전관 변호사가 돼서는 떼돈을 벌 수 있다. 검찰 내에서 이심전심으로 이 같은 조직 논리가 팽배해 있다. 마치 조직폭력배의 논리와 똑같다. 조직폭력배처럼 ‘똘똘 뭉쳐서 조직을 보호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 이런 식의 생각을 갖고 있다. 

 

김 전 검사는 차장검사까지 올라간 사람이고 곧 검사장이 될 수 있는 기수였지만, 검찰이 조직 보호 논리를 앞세워 탈탈 털어버렸다. 그렇다면 일반 국민들은 오죽하겠느냐.

 

 

특임검사 제도는 지난 2010년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이 불거지자 당시 김준규 검찰총장이 검찰의 자정능력을 강화하겠다며 들고나온 개혁조치다. 특임검사제를 평가한다면?

 

검사들은 탐욕과 이기심에서 검증된 사람들이 아니다. 더 많은 탐욕과 이기심을 가질 수도 있다. 검사들의 부패비리가 드러나면 국민들은 ‘검사가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하고 놀란다. 그때마다 검찰은 ‘쇼’를 한다. 자정 작용이 작동하는 것처럼. 대표적인 것이 특임검사다. 특임검사의 목적은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데 있다. 국민들에게 우리는 자정작용을 한다고 눈속임을 하는 것이다. 조직 보호를 위한 눈속임. 임기응변으로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술책이다. 국민을 속이는 쇼에 불과하다. 특임검사는 그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민들을 속여가면서 검찰이 제 식구한테 칼을 대고 ‘읍참마속(泣斬馬謖)’하는 것처럼 쇼를 한다. 그걸 김 전 검사가 당한 거다. 특임검사라는 형식을 통해서 객관적으로 조사를 하는 것처럼 해 놓고 검찰 조직만을 위해서 움직인 것이다. 그래서 김 전 검사가 덮어쓴 죄명 중에 억울한 죄명이 있을 수 있다. 김 전 검사는 희생양이 된 거다.

 

 

김 전 검사는 2008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3차장이었던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내연녀가 2억원을 내놓으라고 협박하고 있다”는 사정을 말하고 사의를 표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때 김수남 당시 3차장이 “임명된 지 두 달밖에 안 돼서 무책임하게 사표를 내는 게 말이 되느냐, 돈 구해서 막고 사태를 수습하라”고 말해서 결국 조희팔 측근에게 돈을 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검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검찰 조직이 얼마나 부도덕적인 조직임을 알 수 있다. 돈을 가볍게 생각한다. 검찰이라는 조직은 자신들은 부와 경력과 명예를 99%의 사람들과 차원이 다르게 향유해야 한다는 특권의식을 가지고 있는 거다. 김수남 총장이 “니가 특수 3부장만 하고 나가기만 해 봐라. 나가면 수십억 그렇게 순식간에 벌어들이는데. 니가 어디다가 살짝 힌트만 갖다줘 봐라 너한테 돈을 갖다주려는 사람이 줄을 섰다. 그까짓 몇 억 때문에 그걸 그만둬? 이건 경제논리에도 안 맞는 거다.” 이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정의를 실현하고 부패를 척결하기보다 검찰 조직의 이익을 더욱 우선시한다. 그러면서 도덕적으로는 굉장히 자신들의 부패에 무감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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