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쏙’ 빠진 김영란법 논란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press.com)
  • 승인 2016.08.01 16:13
  • 호수 1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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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일각 “김영란법에 국회의원 포함시키는 개정안 제출할 것”

헌법재판소가 7월28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예정된 대로 오는 9월28일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된다. 헌재는 이번 판결에서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운 법의 취지를 최대한 존중했다. 논란이 됐던 사립교원과 언론인을 포함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공익성을 위해서는 민간인도 규제를 받을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여전히 김영란법에 대한 논란은 거세다. 법 적용과 동시에 큰 사회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예측 때문이다. 실제 김영란법의 대상자는 전 국민의 8%에 달하는 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법 적용 대상에서 국회의원이 빠졌다는 점도 허점으로 지적된다. 이뿐만 아니라 경제적 손실이 상당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헌법재판소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란 법률’(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7월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 각 의원실로 배달된 물품이 쌓여 있다.


국회의원 빠진 국민 400만 명 적용 대상 

 

헌재의 판단 과정에서도 소수의견이지만 이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부패 근절이란 법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사회 전 영역을 국가의 감시 아래 둘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정치권에서는 김영란법에 국회의원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2012년 당시 “공무원이 청탁에 대해 꼿꼿하게 처신하면 좋은데 모든 연줄을 동원해 청탁이 들어오니 얼마나 괴롭겠느냐. 이를 막기 위한 법이 필요하다”며 김영란법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때 만들어진 초안은 4년 뒤 다소 바뀌었다. 선출직이라는 이유로 국회의원이 빠지고, 언론과 사립학교 교원이 공적 업무 종사자라는 이유로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이번 헌재 판단에서의 최대 쟁점도 바로 언론인과 교원을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는가였다.

 

헌재가 언론인과 사립교원에게까지 법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합헌이라고 판단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여전하다. 또 국회의원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우선 야권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이와 관련한 법 개정에 적극적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헌재 발표 직후 개인 성명을 내고 “정당한 입법활동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국회의원 등도 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 전 대표는 이런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심상정 대표도 기자회견 등을 통해 “국회에서는 김영란법을 보다 완전한 법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부정청탁 금지 대상에 국회의원 포함, 이해충돌방지 제도 도입 등의 내용으로 개정안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안도 발의됐다. 언론인 출신인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 등 22명은 7월7일 김영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강효상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는 ‘선출직 공직자들이 공익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를 부정청탁의 범위에 포함하도록 했고,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을 ‘공직자 등’의 범위에서 제외해 법 적용을 받지 않게 했다. 강 의원은 헌재 판결 다음 날인 7월29일 라디오에 출연해 “제가 이미 제출한 개정안에는 국회의원 예외조항을 삭제하는 부분이 들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공직자에게 적용되는 투망식 규제를 언론인과 사립교원에게까지 적용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와 사학·학문의 자유를 굉장히 위축시킬 수 있다. 법 시행 전이라도 최대한 노력해 법 개정이 돼야 한다”며 언론인과 사립교원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재 소수의견 “과잉 입법 우려”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합헌으로 결론 났지만 우려는 여전히 남았다. 헌재 소수의견에서는 국가의 과도한 감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번 헌재 판결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언론인과 사립교원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합헌 7, 위헌 2의 결과가 나왔다. 이 중 위헌 판단을 내린 김창종·조용호 재판관은 “국가가 사회 모든 영역에 개입해 부정부패를 방지하기는 불가능하며 민간 부문을 국가가 감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으며,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업무에 공공성이 있더라도 공무원과 동일한 수준의 신뢰성과 공정성이 요구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즉 이들에 대한 처벌은 국가가 형벌권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이란 의미다. 이와 함께 김영란법으로 인해 교육과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허용되는 금품과 외부강의 사례금 가액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위헌 판단이 나왔다. 이정미·김이수·김창종·안창호 재판관이 위헌 판단을 내렸다. 이들은 “정책 형성 기능만큼은 주권자인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들로 구성된 입법부가 담당해야 하고 행정부나 사법부에 그 기능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여러 숙의 과정을 거칠 수 있는 국회와 달리, 전문 관료들의 논의를 통해서만 정해지는 정부의 입법 절차가 자칫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일상생활에서 주고받는 음식물, 경조사비, 선물 등의 범위를 법으로 정한다면 국민들의 행동방향을 정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위험성이 있다고 봤다.

 

배우자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이를 처벌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도 처벌 정도가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정미·김이수·김창종·안창조 재판관은 이 조항에 대해 위헌 의견을 내면서 “배우자의 미신고 행위의 가벌성과 죄질, 비난 가능성, 책임이 공직자가 직접 금품을 받은 것과는 다르다. 공무원이 직접 금품을 수수한 것과 같은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신고하지 않은 행위를 처벌하는 불고지죄 역시 우리나라에서 찾기 어려운 입법 형태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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