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포켓몬 대신 요괴를 잡자” 중국에 등장한 짝퉁 포켓몬GO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8.02 18: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해경(山海經)’. 중국 진나라(기원전 2세기) 이전에 저술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화집이다. 중국 각지 산악에 사는 요괴들과 이들에 대한 제사법 등을 기록한 고대의 지리서인데 ‘산해경’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신화집으로 전해지고 있다.

 

2016년 이 산해경 속 오래된 요괴들이 현실 세계에서 살아났다.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인 ‘산해경고(GO)’를 통해서다. 그런데 게임 제목이 어째 낯설지 않다. '산해경고'는 앞서 출시돼 전 세계를 매료시킨 닌텐도의 야심작, ‘포켓몬고’의 ‘짝퉁’이다. 홍콩 빈과일보(蘋果日報) 등 중화권 매체들은 7월31일 “중국에 벌써 짝퉁 ‘포켓몬 고’가 등장했다”며 새로운 게임의 출시 소식을 전했다.

 


'산해경고'를 들여다보면 포켓몬고를 그대로 베껴 만든 수준이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뿐만 아니라 ‘몬스터를 잡아 레벨업을 한다’는 게임의 주요 진행방식도 포켓몬고와 거의 동일하다. 사용자는 모바일 디바이스의 화면을 통해 근처에 발생한 요괴를 확인하고, 중국의 오래된 소설인 ‘서유기(西遊記)’에서 삼장법사가 손오공의 머리에 씌웠던 ‘금고아’를 날려 요괴를 포획한다. 포켓볼을 던져 포켓몬을 잡는 것과 매우 닮았다. 차이가 있다면 게임 속에서 사용자가 잡아야 할 것들이 귀여운 포켓몬스터들 대신 ‘산해경’에 나오는 기상천외한 요괴들로 바뀌었다는 것 정도다. 

 

위치기반서비스(GPS)와 증강현실을 이용하는 방식도 포켓몬고와 똑같다. 중국의 IT매체인 《환구과기》에 따르면 이 게임은 포켓몬고와 80% 정도 유사하다고 한다. '산해경고'는 출시와 동시에 중국 모바일 게임 앱 다운로드 순위 1위에 올랐다.

 

포켓몬고의 열풍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중국 모바일앱 스토어에는 증강현실을 접목한 ‘몬스터 잡기’ 종류의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국 내 ‘포켓몬고 짝퉁 열풍’은 포켓몬고의 중국 출시 가능성이 낮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포켓몬고가 제대로 출시되기 위해 '산해경고'서는 구글맵 등 GPS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 《환구과기》는 “무작위로 생성되는 포켓몬고의 좌표가 군사시설과 겹치고, 게임 이용자들이 그 주변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면 군사기밀이 유출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게임 출시를 허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에서는 국가 기밀 유출 우려 등으로 진짜 포켓몬고 게임 출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아다. 포켓몬고가 사용하는 구글 맵은 2010년부터 중국에서 접속이 차단된 상태다. 

 

'산해경고'처럼 포켓몬고와 유사한 게임 제품에 저작권 문제는 없을까? 증강현실과 GPS를 사용해 다른 게임 콘텐츠를 만드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단 프로그램 소스 및 캐릭터, 배경음악, 스토리텔링 등 콘텐츠 적으로 지나치게 유사하다면 저작권에 관한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다.

 


포켓몬스터의 기본적인 저작권은 일본 회사인 ㈜닌텐도, ㈜크리쳐, ㈜게임프리크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외국 저작물은 현재 172개 국가가 가입한 '문학 및 예술 저작물의 보호를 위한 베른협약'(1886년 채택) 등 저작권 관련 국제협약에 따라 우리나라 저작물과 동일하게 국내에서 저작권이 보호되고 있다.

 

하지만 '산해경고'처럼 캐릭터만 쏙 뺀 채 기존 게임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게임 진행방식을 빌려왔다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걸릴 위험이 높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유사성이 지나칠 경우 민형사상 처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시장에서도 이러한 법적 제재가 가능할 것이냐 여부다. 최근 중국은 온라인 및 모바일 저작권 침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지만 해당 법규들의 실효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또 한국저작권위원회 북경사무소가 중국 현지에서 발생한 저작권 침해 사례에 대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한 모바일 게임업체 대표는 “솔직히 중국에서 불법 저작물을 발견해도 손 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