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노미네이션 검토해 보자
  •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8.05 15:50
  • 호수 1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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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야당 국회의원이 ‘리디노미네이션’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경제 환경을 고려해 보면 검토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리디노미네이션이란 화폐가치 변동 없이 화폐액면 단위만 바꾸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53년과 1962년에 두 차례 단행한 적이 있었다. 1953년은 ‘한국전쟁’에 따른 거액의 군사비 지출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나고 우리 통화의 대외가치가 폭락한 때였다. 1963년 리디노미네이션은 퇴장자금을 양성화해 경제개발에 필요한 투자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세 번째 리디노미네이션이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거래단위가 너무 커졌다. 예를 들면, 한국 전체 금융자산이 2010년부터 1경(10,000,000,000,000,000)원을 넘어섰고, 올해 3월에는 1경4945조원에 이르렀다. 거래 단위의 편리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미 대부분 커피숍에서는 4500원에 해당하는 커피 값을 ‘4.5’로 표시하고 있다.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 ⓒflickr


다음으로 우리나라의 대외 위상을 제고시킬 수 있다. 2015년 한국의 수출은 5268억 달러로 세계 6위인데, 1달러당 1000원대의 환율은 너무 높다.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대만 통화는 2015년 6월말 현재 미 달러당 32.2대만달러이고, 싱가포르는 1.35싱가포르달러이다. 말레이시아도 3.99링깃 등으로 단위가 낮다. 중국 위안환율도 달러당 6.64 정도이다. 한국 원화 환율도 두 자릿수 이하가 필요한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리디노미네이션을 통해 내수를 부양하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세수 증대를 기대해볼 수 있다. 우리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35%(명목 GDP 기준)에서 2012년에는 56%(2015년 50%)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4%에서 51%(2015년 50%)로 하락했다.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하면 현금지급기 등 다양한 기기와 금융거래 관련 소프트웨어가 변경되어야 한다. 내수 부양의 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리디노미네이션으로 지하경제를 어느 정도 양성화할 수 있다. 한국은행의 ‘2015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6조원 정도의 화폐가 발행되었는데, 이 가운데 5만원권이 21조원으로 58%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5만원권의 환수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5만원권의 환수율은 40%(2014년은 30%)로, 2012년 62%보다 훨씬 낮아졌다. 우리 통화승수(=M2/본원통화)가 올해 5월 17배로 나타났는데, 2008년 26배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통화승수가 이처럼 급락한 것은 가계의 현금통화 보유비율이 크게 늘어난 데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리디노미네이션을 했을 때 단점도 있다. 불안감이 확산되어 소비와 투자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비용도 든다. 그러나 누군가의 지출은 다른 누군가에겐 수입이다. 돈이 돌아야 한다. 현재 우리 경제 상황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의 비용보다는 편익이 더 클 것이기 때문에 단행 시기를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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