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그나마 30% 지지율, 일거에 반 토막 날 수도
  • 김현일 대기자 (hikim@sisapress.com)
  • 승인 2016.08.05 17:08
  • 호수 1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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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님,

부임하신 지 두 달이 넘었군요. 어찌 지내시는지 눈에 선합니다.

 

그간 조언이라는 게 훈수는커녕 머릿속만 복잡하게 만들기 십상임을 알기에 가만히 지켜보려고 작심했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합니다. 우병우 민정수석 건 때문입니다. 이는 청와대의 안이한 사태 인식을 웅변하는 표본이 됐습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조차 ‘한심하다’는 탄식이 터져 나오는 것을 들으셨을 겁니다.

 

사실 본란을 교대 집필하는 박영철 국장이 지난주 ‘禹 수석 사퇴 빠를수록 좋다’는 칼럼을 쓸 때 ‘그만뒀으면’했습니다. 주간 시사저널이 출간될 때면 이미 경질됐으리라 예상한 탓입니다. 의혹과 혐의가 엄중한 만큼 대통령이 지체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판이니 당연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그 사이 듣기조차 민망한 의혹들이 더 까발려졌습니다. 우 수석 개인과 그 친정인 검찰에도 비극이지만 청와대가 입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내친김에 따져봅시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30%를 오르내립니다. 부정 여론은 55% 안팎이고요. 신뢰도 높은 한국갤럽 조사결과입니다. 2014년 말 소위 ‘비선 국정농단’ 논란 속에  콘크리트 지지선 40%를 지나 30% 벽을 깨자 청와대는 국정쇄신책을 내놓는 등 법석을 떨었습니다. 그러더니 올 4월 총선을 망친 뒤로는 만성이 됐는지 태평입니다. 

 


그나마 30% 지지율도 성분을 보면 더 끔찍합니다. 박 대통령을 긍정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외교/국제관계를 잘한다’입니다. 20%에 육박하는, 취임 이래 부동의 1위 항목입니다. 긍정평가 항목 4위는 ‘대북/안보 잘한다’입니다. 그래 우리 외교·안보 현주소가 ‘잘한다’는 소릴 들을 처지입니까. 저간의 패착이 드러나고, 위기가 최고조에 이른 오늘입니다. 지지자들이 실상을 알면 30% 지지율이 일거에 반 토막 날 소지도 다분합니다. 전망이 안 서는 경제를 비롯, 악재가 산재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60세 이상 노령층 지지로 간신히 30%를 턱걸이하고 있는데 정말 위태롭습니다. 이런 판국에 ‘우 수석’까지 겹쳤습니다. 당장 전개되는 새누리당 퇴행도 권력누수와 지지율 하락을 예고하는 방증입니다. 권력 풍향에 민감한 공무원들의 눈치보기는 두말할 것 없습니다. ‘행정의 달인’ 실장님 앞에서 이들의 복지부동(伏地不動) 행태를 운위하면 결례겠지요.

 

숙명이라 여기시고 진력하시기를 고대합니다. 꼼꼼함과 성실·강단이 이 총체적 혼란기에 진가를 발휘했으면 합니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주저 마시기 바랍니다. 전통 지지층에서조차 낙담의 소리가 점차 커지고, 대통령을 비호했다가 면박을 받는 현상도 마다 않았으면 합니다. 아니면 털고 나오시는 게 공직자의 도리일 겁니다.

 

소임을 다하시고 퇴임하시는 날 제가 한잔 권하지요. 물론 그 전에라도 시간이 허락하시면 상관없습니다.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을 주안상쯤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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